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 세월호 조사 방해 문건 '응답하라 해수부'
조형국 2015. 12. 1. 21:13
모두가 “모른다”면서도 아무도 “아니다”라고 말하진 않는다. ‘괴문서’가 공개된 지 보름이 돼 가고, 증거와 정황은 한 곳을 가리키지만 정작 지목당한 곳은 ‘나 몰라라’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방해 시나리오 문건 작성지로 지목된 해양수산부는 13일째 ‘무대응’ 중이다.
지난달 19일 새누리당 추천 특조위 위원의 ‘행동지침’을 담은 문건이 공개됐다. 특조위가 청와대 조사를 추진하면 여당 추천 위원들이 의결과정상 문제를 제기하고 전원 사퇴의사를 표명하라는 내용이었다. ‘여당 추천 위원들과 해수부 차관·파견 공무원의 협조·소통을 강화한다’ ‘(여당이 주장하는) 특조위 개시일을 고수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문건에 적힌 ‘해수부’ ‘우리부 입장’ ‘해수부 장관 내정자’ 등은 해수부가 생산한 문건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표현이다. “(수중조사에 대해) 이미 특조위와 협의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인양 후) 미수습자 발견 가능성이 낮은 곳은 특조위 조사를 최대한 허용한다”도 그렇다.
이 문건에 대해 해수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해명·참고 자료도 내지 않았다. 지난달 20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문건 작성자를) 아직도 못 찾았다”고 했다. 1일 통화한 모든 실·국장급 간부들은 한결같이 “관여를 안 해서 모른다”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변했다. “지시를 받고 작성자를 파악해 봤다”고 답한 간부는 한 명도 없었다.
해수부 일선 직원들은 쏟아지는 비판 여론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문건을 접한 공무원들은 “100% 공무원 보고서가 맞다”면서도 “업무 내용을 다룬 걸 보면 해수부 같지만 해수부가 국회·특조위에 그만 한 힘을 행사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공무원은 “우리가 했다면 진짜 나쁜 짓을 한 거고, 아니라면 억울한 일이니 얼른 진상이 밝혀졌으면 좋겠다”며 한탄했다.
괴문건을 대하는 해수부의 태도는 밀실행정·불통·무대응으로 점철된 세월호 참사와 닮았다.
<조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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