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종식하려 80번 환자 죽인 나라" 환자 가족 눈물의 호소

천금주 기자 2015. 11. 2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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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합니다. 국민일보 DB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격리 된 80번 환자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이 인터넷에 올라와 네티즌들이 공분하고 있다. 림프종 환자였던 이 환자는 제대로 된 항암치료를 받지 못해 결국 어린 아들을 두고 세상을 떠나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가족들이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축 메르스 종식’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마지막 메르스 환자 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형이 메르스 때문에 지난 5월 말 격리 조치 됐다가 의사 공식 소견으로 8월부터 전염성이 극히 낮은 상태로 반 년 간 갇혀 있었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또 “결국 메르스로 격리돼 제대로 된 항암치료도 못 받고 죽는다”며 “사흘 남았다고 한다. 본인은 모르고 4살 아들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질병관리본부 공무원 축하한다. 그토록 바라던 마지막 환자의 죽음으로 메르스가 결국 종식됐다”고 분노하며 “앞으로 전염병에 걸리면 자살을 추천한다. 아니면 질본(질병관리본부)이 죽일 거니까”라고 비난했다.

실제 서울대학병원에 확인해 본 결과 80번 환자는 아직 메르스 병동에 격리 조치된 상태다. 서울대학병원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환자의 상태는 개인 정보 때문에 확인 해 줄 수 없다”면서 “지난 10월3일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가 일주일 만에 다시 입원해 현재까지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격리 해제가 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전염 되진 않지만 음성과 양성을 오가고 있다”면서 “격리된 상태에서도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림프종이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80번 환자의 아내는 지난 11일 다음 아고라 청원 페이지에 ‘80번 메르스 환자가 죽어갑니다.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호소 글을 올려 10여일 만에 1만2000명에 달하는 네티즌의 서명을 받았다.

글쓴이는 메르스 80번 환자의 아내라고 밝힌 뒤 “지난해 4월 말 T세포 림프종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와 자가 조혈모 세포 이식까지 진행해 회복했던 남편이 폐렴 증상으로 삼성서울병원에 5월27일 방문해 응급실에서 3일간 대기했다”고 적었다. “이날 의료진은 폐렴은 괜찮다며 항생제 처방을 한 뒤 귀가시켰고 이후 병세가 악화돼 다시 방문했다”는 글쓴이는 “메르스를 검사를 요구했지만 의료진들은 림프종 재발이라며 메르스는 걱정 말라고 했지만 6월5일 1차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와 격리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7월2일까지 삼성서울병원 격리병실에서 대증치료(병의 증상에 대응하는 치료)만 받게 됐다”며 메르스 때문에 지연된 항암치료로 병세가 돼 결국 7월 3일 서울대학병원으로 이송, 메르스 치료부터 받게 됐고 뒤늦게 항암치료를 시작했지만 극심한 부작용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8월 중순 3일 연속 음성이 나왔지만 질병관리본부와 서울대병원이 격리해제 기준을 합의하지 못해 해제 되지 못해 어느덧 120일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고 적은 글쓴이는 “사람들은 우리를 잊었나 보다. 메르스 공식선언과 사실상 종식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경제가 타격을 받은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모든 치료와 검사를 음압실에서 하다보니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질병관리본부와 서울대학병원이 본인들 입장 때문에 나몰라하는 동안 남편에겐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상황이 도사리고 있을까봐 심장이 터진다”며 네 살짜리 어린 아이의 아빠인 남편을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글을 본 네티즌들은 “하루 빨리 치료 받고 완쾌하길 바란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이어가며 서명 운동에 동참했다.

실제 질병관리본부도 현재까지 메르스에 대해 공식적으로 종식 선언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80번 환자가 양성 반응을 보이고 있어 격리조치가 해제되지 않았다”며 “메르스에 대해 공식적으로 종식 선언을 하지 못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앞서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29일 메르스 공식 종선선언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80번 환자가 아직 음성 판정을 받지 않은 시점에서 종식 선언을 하기 어렵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당시 이 환자가 음성 판정을 받은 시점부터 28일 후 종식 선언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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