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사라지는 도로'..옥천 관광버스 전복 예고된 사고
무턱대로 직진하면 논바닥으로 처박히는 구조…사고 되풀이
옥천군 폐 고속도로 이관받고도 안전시설 안 갖춰 원성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지난 15일 충북 옥천군 청성면의 폐 고속도로 구간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전복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부른 예고된 인재였다.
멀쩡하던 도로가 갑자기 농경지에 가로막혀 사라지는 기형적인 구조인데도, 위험을 알리는 안내판이나 과속을 막기 위한 방지턱 하나 눈에 띄지 않는다.
16일 옥천군과 경찰에 따르면 15일 오후 7시 32분께 옥천의 한 종교단체 행사에 참석한 신도들을 태우고 경남 김해로 가던 관광버스(운전자 박모·49)가 도로 옆으로 굴러 떨어져 도랑에 전복되는 사고가 났다.
당시 버스에는 41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지만, 대부분 안전벨트를 매 다행히 큰 화는 면했다.
그러나 운전자 박씨 등 8명이 다쳐 병원치료를 받았다.
사고가 난 지점은 2003년 경부고속도로 선형을 바꾸면서 폐지된 옛 경부고속도로 구간이다.
당시 한국도로공사가 옥천군에 관리권을 넘긴 12.03㎞의 폐 도로가 끝나는 부분인데, 지금은 옥천군이 '군도 4호선'으로 지정해 청성면 조천리의 마을 진입로와 연결해놨다.
선형 개량공사 뒤 남겨진 부분이다 보니 사고가 난 지점의 도로 전면은 농경지와 맞닿아 있다.
초행길 운전자가 무턱대고 차를 몰고 앞으로 달리다 보면 논바닥으로 떨어지기 십상인 기형적 구조다.
상황이 이런데도 사고 지점에는 차량 직진을 막기 위한 안내판이나 안전시설물 하나 변변하지 않다.
최근 인근에서 고속도로 확장공사를 하는 A 건설이 도로 끝 농경지를 흙으로 북돋워 놓은 뒤에는 도로 전면이 1∼1.5m 높이의 흙더미에 가로막히는 형태로 변했다.
사고 버스도 이 구간을 직진하려다가 흙더미에 부딪히면서 길옆 도랑에 전복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고 당시 3대의 버스가 줄지어 운행하던 중 2번째 버스가 앞차를 추월하려다가 갑자기 나타난 흙더미에 부딪혀 중심을 잃고, 왼쪽으로 굴러 떨어졌다"고 사고 과정을 설명했다.
사고 버스는 경부고속도로 금강IC로 진입하려다가 길을 잘못들어 이 도로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예전에도 이 곳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했다고 전했다.
마을 주민 최모(60)씨는 "지난해에도 신혼부부를 태운 승용차가 사고 장소에서 굴러 떨어지는 등 사고가 이어졌다"며 "관계 기관에 사고예방 대책을 요구했지만, 누구 하나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옥천군은 안전시설이 소홀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 구간이 아직 개통되지 않은 '미완의 도로'라고 강조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청성면 묘금∼판수리를 잇는 15㎞의 군도 4호선 중 폐도(7㎞)를 제외한 나머지 구간(8㎞)이 아직 개설되지 않은 상태여서 안전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며 "과거 농경지 추락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해뒀는데, 공사과정에서 옆으로 옮겨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형 사고가 터지자 군은 부랴부랴 교통안전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도로 폭을 서서히 줄여 마을 진입로에 이어붙이고, 교통 안내판 등을 설치하는 방안을 경찰과 협의해 교통안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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