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장병위문금 거둔 보훈처 '사용처' 밝히라니 "중징계" 하라
국가보훈처가 연말에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모금하는 국군장병위문금의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공무원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지난달 초 ‘11~12월 중 공무원·정부 산하기관 임직원을 대상으로 국군장병위문금을 모금한다’는 내용의 협조공문을 각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산하기관에 보냈다. 모금방법은 봉급액의 0.3~0.4%를 내는 것이며 공문에는 ‘국가보훈처 국군장병위문사업’ 명의의 계좌번호가 적혀 있다. 경남 거제시의 경우 지난달 13일부터 지난 4일까지 기본급여의 0.3%씩 모금했다.
보훈처는 1968년부터 한 민간단체가 모금하던 국군장병위문금을 1978년부터 거둬왔다. 국군장병위문금이 47년 동안 모금된 것이다. 보훈처는 지난해 자치단체 등 76개 기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55억9500만원을 모았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이들 소속 지역본부들은 국군장병위문금 등과 관련한 기자회견과 성명서를 잇따라 발표했다. 공무원 노조는 “이맘때면 공직사회에 세금고지서처럼 돌아다니는 게 국군장병위문금 납부 동의서”라며 “박봉의 공무원에게는 억지춘향격의 갑질 횡포”라고 말했다.
위문금 모금은 월급의 0.3~0.4%, 5000~1만원 정도 갹출하는 동의서를 받는 형식이라 강제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 공무원들의 설명이다.
공무원노조는 “순수한 생각으로 모금에 동참했지만 지난해 보훈처는 청와대 경호실에 규정의 26배를 초과하는 2억여원을 줬다”며 “모금액 지출내역도 불투명하고 반강제적으로 걷어 쌈짓돈처럼 생색을 내며 막 써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보훈처의 사용처 비공개에 한술 더 떠 경남도는 공개 요구를 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전국공무원노조 경남지역 간부 4명에 대해 ‘중징계’ 처분을 해당 시·군에 요청해 경남지역공무원노동조합협의회(경공협)가 반발하고 있다. 경공협은 10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보훈처의 위문금 사용 내역의 전면 공개와 경남도의 공무원노조 간부들에 대한 부당징계 중단을 촉구했다. 경공협은 “국군장병위원금의 사용처가 본래 모금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지만 이에 대해 어떠한 해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경공협은 “모금액의 규모와 지출내역 정도는 당사자에게 알려주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인데, 공노조의 정당한 주장을 징계로 되받아치는 경남도의 불통행정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부당징계 강행 시 시민단체와 연대해 저지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훈처는 “투명한 위문금 관리를 위해 관련 부처 관계자, 외부위원 등이 참여하는 위문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모금, 계획 수립, 사용을 심의하고 있다”며 “정부 내 최종적 의결기구인 국무회의에 계획과 결과를 매년 종합적으로 보고해 왔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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