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진 전 국편위원장 "현행 8종 교과서는 모두 중도, 중도우파, 우파 성향"

임아영 기자 2015. 11. 3.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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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부에 걸쳐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72)가 “현행 8종 역사 교과서는 모두 중도, 중도우파 또는 우파 성향으로 교학사 교과서만 우파 성향으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현행 교과서를 종북, 좌편향으로 모는 것에 대해 “공직에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면 되나”라며 “같은 당의 정부가 왜 이렇게 차이가 많은지 이해가 안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9월 국편위원장에 취임해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9월까지 재임했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그는 2013년 현행 검정 교과서 내용을 심의·수정하는 검정 과정을 총괄한 총책임자다.

이 교수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현행 8종 교과서에 대해 “집필 지침, 검정 결과 모두 교육부장관이 살펴보고 발표한 것으로 3년 걸려서 만들었고 수고한 사람들도 수십명인데 안되겠다 싶어서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내가 출판사 심사본을 심사하는 심사위원을 선정할 때 가급적 중도적인 교수·교사들로 구성했다. 교육부와 그 과정에서 의논을 많이 했고 교육부가 모두 승인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교육부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김일성 주석 사진과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 갯수를 비교해 종북 교과서라고 한 것에 대해 그는 “김일성이 남침하려고 소련 방문한 사진, 김정일 사진 속 김일성 초상화 사진이 어떻게 종북이냐”며 “학생들이 보면 자연스럽게 북한은 왕조체제처럼 운영되는 것으로 인식할 것 아닌가. 책임성을 가져야 할 정당 대표가 확인도 안 하고 대중 연설에서 그렇게 말하면 어떡하느냐”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여당이 2011~2012년 2년간 쓰기로 했던 임시 교과서를 가지고 논리적 근거를 대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2009년 이명박 정부가 ‘근현대사’ 과목을 없애고 근현대사 내용을 통사로 ‘한국사’에 합치면서 2012년부터 완전히 새롭게 만들기로 했다”며 “2년간 쓸 것을 만들기로 하고 출판사로부터 6종을 심사했는데 그 6종 교과서에 지금 비판하는 좌편향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걸러지지 않고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 신문이 2013년 하순 이 교과서에 대해 비판 기사를 썼는데 내가 2013년부터는 어떤 고등학교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까지 해줬다”며 “지금 새누리당에 누군가 이 교과서를 잘못 제공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유일하게 우파 교과서로 평가한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서도 “검정위원 8명이 평가를 했는데 점수가 좋지 않았다”며 “특히 주장하고 있는 ‘식민지근대화론’이 역사학자로서 문제라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수정 지시는 장관만이 할 수 있으니 한영우의 <다시보는 한국사>와 이기백의 <한국사 신론>에 나오는 일제시대 경제사회 서술을 정리해 교학사 교과서와 비교하는 일람표를 만들어서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황교안 국무총리 담화문을 봤는데 99.9%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며 “국정 교과서가 된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국정 교과서 반대 입장을 이미 밝힌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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