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140억장 지키려는 싸이월드의 마지막 보루

이가희 2016. 2. 5.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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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싸이월드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 조달 김동운 대표 "추억을 지키는 일에 힘 보태줬으면"
사진 140억장 지키려는 싸이월드의 마지막 보루 <사진=김동운 싸이월드 대표/ 싸이월드 제공>
지난해 대기업에서 분사한 싸이월드의 사무실은 빈자리가 반 이상이었다. 주인을 잃은 컴퓨터 모니터들은 사무실 한쪽에 마련된 선반 위에 나란히 올려져있었다. 사세가 기울면서 직원의 절반이 떠난 탓이다.

김동운 싸이월드 대표(48)는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용자들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싸이월드의 ‘주주’가 돼달라고 요청했다. 김 대표는 “싸이월드는 계정 3000만개의 추억을 간직한 공간”이라며 “140억장의 사진을 삭제하는 건 온 국민의 추억을 지우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1999년에 시작한 싸이월드는 전성기에 하루 이용자가 700만명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대기업에 인수된 이후 사업을 확장하며 몸집을 키우자 빠르게 변화하는 SNS 시장에 적응하지 못했다. 현재는 개인 앨범 서비스 모인 140억장의 사진과 싸이월드를 아끼는 직원들만이 유일한 자원으로 남았다.

“싸이월드의 현재 이용자는 일 15만~17만 수준입니다. 그래도 사진의 가치를 인정하는, 싸이월드를 아끼는 이용자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사진을 백업하는 방법을 묻는 이용자도 있었지만 회사 마케팅 전략을 짜서 보낸 대학생 학회도 있었어요.“

그러나 싸이월드는 지난해에도 3억원 규모의 적자를 내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김 대표는 선택한 마지막 보루는 크라우드펀딩이다. 그는 ”이번 크라우드 펀딩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이용자들이 싸이월드의 새로운 주인이 된다면 또 다른 기회를 받은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크라우드펀딩은 일반 대중을 상대로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모집하는 방법이다. 싸이월드의 경우, 주당 2000원에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2000원으로 싸이월드의 주식 1주를 구입해 주주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주주는 회사의 ‘주인’으로서, 사업과 경영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

사진 140억장 지키려는 싸이월드의 마지막 보루 <사진=싸이월드 크라우드 펀딩 현황/ Wadiz 홈페이지 캡처>
싸이월드는 현재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와디즈에서 5억원을 모집하는 것을 목표로 이달 말까지 펀딩을 진행한다. 5일 현재까지 126명이 약 3062만원을 투자했다. 김 대표는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주주들은 ‘클럽’의 형태로 묶어 주주 친화적인 경영을 할 것“이라며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서비스와 회사의 대한 내용을 공유하겠다“고 강조했다.

조달한 자금은 대부분 신사업을 추진하는데 투입한다. 김 대표는 ”보유한 사진 데이터를 활용해 앨범 제작 사업을 기획했다“며 ”PDF나 단행본 형태의 앨범을 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싸이월드는 미니홈피에 저장된 개인의 사진과 댓글을 한 데 엮어 E-book이나 단행본으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PDF 형태 기준으로 1000장을 묶는 가격은 4000원 정도로, 3월부터 본격적으로 주문을 받는다.

김 대표는 ”싸이월드는 폐쇄형 SNS로 고유의 가치를 갖고 있다“며 ”이용자들의 추억을 꼭 지키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이용자들의 사진 데이터를 지우고 싶지 않다“며 ”이용자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끝까지 변화하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디지털뉴스국 이가희 기자 / 김수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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