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 퇴치중 숨진 119대원..혁신처 "위험직무 순직 아니다"

최훈길 2015. 12. 1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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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혁신처 순직 신청 기각.."말벌퇴치는 위험직무 아냐"내근사망자와 같은 '공무상사망'처분 유족보상금·연금 축소산청소방서 및 유족들 "위험한 민원 출동 많은 현실 무시돼"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벌집 퇴치를 위해 출동했다가 말벌에 쏘여 숨진 119구급대원이 순직 인정을 거부당해 유족들이 반발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인사혁신처는 벌집퇴치는 위험임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유족들의 순직 신청을 기각했다.

17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순직보상심사위원회는 경남소방본부 산청소방서 산악구조대 고 이종태(47·소방경) 대원 유족의 순직승인요청을 기각했다. 이 대원은 지난 9월7일 ‘감나무에 달린 말벌집을 제거해달라’는 신고를 받고 산청군 중태마을로 출동했다. 다른 구조대원이 벌집을 제거하는 사이 이 대원은 신고 주민 자택으로 이동하던 중 말벌에 눈 등을 여러 차례 쏘여 쇼크사로 숨졌다.(참조 이데일리 9월7일자 ‘구조대원 말벌에 쏘여 2시간 만에 목숨 잃어’)

연금복지과 관계자는 “사고 현장을 찾아가 신고자, 함께 출동한 대원 등을 만나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했다”며 “위험직무 순직은 법 규정에 따라 화재진압, 인명구조 등 긴급한 활동 시 인정되는 것이다.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말벌을 제거했다고 인정받기에는 당시 요건이 미흡했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법(제3조·61조)에 따르면 공무 중 공무원이 사망하면 ‘공무상 부상이나 질병으로 인한 사망’(공무상 사망)이나 ‘순직’으로 나뉜다. 공무상 사망은 사무실 등 일반 근무 중에 숨진 경우다. 혁신처는 최근 중국에 연수 갔다가 버스 추락으로 숨진 공무원들도 공무상 사망으로 인정했다.

소방공무원은 ‘재난·재해 현장에서 화재진압이나 인명구조 작업 중 입은 위해 또는 이에 준하는 위험업무 중 입은 위해’로 사망한 경우 순직으로 인정 받는다. 말벌퇴치 작업은 위험직무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이 대원 사망사고는 ‘공무상 사망’이라는 게 혁신처 입장이다.

공무상 사망은 순직에 비해 유족 보상금, 유족연금 등 정부지원금이 상대적으로 적다. 20년 이상 근무한 이 대원의 경우 공무상 사망 판정 시 유족연금은 기준소득월액(이 대원 월급)의 32.5%, 유족보상금은 기준소득월액의 23.4배를 받는다. 순직의 경우에는 유족연금은 기준소득월액의 42.25%, 유족보상금은 공무원 전체 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의 44.2배를 받는다.

유족과 소방본부측은 119 구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산청소방서 관계자는 “최근 소방서에서는 화재진압뿐만 아니라 구조·구급활동이 많고 특히 지방에서는 민원 출동이 상당하다. 사고 당시는 추석을 앞두고 벌집제거 신고가 몰렸던 시기”라며 “요즘에는 독성이 강한 외래종 말벌이 많고 제때 응급 처치를 못하면 호흡곤란까지 겪기 때문에 말벌퇴치 작업은 위험요소가 높다”고 말했다.

순직심사는 이의신청으로 인한 재심사 절차가 없어 유족이 직접 혁신처를 상대로 행정심판(중앙행정심판위원회)이나 행정소송(서울행정법원)을 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혁신처는 순직 관련 행정심판·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의례적으로 항소해 왔기 때문에 순직 여부가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이 대원의 부인 김희순(46)씨는 지난 16일 산청군청을 방문해 지역인재육성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해달라며 남편 장례식 때 들어온 부의금 1000만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김씨는 현재 진주지역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사로 일하며 80대 노모와 대학에 다니는 두 아들과 살고 있다.

119 구조대원이 벌집을 퇴치하고 있다.(사진=서울특별시 소방재난본부)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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