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상품권 깡'은 일베 조작일까?
[오마이뉴스 글:김시연, 편집:손병관]
이재명 성남시장이 22일 낮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일부 언론이 이날 성남시에서 청년들에게 배당한 '성남사랑 상품권 깡(할인 거래)' 실태를 보도하면서,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이 조작한 자료를 일부 인용했다는 것이다. 과연 사실일까?
성남시는 지난 20일부터 성남시에 3년 넘게 거주한 만 24세 청년 1만1300여 명에게 '성남사랑 상품권'을 12만5천원어치(연간 50만 원)씩 지급하고 있다. 올해 성남시 '3대 무상복지정책' 가운데 하나인 '청년배당'으로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자기계발할 수 있게 돕고 지역 경제도 살리자는 취지다.
성남시 청년배당 '상품권 깡' 보도 배후는 '일베'?
그런데 1분기 상품권 지급 하루만인 지난 21일 '일베'를 중심으로 인터넷 중고장터인 '중고나라'에서 성남사랑 상품권 거래가 늘었다는 글이 올라온 뒤 보수 언론의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조선> <동아> <한경> <서울> 등은 이날 이른바 '이재명 상품권'이 액면가 70~80%에 현금 거래돼 정책 취지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이들 언론은 성남시 청년배당이 보건복지부의 반대를 무시한 '복지 포퓰리즘(대중영합)'이라며, 박원순 서울시장의 '청년수당'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하지만 이날 '오늘의 유머(오유)' 등 일부 커뮤니티엔 일부 언론에서 인용한 '상품권 깡' 사진을 '일베'에서 조작했다는 글이 급속도로 퍼졌다. 지난 21일 오후 '디시인사이드' 주식 갤러리에 올라온 '성남사랑....상품권...오늘도....번번히....실패한 통베...jpg'란 글이 시초로 추정된다.
디시인사이드 게시자는 성남시가 지난 1월 20일부터 청년배당 상품권을 지급했는데 일베에선 그 이전 상품권 거래까지 묶어, 마치 '청년배당 상품권 깡'이 만연된 것처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1월 20일 이후 거래 글도 대부분 '상품권을 사겠다'는 매입자 글이지, 실제 판매자가 올린 글은 2~3건 정도라는 것이다. 그나마 이 상품권이 청년배당 상품권이란 증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21일 일베에 올라온 '중고나라' 게시판 갈무리 사진에는 지난해 거래도 포함돼 있었다. 중고나라에서 '성남사랑'이나 '성남사랑 상품권'으로 검색하면서 과거 거래 기록까지 포함된 것이다.
▲ '이재명 상품권 깡'은 일베 조작일까? |
ⓒ 김시연 |
언론 보도처럼 중고나라에서 '청년배당 상품권'을 판매하는 글이 급증했다는 건 과장됐음을 알 수 있었다. 다만 판매글 3건 가운데 액면가 12만5천 원 상품권을 각각 11만 원(<일베 사진2>)과 10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도 있어 '청년배당 상품권'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성남사랑 상품권은 5천원 권과 1만원권 두 종류지만, 보통 5만 원이나 10만 원 단위로 묶어 거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년배당 상품권' 거래 주장이 100% 조작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오마이팩트>는 일부 일베 자료가 조작으로 볼 정도로 오류가 있는 건 사실이고, 일부 언론도 이를 여과없이 활용했음을 들어 '디시인사이드' 게시자와 이재명 시장의 일베 조작 주장이 '대체로 진실'이라고 판단했다.
중고나라 상품권 거래 차단... 2분기부터 전자카드로 지급
성남시 관계자도 이날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청년배당으로 지급한 상품권이 거래된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20일 이후 중고나라에 상품권 거래 글이 10여 건 올라온 건 사실"이라면서 "중고매매 커뮤니티와 공조해 상품권이 불법 매매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는 21일 오후부터 '성남사랑 상품권' 거래 게시글을 모두 삭제했다. '중고나라' 운영자는 이날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어제 성남시 요청을 받아들여 '성남사랑 상품권' 거래를 차단하고 기존 게시 글도 모두 삭제했다"면서 "상품권 할인 거래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성남사랑 상품권의 경우 성남시 조례에 재판매를 금지하고 있다고 해 협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고나라 등에선 지금도 전통시장에서 통용되는 '온누리상품권'을 비롯해 각종 백화점, 대형마트, 도서상품권 등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성남사랑 상품권'의 경우 성남시 안에서만 통용되는 지역 화폐인데다, 사용처도 대형유통업체를 배제하고 전통시장이나 중소형 매장, 음식점들로 제한돼 있다. 더구나 상품권 판매처인 농협에서도 이미 액면 6%까지 할인 판매하고, 명절을 앞두고는 10% 할인하기도 한다. '상품권 깡'이 활발할 정도로 매력적인 조건은 아닌 셈이다.
성남시는 지난해 상품권을 133억 원 정도 판매했고, 올해는 청년배당, 산후조리지원금, 생활임금 상품권 지급에 힘입어 220억 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성남시는 2분기부터는 청년배당으로 상품권 대신 현금 거래가 어려운 지역 전자카드를 대신 지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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