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정규직 공채사원도 못 뽑는데..국민혈세 불법유용 아리랑TV 방석호 엄벌하라"
[경향신문] 아리랑TV 방석호 사장이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을 하던 지난해 9월 미국 출장을 가면서 가족들을 동반해 현지에서 최고급 차량을 빌리고 호화 레스토랑과 관광지, 쇼핑몰을 돌아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방 사장이 도덕적 해이 수준을 넘어선데 대해 전국언론노조는 1일 성명을 내고 “국민혈세 불법 유용한 아리랑TV 방석호 사장을 엄벌하라”고 밝혔다.
■방 사장의 요지경 ‘미국 출장’…“유엔대사 등과 식사” 허위 보고 의혹
방 사장은 지난해 9월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시기에 맞춰 미국으로 출장가면서 가족들과 함께 갔다. 당시 아리랑TV는 국내 방송사상 최초로 한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전세계에 생중계하는 임무를 맡았다. 방 사장의 가족 동반 해외출장은 딸이 ‘아빠 출장 따라오는 껌딱지 민폐딸’이라는 설명과 함께 방 사장과 찍은 사진을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려놓으면서 알려지게 됐다. 사진에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공연장 촬영 장면도 포함됐다.
방 사장은 귀국후 출장비를 정산하면서 오준 유엔대사 등 현지 외교관들과 식사한 것처럼 허위로 동반자 이름를 적어내기도 했다. 사적 경비를 공식출장비로 처리하기 위해 지출결의서를 위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동행했던 직원들에 따르면 방 사장은 9월 24~29일 5박7일간 일정 중 잠깐 만나 식사를 같이한 것을 빼면 취재진과 별도로 움직이며 하루 렌트비만 1000달러에 달하는 리무진을 빌려 초고급 레스토랑을 돌아다녔다. 아리랑TV가 작성한 지출결의서와 영수증을 보면 방 사장은 9월24일 도착 첫날 철갑상어 전문요리점에서 한끼 식사비로 930달러(113만원)를 지출했다. 9월27일에는 뉴욕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명품 아울렛 매장 우드베리에서 장시간 시간을 보냈다. 지출결의서를 보면 철갑상어 전문점에서는 뉴욕 한국문화원장, 우드베리 식당에서는 UN본부 서석민 과장과 업무협의를 했다고 적혀 있다.
■“정규직 공채사원도 뽑지 못하는데…사장은 부패, 전횡”
언론노조는 “전세계에 대한민국의 정보와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설립된 아리랑국제방송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산하기관으로 법적 근거가 미약해 곧 기금이 고갈될 위험에 처해 있다”며 “개국 이래 지난 20여 년간 아리랑 구성원들은 명실상부한 국제홍보방송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쏟았다. 임금은 정부의 공공기관 가이드라인에 묶였고, 정규직 공채사원을 뽑지 못하는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오직 미래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노조는 “하지만 아리랑 언론노동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은 방석호 사장의 부패비리와 전횡으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며 “기금 고갈 위기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도 부족할 마당에 방 사장은 국민혈세로 호화 출장, 가족 여행을 즐겼다고 한다. 대통령의 UN총회 연설 생중계를 위한 출장에서 가족과 쇼핑, 공연 관람, 드라이브를 즐기고 심지어 아들 졸업에 맞춰 단독 출장길에 올랐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정작 감사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본인과 책임자들인데 애꿎은 직원들만 감사실로 불러 들였다”며 “증거를 은폐하거나 조작할 위험이 있는 만큼, 문체부에 맡기지 말고 감사원은 당장 특별 감사에 착수해 불법유용 금액을 전액 환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정당국과 수사기관은 신속히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방석호는 누구…“종편 출범 뒷받침”
방석호 아리랑TV 사장은 미국 듀크대 유학 후 홍익대 법대 교수로 있다가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방송장악 논란이 일 때마다 자주 이름이 오르내린 인물이다. 그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KBS 정연주 사장을 배임죄로 강제해고시킬 때 여당몫 이사로 찬성표를 던졌다. 정 사장 해고는 대법원에서 위법해고로 판결났지만, 방 사장에겐 친여·보수 언론학자들과 두터운 인맥을 형성한 계기가 됐다. 2009년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 시절에는 종편 출범 효과를 부풀린 보고서를 내 도마에 올랐다. 당시 통계에 헛점이 드러나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국회에서 사과했다.
그는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비례대표를 신청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후엔 KT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 후보로 거론되다 20014년 12월 아리랑TV 사장에 임명됐다. 언론노조는 이에 대해 ““방석호가 누구인가? KBS 이사 시절 정연주 전 사장을 몰아내는데 앞장서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을 맡아 얼토당토않은 논리로 종편 출범을 뒷받침했다”라며 “정치권을 기웃거리고 언론유관기관 장 자리를 물색하며 번번이 고배를 마시다가 아리랑국제방송 사장으로 입성했다”고 밝혔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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