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사이다' 참여재판 첫날부터 긴장감 속 증거 공방(종합2보)
검찰 두루마리 휴지 농약성분 새 증거 제시…변호인 공소사실 전면 부인
배심원 선정부터 신경전…檢·辯 프레젠테이션 방식 배심원단 설득
(대구=연합뉴스) 류성무 최수호 기자 =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 국민참여재판 첫날부터 검찰과 피고인 측 변호인단이 치열한 증거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공소사실 외에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며 피고인 주요 진술이 거짓이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공소 사실 등을 전면 부인하며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손봉기 부장판사)는 7일 대구법원 11호 법정에서 닷새간 일정으로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모(82) 할머니 사건 국민참여재판을 시작했다.
검찰은 배심원단 선정 절차에 이어 오후 1시40분부터 본격 시작한 재판에서 배심원단에게 사건이 발생한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 걸레와 두루마리 휴지에서 농약(메소밀) 성분이 나왔다는 것을 추가로 공개했다.
박씨가 사건 발생 직후 휴지와 걸레로 입에서 거품을 내뿜는 피해자들을 닦아줬다는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다.
검찰은 분석 결과 걸레와 두루마리 휴지에서 메소밀 성분만 나오고 DNA는 검출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피고인이 피해자들 침을 직접 닦았다는 것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피고인이 사이다에 농약을 탄 적이 없고 사소한 일에 분노하는 성향이 아니다고 공소 사실을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오는 11일까지 열리는 재판에서 살인 동기가 없고, 피고인이 범행을 저지를 이유가 없다는 점을 집중 증명한다.
이 과정에 변호인 측 자체 현장검증 결과, 한국작물보호협회, 순천향대 농약중독연구소 등 전문가 의견, 드링크제 제조업체의 사실조회 보고서 등을 무죄 주장 근거로 제시할 방침이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이날 무선 헤드셋마이크와 프레젠테이션 자료까지 별도로 마련해 배심원단을 상대로 주장을 펼쳤다.
특히 오전 배심원 선정 절차부터 긴장감 속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배심원은 통지문을 받고 출석한 배심원 후보자들 가운데 무작위로 대상자를 뽑고, 재판부 직권 또는 검사·변호인의 기피신청 절차를 거쳐 선정했다.
재판부는 당초 300명의 배심원 후보자에게 출석 통지문을 보냈으나 실제 출석자는 70명에 그쳤다.
대구지법 관계자는 "상당수가 중병·상해, 장애 등을 이유로 출석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결원 등에 대비한 예비 배심원 2명을 포함해 9명으로 배심원단을 구성했다.
이번 국민참여재판은 증거 조사, 증인 신문, 검찰 구형, 피고인 측 최후 변론, 배심원 평의·평결 순으로 진행된다.
재판부는 배심원단 평결 결과를 참고해 재판 마지막 날인 11일 오후 판결을 선고한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박 할머니가 사건 전날 화투를 치다가 심하게 다퉜다는 피해자 진술, 피고인 옷과 전동휠체어, 지팡이 등 21곳에서 살충제(메소밀) 성분이 검출된 점, 집에서 살충제 성분이 든 드링크제 병이 나온 점, 범행 은폐 정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검찰이 범행 동기, 농약 투입 시기, 고독성 살충제 구입경로, 드링크제 병에 피고인 지문 등 직접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반박하고 있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최초 신고자, 피해자, 마을 주민, 행동분석 전문가, 사건 수사 경찰관 등 모두 18명을 증인으로 요청했다. 또 580여건의 증거 자료를 제출했다.
박 할머니는 지난 7월 14일 오후 2시 43분께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사이다에 농약을 몰래 넣어, 이를 마신 할머니 6명 가운데 2명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tjdan@yna.co.kr,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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