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자가 편집·조판까지? 한겨레 디지털 실험 성공할까

차현아 기자 2016. 2. 1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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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플랫폼 맞춤형 조직개편 박차… 편집조판 인력 축소, 디지털 환경 맞춤 콘텐츠 제작에 투입 전략

[미디어오늘 차현아 기자]

한겨레가 야심차게 내놓았던 ‘혁신 3.0’이 올해로 3년 차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전략을 내놓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 맞춰 조직을 개편하고 온·오프라인 통합 기사 생산 시스템을 전격 도입하는 등의 개편도 이뤄졌다. 뉴스뱅이라는 디지털 미디어 서비스의 출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아직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어 디지털 혁신이 ‘안개속’을 걷고 있다는 내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한겨레의 디지털 전략은 콘텐츠의 생산 방식부터 유통까지 기존의 종이신문 중심의 운영에서 탈피하겠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지난 2014년 하반기 ‘3.0 혁신 보고서’를 발표하고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로의 전환을 시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보고서에 의하면 △온·오프 인적역량 재배치 △디지털 콘텐츠 증가 △사전 제작 콘텐츠 증가 △웹·모바일 홈페이지 개편 △통합 CMS 구축 등을 1단계 작업으로 지난해 5월까지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 ⓒ iStock.
기자 1인이 취재부터 조판까지 ‘통합CMS’

한겨레가 도입하겠다고 밝혔던 통합 CMS는 제작 공정의 효율화를 위해 1인 취재·편집·조판이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기존의 기사 입력 시스템에서는 기사를 기자가 입력하면 편집과 데스크를 거쳐 제목이 달리고 지면에 기사가 앉혀졌다. 

통합 CMS가 도입될 경우 기자가 기사를 작성한 후 기사 제목과 지면 상의 사진, 기사 배치 등도 모두 완료해 편집과 데스크로 넘기게 된다. 기자 개인이 조판의 작업까지 사실상 다 하게 되는 셈이다. 1월 말부터 사설 담당과 여론미디어팀에 시범적으로 도입됐고 이후 단계적으로 문제점을 수정·보완해 편집국 전체에 도입할 계획이다.

한겨레가 통합CMS를 도입하게 된 배경은 온라인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한 조직 효율화를 위해서다. 기존의 경직된 신문사 인력 구조로는 온라인 상에서 필요한 콘텐츠 제작에 빠르게 대응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사 작성부터 조판 작업까지 걸리는 시간과 작업, 인력을 최대한 축소하고 나머지 인력을 디지털 환경 맞춤 콘텐츠 제작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한겨레는 이를 위한 한 단계로 디지털 맞춤형 조직 개편 작업도 마쳤다. 종이신문 제작 중심의 부서 체제를 없애고 디지털, 신문, 방송 등 모든 플랫폼 별 콘텐츠 생산과 출고 계획까지 모두 총괄하는 에디터제를 둔 것이다. 

기존 부장에서 더 나아가 각 영역별 에디터들은 디지털, 신문, 인터넷 서브 페이지, 페이스북, 팟캐스트 등 다양한 플랫폼의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고 유통까지 담당하게 됐다. 한겨레가 국내 언론사 중 전체 조직을 디지털 퍼스트에 맞춰 개편한 모범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콘텐츠 유통의 다각화 실험 ‘뉴스뱅’과 ‘한겨레21’

디지털 콘텐츠의 생산뿐만아니라 유통에도 한겨레는 고민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한겨레의 혁신 실험에는 콘텐츠 유통 경로의 다각화 전략도 포함돼있다. 한겨레21은 국내 언론사 중 최초로 카카오 페이를 통해 1개월 구독권을 4000원에 할인해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해 전량 판매의 기록을 거뒀다. 한겨레가 콘텐츠 생산을 넘어 유통에까지 디지털 전략의 고민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 깔려있다.

한겨레가 디지털 미디어 혁신을 위해 콘텐츠 생산을 넘어 유통 전략까지 고민하고 있는 흔적은 ‘뉴스뱅(NewsBang)’이라는 디지털 미디어 출범에서도 엿볼 수 있다. 

뉴스뱅은 이용자들이 직접 만든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유통하며 반응에 따라 수익까지 이어질 수 있는 디지털 환경 맞춤형 플랫폼이다. 한겨레의 자회사 형태로 모바일 스타트업 기업에 의해 운영될 해당 서비스는 올해 상반기 중 오픈 예정이며 현재 테스트 진행 중이다.

▲ 현재 시범 운영 중인 뉴스뱅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한겨레 측이 밝힌 뉴스뱅의 운영 방식은 이렇다. 뉴스뱅은 다양한 콘텐츠 제작자(페이스북, 유튜브 등 여러 플랫폼 내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1인 미디어)와 콘텐츠 제휴를 맺고 이들의 콘텐츠를 뉴스뱅이라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모아볼 수 있도록 한다.

현재 디지털 환경에서는 타인 혹은 타사가 만든 콘텐트를 무단으로 도용해 카드뉴스와 동영상 등을 제작하는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뉴스는 무료’라는 인식때문이다. 이 때문에 좋은 콘텐츠 제작을 위한 동기부여도 쉽지 않다. 뉴스뱅은 알고리즘 분석 등을 통해 소비자의 반응을 세밀하게 포착하고 그에 따라 콘텐츠 제작자에게 보상도 지급하면서 더욱 질 높은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한다. 이를 통해 생산과 유통 간의 선순환을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다.

“한겨레의 혁신은 3년째 시도 중”

한겨레의 혁신 3.0은 성공할까. 2016년 새해가 밝았지만 아직 이러한 시도들은 ‘진행 중’이다. 당초 예정됐던 통합 CMS개발이 여러 기술적 문제들로 계속 늦어지면서, 이와 함께 진행 예정이었던 혁신 3.0도 전망이 불투명하다. 

온·오프라인 콘텐츠 제작을 위한 디지털 인력 보강은 됐지만 정작 시스템이 마련되지 못한 것이다. 1인 조판 시스템을 마련하는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개발 회사조차도 1인 취재부터 조판까지 이어지는 시스템 개발에서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결국은 기존 조판 시스템을 완벽히 대체하기 어려워 1인 조판까지는 곤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금도 취재부터 편집까지는 가능한 시스템이라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종이신문 제작 중심의 편집국 업무 흐름을 재편하는 것도 또 하나의 과제다. 수십년 넘게 종이신문에 맞춰 온 업무 관행을 단기간에 얼마나, 어떻게 뒤집을 수 있을지가 관건인 셈이다. 

뉴스뱅 또한 아직 성과를 판단하기 어렵다. 여러 플랫폼 상의 콘텐츠 생산자와 제휴를 맺고 유통하는 과정자체가 새로운 시도이기 때문에 여러 현실적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각 플랫폼 내부의 운영 지침에 따라 생산된 콘텐츠 제휴에는 일정한 제약이 있을 수 있다. 뉴스뱅이 이후 여러 플랫폼 내의 생산자 간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하나의 숙제다. 

현재 페이스북에서 시범 운영 중인 뉴스뱅 페이지는 기존에 다른 이름으로 운영되던 페이지의 이름이 변경된 것이다. 출범한지 한 달 남짓 지난 뉴스뱅이 서비스 테스트 단계부터 ‘좋아요’ 46만명이 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 때문에 돈을 주고 뉴스뱅이 페이스북 페이지를 구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페이스북의 약관에 의하면 운영권을 두고 금전적 거래가 있을 경우 운영에 제한이 가해질 수 있다. 한겨레 측은 이에 "뉴스뱅이 1인 제작자인 페이지 운영자와 뉴스뱅 간 콘텐츠 제휴라는 방식으로 확장한 것이지 구매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겨레가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마련한 지 3년차에 접어들었다. 결과는 어떨까. 한 구성원은 “여러 시도를 해보고 있지만 아직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은 없다. 우리 뿐만아니라 국내 어떤 언론사도 디지털 혁신을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도 생존을 위해 시도하고 있지만 성공까지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구성원도 “종이신문 중심의 제작 환경에 십여년 넘게 놓여왔던 구성원들의 마인드부터 바꿔야 디지털 혁신이 가능하다. 이 또한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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