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위안부 문제 국제홍보 '올스톱'

남지원 기자 입력 2016. 2.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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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부가 매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시행해왔던 국제홍보 관련 사업이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대부분 중단되거나 크게 축소됐다. 위안부 관련 사업의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한·일 합의 조항에 따라 사업 실시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우리 스스로 위안부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여가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여가부 주최로 열렸던 위안부 국제 학술심포지엄은 올해 개최되지 않을 예정이다. 이 심포지엄은 위안부 피해를 전시 성폭력 문제와 식민지 지배 피해의 문제 등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하고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마련됐다. 지난해 심포지엄 기획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 미국, 대만, 네덜란드 등 국내외 학자 및 활동가 21명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며 “세계 곳곳에서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사업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일 위안부 합의의 영향으로 올해는 심포지엄 개최가 사실상 백지화됐다. 여가부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한다는 한·일 합의 조항에 따라 심포지엄 개최 등 국제홍보 사업 실시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까지 내기로 했던 위안부 백서 사업도 기약할 수 없는 상태다. 정부는 2014년 일본이 고노담화 훼손을 시도하는 등 역사왜곡에 나서자, 그해 8월 위안부 피해실태를 국제사회에 제대로 알리기 위해 백서를 발간하고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다양한 외국어로 번역해 보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위안부 백서는 아직까지 발간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번역본은 아예 내지 않기로 했다. 위안부 문제를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지난 2년간 열었던 국제 학생 작품공모전도 올해는 개최 여부를 재검토 중이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지난해 2차례 선발했던 청소년·대학생 글로벌 여성인권대사도 올해는 선발 계획이 불투명하다. 정부 예산으로 지원해왔던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사업도 “민간에서 하는 일”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관련 사업이 무산됨에 따라 이미 책정된 예산의 사용처도 불투명해졌다.

일본군위안부연구회 소속인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위안부 문제를 국제적·국내적으로 환기하고 역사적 사실을 알려주는 것은 상대국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역사적 책무”라며 “홍보 사업을 멈추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위안부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취임 한 달째를 맞은 강은희 여가부 장관은 지난 16일과 21일 별세한 피해 할머니들의 빈소를 찾았을 뿐 아직까지 위안부 피해자들을 공식 방문하지 않았다. 2014년 7월16일 취임한 김희정 전 장관은 같은 해 8월14일 위안부 피해자들이 사는 ‘나눔의 집’을 방문했고, 1년6개월의 재임 기간 중 6차례나 위안부 관련 특강을 하는 등 열의를 보였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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