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 없앤 서초구 vs 100m마다 설치한 강남구

김민관 2016. 2. 1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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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서초구</b> 버스를 기다리던 승객들이 음료수 용기를 변압기함 위에 올려놓았다(左), <b>강남구</b> 한 시민이 음료수 캔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다(右). [사진 김경록 기자]

서초구와 강남구로 나뉜 강남대로 풍경

강남대로 동쪽은 강남구, 서쪽은 서초구
서초구 쪽은 종이컵·전단지 쓰레기 수북
지자체 간 시각 차…최근엔 늘리는 추세

강남대로 동쪽과 서쪽은 풍경이 조금 다르다. 동쪽 거리에는 약 100m 간격으로 쓰레기통(일반쓰레기·재활용쓰레기통 세트)이 놓여있지만 서쪽 거리에는 쓰레기통이 하나도 없다. 그 이유는 관할 구청이 달라서다. 강남대로의 동쪽은 강남구 역삼동으로 강남구, 서쪽은 서초구 서초동으로 서초구가 관할한다.

 서초구는 2012년부터 대로변에 설치된 거리 쓰레기통 140개를 모두 없앴다. 쓰레기통을 설치해 놓으면 무단으로 생활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주민들이 많아져 도로가 더 지저분해진다는 이유였다. 현재 서초구 거리 전체에 쓰레기통은 단 2곳뿐이다. 쓰레기통이 없어 불편하다는 민원이 강하게 제기됐던 양재동 동산로와 우면동 태봉로에만 쓰레기통이 설치돼 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쓰레기통이 있으면 그 안에 음식물쓰레기부터 아이들 기저귀까지 각종 처치 곤란한 쓰레기들이 버려져 처리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는 쓰레기 종량제라는 제도 자체를 무색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반면 강남구에는 934개의 쓰레기통이 있다. 유동인구가 100만 명에 이르는 강남대로의 경우엔 최소 하루 두 번 쓰레기통을 비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쓰레기통이 없으면 화단이나 도로변에 쓰레기를 버리기 때문에 도로가 지저분해지고 주민들도 불편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오후 1시 강남대로 동쪽 거리. 이곳에서 수거되는 쓰레기의 80% 이상은 인근 학원·식당 등에서 나눠주는 전단지와 명함들이었다. 거리를 걷다 보면 거의 50m마다 전단지와 명함 등을 나눠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전단지를 받은 사람들은 눈으로 내용을 한번 훑은 후 인도 가장자리에 설치된 휴지통에 던져 넣었다. 휴지통을 들여다보니 전단지와 명함 등으로 가득했다. 휴지통 주변에는 쓰레기가 조금 있었지만 도로는 전체적으로 깨끗했다.

 길 건너 서초구 관할 지역은 상황이 달랐다. 거리를 걷다가 받게 되는 전단지와 명함의 개수는 비슷했지만 이를 마땅히 처리할 공간이 없었다. 도로 중앙과 가장자리에 설치된 화단에 구겨진 전단지와 명함, 담배꽁초 등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쓰레기를 버리면 식물이 아파요’라는 팻말이 화단 곳곳에 꼽혀있지만 유명무실해 보였다. 인근 한 영어학원에 다니는 김모(27)씨는 “지하철역에서 나와 학원까지 걸어가는 길에 전단지 3개 정도를 받는다”며 “쓰레기통이 눈에 띄지 않으면 남몰래 길거리에 슬쩍 버리곤 한다”고 말했다.

 서초구 역시 거리 쓰레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이 전단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여름엔 강남대로 주변에서 대대적인 전단지 배포 단속 작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지난 가을엔 쓰레기통 설치에 대한 구민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회의도 열었다. 하지만 결론은 쓰레기통 없는 서초구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서울 거리에서 휴지통이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한 건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된 1995년이다. 당시 각 자치단체들은 생활쓰레기 무단투기를 막기 위해 거리에 설치된 ‘가로 휴지통’을 줄이기 시작했다. 95년 이전에 7600여 개에 달하던 서울 거리의 휴지통은 2000년 들어 3200여 개로 줄었다. 하지만 쓰레기 무단 투기와 유동인구 증가에 따른 불편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2005년부터 조금씩 쓰레기통이 늘어났다. 현재는 서울시 거리 전체에 5094개의 휴지통이 설치돼 있다.

 서초구를 제외한 서울시 24개 구의 거리 휴지통 설치 개수는 평균 197개다. 24개 중 18개 구는 2012년 이후 쓰레기통 개수를 조금씩 늘리고 있다. 중구는 지난해 관광객과 유동인구가 많은 명동 등에 쓰레기통 22개를 추가로 설치했다. 중구청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최근 시민 불편이 증가함에 따라 쓰레기가 급증한 곳을 중심으로 휴지통을 설치하고 있다”며 “단 생활쓰레기 무단투기 우려가 있는 소형 상점이나 주택가 지역에는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는 쓰레기 배출자 책임 원칙에 따라 휴지통 없이 본인이 쓰레기를 치우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며 “하지만 담배꽁초가 많이 버려지거나 유동인구가 극심하게 많은 지역 등 특수한 경우에는 쓰레기통을 설치해 그곳으로 쓰레기가 모이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서울 시내 쓰레기통 설치 현황
※ 구별 쓰레기통 총 수를 총 면적으로 나눈 값.
※ 괄호 안은 각 구 쓰레기통 총 수

1㎢당 중구는 26개(256), 강남구 24개(934), 동대문구 18개(256), 강동구 14개(352), 구로구 13개(273), 양천구 11개(200), 서대문구 10개(186), 마포구 10개(230), 동작구 9개(142), 은평구 8개(238), 광진구 8개(133), 종로구 8개(133), 용산구 8개(168), 강북구 7개(162), 도봉구 7개(141), 금천구 6개(84), 송파구 5개(175), 성북구 5개(124), 영등포구 4개(109), 중랑구 4개(79), 강서구 4개(153), 성동구 3개(59), 관악구 2개(62), 노원구 1개(50), 중앙차로에 348개. 자료 : 각 구청

김민관 기자 kim.mink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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