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병 동료 37% "구타, 가혹 행위 알고도 침묵"

김현빈 2016. 1. 2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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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사건 관련자 83명 조사

형식적인 신고 접수, 불이익 우려

부대 內 각종 신고제도 작동 안해

후임병사에 잡무 전가 부조리 여전

외부단체 조사 등 꾸준한 감시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군대 내 폭력이 빈발하는 이유는 주변의 침묵과 묵인 때문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폭행 및 가혹 행위가 드러난 군부대의 경우 이를 암암리에 묵인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거나 악습이 만연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인권위에 따르면 2014년 4월 육군 28사단에서 선임병들의 가혹 행위와 집단폭행으로 숨진 윤 일병 사건 관련자(28사단 3포대원, 본부포대원, 입실 환자 등) 83명을 조사한 결과 윤 일병이 생전에 가해자들로부터 구타 및 가혹 행위를 당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거나 알고 있었다고 답한 동료 병사는 37%(31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구타ㆍ가혹 행위를 직접 목격한 병사가 22명(26%)이었고 ‘간접적으로 들었다’는 응답자도 9명(11%)이나 됐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윤 일병이 사망하기 전 폭행 사실 등을 신고한 병사는 한 명도 없었다. 이들은 신고를 꺼린 이유로 ‘형식적인 신고 접수 관행’과 ‘신고자 불이익’ 등을 꼽았다. “구타 및 가혹 행위를 신고해도 형식적으로 접수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제3자 신고의 경우 당사자에게 불리할 수 있다”, “신고자에 대한 비밀이 지켜지지 않아 타 부대원들에게 따돌림을 받거나 불이익에 처할 수 있다” 등이 이들의 진술이었다. 해당 부대는 부대원 면담이나 마음의 편지 등 소원수리제도, 국방 헬프콜 등 구타 가혹 행위 관련 각종 신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무용지물인 셈이었다.

인권위는 또 2014년 발생한 부대 내 폭행 사건 7건 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조사 부대 중 일부에선 일ㆍ이등병에게만 잡무를 전담시킨다거나 부대 선임 서열을 무리하게 암기시키는 악습이 발견되기도 했다. 2014년 7월 소속 병사 자살 사건이 발생한 국군정보사령부 산하 한 부대의 경우 일ㆍ이등병이 청소, 식사 후 반찬통 및 식기 세척을 담당하고, 후임 병사 2, 3명이 빨래 등을 전담하며 상병 이상부터 이러한 업무에서 제외되는 등 병영 부조리가 확인됐다.

2014년 7월 전역을 앞둔 병사 자살 사건이 발생한 육군 군수사령부 예하 부대의 경우 신병들에게 부대원들의 서열을 암기하도록 하는 구태 병영문화가 발견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각종 신고 제도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국방부장관에게 훈련소 입소 시부터 모든 병사들에 대해 외부기관을 통한 권리구제 방법에 관해 교육 및 홍보활동을 할 것 등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 인권 전문가들은 병영 문화 개선을 위한 획기적 대책을 촉구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사 비밀 운운하며 군 내부의 어떤 일도 말하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가 군대 내 폭행 등 가혹행위를 심화한다”며 “시민단체가 군부대를 방문해 실태 조사를 하게 하는 등 군 외부 단체에 의한 꾸준한 감시가 병영문화 개선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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