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서울에만 25만마리.. '길냥이'가 많아진 이유는

김수경 기자 2015. 10. 1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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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들, 대도시 생활서 살아남으려 암컷 중심으로 군집 형성.. 개체수 늘려

서울 동작구에 사는 50대 김모씨는 동네 놀이터에 모인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는 2년 차 '캣맘'이다. 고양이 5~6마리를 주기적으로 돌보고 있다. 김씨는 그러나 최근 주민들로부터 "대책 없이 밥을 주면 어떡하느냐"는 항의를 받았다. 김씨는 "동물들이 불쌍해서 밥을 주는 게 뭐가 문제냐"고 따졌지만, 동물보호단체에 문의하니 "밥을 주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는 뜻밖의 답변을 들었다. "길고양이가 대책 없이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몰래 왔다 몰래 사라져 도둑고양이로 불리던 길고양이가 뉴스의 중심에 섰다. 숫자는 갈수록 늘어가는데 통제·관리할 곳이 따로 없어서 골칫거리가 됐다는 얘기다. 밤새 끊임없이 울어 불쾌감을 주고 음식물 쓰레기를 헤쳐놓는 일도 잦다. 아파트 지하실, 주택 옥상 틈, 놀이터나 화단까지 길고양이에게 점령당했다. 각 지자체에 들어오는 민원도 끊이질 않는다. 지난 8일 경기 용인시 아파트 단지에선 길고양이 집을 만들던 50대 캣맘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는 일도 생겼다.

서울시가 지난 6월 파악한 길고양이 수는 대략 25만마리다. 1000만이 갓 넘은 서울인구와 비교했을 때 100명당 2.5마리꼴이고 용산구(25만7143명, 2011년 기준)나 금천구(26만4544명) 인구와 맞먹는다. 서울시는 "모든 길고양이를 일일이 조사할 수 없어 12곳을 샘플로 조사해 추산한 결과"라며 실제 길고양이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길고양이의 폭발적 증가를 고양이가 대도시 생활에 적응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고양이는 원래 자신만의 영역을 지키는 동물이지만 대도시에서 살아남으려다 보니 다른 고양이와 영역을 공유하게 됐다. 그러자 암컷을 중심으로 집단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개체수를 늘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배진선 주무관은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길고양이가 택한 방법이 콜로니(colony·군집)"라며 "그 안에서 자연 교배를 하고 새끼를 낳아 기르다 보니 그 수가 가늠할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무조건 예뻐만 하는 일부 캣맘들도 길고양이 번식을 거든다. 중성화수술(TNR·Trap Neuter Return) 없이 먹이와 은신처만 제공하는 캣맘 덕분에 길고양이들은 1년에 3~4번, 한 번에 3~4마리씩 새끼를 낳고 있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중성화수술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캣맘도 많다"고 했다.

길고양이는 많지만 반대로 길강아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서울 시내에 길강아지는 없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유기·유실견이 있을 수 있지만 야생화된 개, 즉 들개는 없다는 뜻이다. 개는 사람을 따라다니는 습성 덕분에 금세 눈에 띄어 구조되는데다 동물등록제도, 목줄 착용 등으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기견은 동물보호소에서 일정 기간 관리하다 안락사시키지만, 길고양이는 중성화수술을 시행하고 다시 풀어준다. 동물보호법상 고양이는 등록대상 동물도 아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중성화수술이 된 길고양이는 전체의 10% 미만이다. 중성화 비율이 전체 길고양이의 70%가 넘어야 개체수 증가가 멈춘다. 서정대 애완동물과 조윤주 교수는 "유럽과 미국에서도 길고양이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 중성화수술을 택하고 있다"며 "길고양이가 조금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게 돕는 방법이 사실상 그것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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