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 탐사플러스] "해경서장이 배 빼라 지시"..'조희팔 밀항' 녹취파일 입수
[앵커]
최근 수조 원대의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이 잇따라 체포되면서 조희팔 사건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정관계 로비 의혹이 이번에는 밝혀질지, 이것이 밝혀지면 그야말로 폭탄급이다, 이런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탐사플러스 취재팀은 조희팔을 잡아야 할 해경이 그의 밀항을 사실상 도왔다는 의혹이 담긴 녹취를 단독으로 입수했습니다.
윤샘이나 기자입니다.
[기자]
2008년 12월 9일 낮 1시 15분.
충남 태안군의 마검포항에서 모터보트 한 대가 빠져나갑니다.
배에는 낚시꾼 차림을 한 성인 남성 8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빠른 속도로 항구를 빠져나간 보트는 100km를 넘게 달려 공해상에서 기다리고 있던 중국 어선과 접선했습니다.
보트에 타고 있던 남성 중 한 명이 어선으로 옮겨탔고, 이 배는 곧장 중국으로 빠져나갔습니다.
공개 수배중이었던 조희팔이 대낮에 유유히 밀항에 성공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취재진은 당시 검거에 나섰던 해경 실무자와 조희팔의 밀항 사실을 해경에 제보한 박모씨의 통화 녹취를 입수했습니다.
[해경 관계자 : 경비정 몇 마일 떨어져서 계속 감시하는 걸로. 그래서 공해 상에서 일망타진하는 걸로 검거 계획서를 그렇게 짰다고. 접선할 때 중국 어선까지 다 일망타진하는 걸로 해버렸거든.]
해경이 조희팔을 태운 배가 지나가는 곳에 잠복하고 있다 모두 체포하기로 돼있었습니다.
그런데 작전에 들어가기 직전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당시 태안해경 서장인 A씨가 배치된 경비정을 모두 빼라고 지시한겁니다.
[해경 관계자 : 계획서를 무시해버린 게 서장이야. 아침에 출근할 때 갖다 주니까 놓고 내려가라고 하더라고. 한 시간 있다가 부르더니 경비정 다 빼래.]
해경 감시망에 구멍이 뚫린 겁니다.
서장 A씨를 비롯한 태안해경 관계자들과 조희팔 측의 유착 의혹이 일었지만 내부 감찰에서는 밝혀낸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당시 A서장은 검거 실패의 책임을 지고 직위해제됐지만 불과 넉달 만에 해경청으로 복귀했습니다.
취재진은 현재 강원 지역의 한 해경서장으로 근무하는 A씨를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퇴근길에 만난 A서장은 취재진이라는 것을 밝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납니다.
[A서장 : (2008년 조희팔 밀항 당시에 경비정 빼라고 지시한 것 맞으세요?) … (아니면 아니라고 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
따라오는 취재진을 거세게 뿌리치더니 대기하던 차를 타고 황급히 자리를 피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은 또 있었습니다.
조희팔이 타고 나간 배의 주인이자 밀항 사실을 해경에 제보했던 박씨가 최근 구속된 겁니다.
금어기에 키조개 1만개를 불법 채취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박씨는 조희팔 밀항 당시 해경의 방조 의혹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물입니다.
취재진은 구치소를 찾아가 박씨를 직접 만났습니다.
[박모 씨/조희팔 밀항 신고자 : (조희팔 밀항할 당시에 서장이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세요?) 알고 있었지. 내가 신고를 했는데 그 사람들을 쫓아다닌 게 아니라 나를 감시했어.]
그런데 구치소 측은 기자라는 사실을 알자 접견을 중단시켰습니다.
[구치소 관계자 : 이 분 같은 경우는 바깥에서도 관심이 있는 부분이고 저희 교정시설에서도 다 관리하게 돼 있잖아요. (해양수산법 위반으로 구속된 거 아닌가요? 이것도 특별 관리 대상인가요?) 이 사람은 조금 민감한 부분이 있잖아요.]
박씨 측은 조희팔 사건이 다시 조명되면서 수사기관의 유착 의혹이 드러날까 봐 자신을 구속시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조희팔 밀항 당시 박씨와 해경이 나눈 대화에는 검경 간부의 이름이 실명으로 공개되기도 합니다.
[해경 관계자 : 조희팔이 잡히면 000(해경 고위 간부), A 서장 다 구속돼야 한다 딱 그러시네.]
조희팔 밀항 이후 측근들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해경에 대한 로비 정황이 포착됐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해경 관계자 : 경찰청인가에서 일부 흘러나오는 소리가 '해경에도 2명이 나온다. 계좌로 돈이 입금된 게…']
해경 측에서 흘러나온 로비 의혹이어서 수사가 불가피해 보이는 대목입니다.
[김상전 대표/조희팔 피해자단체 '바실련' : 같은 장소를 세 번씩이나 밀항을 시도합니다. 결국 성공했어요. 그 스토리에 보면 해경이 등장합니다. 잡지 않았나, 아니면 방조를 했는지 그것은 사법 당국에서 알아볼 부분이지만 많은 의혹을 갖고 있는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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