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읽다 보면 답 없어 보인다

김연희 기자 2016. 1. 25. 16: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머리 좋은 대통령의 재치가 빛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판교에서 열린 ‘2016년 정부업무보고 경제혁신Ⅱ’에 참석해 고사성어 ‘우문현답’을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라고 풀이했다. ‘창가문답’이라는 신조어도 선보였다. ‘창조경제의 가능성은 문화에 답이 있다’의 줄임말이다.

누리꾼들은 ‘우문현답’ 사행시로 화답했다. '우리의 문제는 현 상황이 답답하다는 것' '우리의 문제는 현 정권에 답이 없다는 사실이라는 걸 잘 알겠다' '우주가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말하는 현재 대통령을 보니 답답하다' 등. 사행시와 패러디가 절묘하게 결합된 인터넷 문학이 ‘창가문답’ 정신을 구현했다.

ⓒ연합뉴스 :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우문현답의 자세를 몸소 실천했다. 서울 날씨가 영하 12℃까지 떨어진 1월18일, 박 대통령은 현장에 나가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현직 대통령이 일반 국민 자격으로 민간 차원의 입법 촉구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당사자들은 얼마나 답답하시겠나. 국회가 역할을 제대로 못하니까 국민들이 나서서 바로잡으려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생각은 좀 다른 모양이다. 트위터에서는 ‘경제살리기법 서명운동 함부로 하지 말자’는 비정규직 직장인의 트윗이 4000번 넘게 리트윗됐다. 이미 서명을 한 누리꾼은 '내 밥그릇 챙기지는 못할망정 ‘내 밥그릇 가져가세요’ 한 거나 마찬가지다'라며 탄식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청와대에 서명운동 실적을 보고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제활성화 법안 중 노동개혁 5법에 대한 괴담도 유포됐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노동개혁을 쉽게 설명해보자’라는 짤방에서 A와 B는 대화를 주고받는다. A:너의 목에 송곳으로 구멍을 내도 되겠니? B:아니. A:그러지 말고 협상을 해보자. 관통은 안 시킬게. B:아니 사람 목에 구멍 자체를 내지 말라고. A:그렇게 일방적인 주장을 할 수가 있니? 대화를 모르는구나?

그러나 우리 대통령은 해법을 아는 분이다. 몇 년 묵은 난제도 발상의 전환으로 제압한다. 박 대통령은 1월22일 통일·외교·안보 부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6자회담은 실효성이 없다며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시도하는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사자가 걸림돌이 되면 당사자를 빼고 회담을 하면 된다. 역시 ‘우문현답’이다.

김연희 기자 / uni@sisain.co.kr

싱싱한 뉴스 생생한 분석 시사IN Live - [ 시사IN 구독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