[유통매장 근로보고서①] 저임금에 감정노동.."미소 뒤 눈물, 안보이나요?"

2016. 2. 2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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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46.6시간 대부분 서서 일해…‘주5일 근무’는 언감생심
-월급은 137만원 ‘쥐꼬리’…임금근로자 평균보다 85만원 적어
-언어폭력 등 감정노동 시달려…블랙컨슈머 갑질도 큰 문제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저는 ‘을’(乙)도 아니고 ‘병’(丙)이나 ‘정’(丁) 쯤 되는,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20대 아르바이트생입니다. 어느 날 한 할머니가 손녀를 데리고 매장을 찾아 6개월 전에 구입한 향수병 바닥에 상처가 있다고 환불해 달라고 했습니다. 한눈에 봐도 사용한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규정상 포장을 뜯은 제품은 환불할 수 없다’고 얘기했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언성을 높이며 제 멱살을 잡았습니다. 이때까지는 억지웃음을 보이며 참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던 고등학생 손녀가 다른 고객들 앞에서 ‘언니 일 똑바로 하세요’라고 몰아붙이니 설움이 복받쳤습니다. 점장님에게 불려가 꾸지람을 들어야했죠. 그 소동이 있은 후 저는 비상용 계단에 앉아 소리도 못 내고 울었습니다. 감정노동에 시달리면서 하루 10시간 동안 앉지도 못하고 일해도 받는 돈은 한 달에 130만원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듭니다.”


고객이 왕인 세상, 화려한 미소 뒤에 눈물을 흘리는 근로자들이 있다. 90만명에 달하는 유통업 판매직 종사자들의 이야기다.

유통업 판매직 근로자는 비정규직이 많고 이직이 잦다. 우리나라 주요 유통업(드럭스토어 뷰티&헬스, 로드숍 화장품)이 직영보다는 가맹점이나 아웃소싱 형태로 운영되다 보니 해당 판매직 종사자들의 고용의 질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대부분 근로기준법이 부분 적용되는 5인 미만 사업장이나 취업규칙 의무적용 예외대상인 10인 미만 사업장이다.

29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서울지역 저임금 서비스 판매직 노동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유통업 판매직 종사자는 저임금과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유통업 판매직 임금 노동자의 근속기간은 평균 2.7년에 불과하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평균 근속기간(5.6년)과 비교하면 일을 지속하는 기간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용형태를 살펴보면 상용노동자 38.7%, 임시노동자 51.5%, 일용노동자 9.8%다. 전체 임금 노동자에 비해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편이다.

근무시간은 길고 힘들지만 임금은 ‘쥐꼬리’다. 빨간 날에도 일하는 경우가 많고 주5일 근무는 언감생심이다. 이들은 1주일 평균 46.6시간 일한다. 서울지역 유통업 매장 판매직의 하루 근무시간은 8.5시간 정도이며, 직장 내에서 휴식시간은 37.1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평균 월급은 137만원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평균 222만원보다 85만원이나 적다. 유통업 판매직의 임금수준 특징은 150만원 전후에 임금분포가 많다는 점이며, 300만원 이상 임금을 받는 종사자는 거의 없었다.

초과근무 수당에 대한 임금이 대부분 지급되지 않았다. 일부 매장의 경우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주휴수당조차 없었다. 4대 보험 적용률은 45% 수준이었다.

이들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근로여건 뿐만이 아니었다. ‘친절’ 그 자체가 업무인 서비스직종에서는 고객으로부터 인격 무시 발언, 욕설 등 폭언은 물론 신체 위협과 성희롱까지 경험하며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상품을 구입하고 일정기간 사용한 후 상품의 하자를 주장하며 제품교환 또는 환불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들도 이들을 괴롭힌다. 판매직으로 일하고 있는 한 여성은 “환불 등 무리한 요구와 언어폭력이 늘고 있다. 그래도 직원들은 그저 당하고 인내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서울지역 판매직 종사자들의 이직 의향이 특히 높다”며 “이직하려는 이유는 개인적 사유와 작업여건 불만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저임금 등 근무환경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유통업 판매직 종사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과 개별 기업 차원의 경영전략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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