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불륜 리포트] 기혼자 24%·월급 700만원 이상 52% '외도'.. 불륜의 통계

입력 2015. 9. 14.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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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숫자로 본 '잘못된 만남'

[서울신문]‘636만명.’

국내 기혼 남녀 수(2628만명·사별 뒤 재혼하지 않은 인구 포함)에 서울신문·마크로밀엠브레인의 여론조사 결과 드러난 간통 경험률(24.2%)을 적용해 추산한 국내 불륜 인구 규모다. 서울에 사는 전체 기혼 인구(499만명)보다 많고 부산시 전체 인구(351만명)와 비교하면 1.8배나 많다. 간통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흔한 문제인지를 보여 주는 수치다. 한국 사회에서는 누가, 왜 불륜에 빠질까. 여론조사 결과 속에 담긴 국내 불륜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31% 50대 외도, 20대 2배 달해

이번 설문조사에 응한 기혼자 2000명 가운데 ‘간통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모두 484명이다. 이들의 연령과 직업, 소득, 배우자와의 관계 등은 각양각색이었지만 특정 사회·경제적 배경이 교집합을 이룰 때 간통할 확률이 높았다.

우선 연령별로는 ‘불혹’을 넘기면서 간통을 경험하는 비율이 급증했다. 결혼 뒤 배우자가 아닌 이성(성매매 포함)과 성관계(간통)를 가진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만 19~29세인 젊은 응답자 중 15.3%만이 ‘있다’고 답했다. 30대는 18.9%가 같은 답을 해 20대와 30대 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40대 중에는 23.4%가 ‘간통 경험이 있다’고 답해 증가 폭이 커졌고 50대는 30.9%로 직전 세대에 비해 7.5% 포인트 늘었다. 40~50대가 외도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블랙홀인 셈이다. 특히 남성 불륜 경험률만 보면 ▲19~29세 25.0% ▲30대 29.2% ▲40대 36.6% ▲50대 51.6%로 40~50대 때 외도에 빠지는 경향이 더욱 눈에 띄었다.

성미애 방송통신대 가정학과 교수는 “중년기는 삶의 정점기로 사회적 지위 등을 갖추지만 신체는 눈에 띄게 노화하는 시기”라면서 “이를 받아들이고 수용하지 못하면 삶의 허함을 느끼게 되는데, 다른 이성에게 눈을 돌려 삶의 활력을 찾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53% 고위 관료·기업 간부 외도

소득에 따라서도 간통 경험률은 의미 있는 차이를 보였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수록 간통 경험이 증가했다. 개인소득이 전혀 없는 설문 응답자 가운데 ‘간통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0.2%였지만 ▲50만원 미만 11.9% ▲월 50만~100만원 미만 13.0% ▲100만~299만원 22.9% ▲300만~499만원 31.2% ▲500만~699만원 42.3% 등 높은 소득군(群)일수록 간통을 흔히 경험했다. 특히 개인 월 소득 700만원 이상 계층은 51.6%가 간통 경험이 있었다. 연봉 8400만원(700만원×12개월) 이상 고소득자는 2명 중 1명꼴로 간통 경험이 있다는 얘기다. ‘바람도 돈이 있어야 피운다’는 사회적 통념이 통계를 통해서도 입증된 셈이다.

응답자의 직업과 직급도 간통 경험률의 차이를 가르는 핵심 변수였다. 5급 이상 공무원과 부장급 이상 기업 간부, 학교장 등 경영·관리직 종사자는 53.4%가 ‘간통 경험이 있다’고 답해 전 직업군 가운데 가장 높은 경험률을 보였다. 이어 ▲자영업 35.9% ▲기능·숙련공 30.3% ▲판매·서비스직(상점 점원 등) 27.9% ▲전문직(교수·의사·변호사 등) 26.0% ▲사무·기술직(기업 사무직· 초중고 교사 등) 25.4% 순이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간통을 일종의 권력 문제로 접근했다. 그는 “간통은 ‘권력 행사’로 볼 수 있다”면서 “소득수준이 높거나 직급이 높은 사람 중 간통 경험자가 많은 건 자신이 일정한 권력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심리적 반작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혼 남녀들은 외도 상대를 주로 어디서 만날까. 간통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은 자신의 간통 대상으로 ▲채팅 사이트·나이트클럽 등 새로운 곳에서 만난 사람 37.2% ▲유흥업소 관계자 29.5% ▲직장 동료 25.6% ▲동창 등 친구 17.1% ▲동호회 사람 11.6% ▲업무 관련 직원 1.2% 등을 꼽았다. 특히 남성 응답자는 유흥업소 관계자(38.6%)나 새로운 곳에서 만난 이성(37.6%)과 불륜을 저지르는 사례가 빈번한 반면 여성은 새로운 곳에서 만난 이성(36.1%) 다음으로 직장 동료(27.9%), 동창 등 친구(19.7%), 동호회 사람(14.8%) 등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이성과 ‘잘못된 만남’을 갖는 경향이 짙었다. 외도 사실이 배우자에게 발각될 확률은 10.7%였다. 외도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은 대부분 ▲배우자가 다른 이성을 만난 사실을 알아채거나 의심한 적이 없다(55.4%)거나 ▲배우자가 결정적 증거를 알아채지는 못했지만 의심한 적이 있다(33.9%)고 답했다.

한편 외도하고 싶은 욕구만 있는 ‘잠재적 외도군’들은 ‘배우자에 대한 미안함’(54.7%)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어 ‘자녀의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에 대한 걱정’(21.9%), ‘도덕적 비난에 대한 두려움’(15.4%), ‘발각됐을 때의 경제적 손실’(3.1%) 등의 순으로 이유를 들었다. 특히 여성의 25.9%는 ‘자녀의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까 봐 외도하지 못한다’고 한 반면 남성은 16.6%만 같은 이유로 외도하지 못한다고 답해 부성애보다 모성애가 간통의 유혹을 가로막는 힘이 더 강했다.

58% 간통죄 부활 주장하는 여성

간통죄 폐지 이후 6개월이 흘렀지만 국민 다수는 여전히 간통죄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특히 ‘간통 피해자’로서의 사회적 이미지가 강한 여성들은 바람난 남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장치로 간통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간통죄 폐지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남성 응답자는 38.8%가 ‘간통죄는 징역형에 처하는 방식으로 있어야 한다’고 답했고 27.4%는 ‘폐지된 것이 옳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여성 응답자는 57.8%가 ‘간통죄는 있어야 한다’고 답했고 ‘간통죄는 폐지된 것이 옳다’고 답한 비율은 12.0%에 그쳤다. 또 세대별로는 20·30대의 53.7%가 ‘간통죄는 있어야 한다’고 답한 반면 40·50대는 같은 응답을 한 비율이 46.7%로 7.0% 포인트 낮았다. 비교적 성(性) 문제에 개방적일 것 같은 젊은 세대가 오히려 부부간 성적 성실의무에는 엄격한 셈이다. 한경혜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20~30대 기혼자의 경우 결혼의 초기 단계에 있는 사람들로 어린아이를 키워야 하다 보니 상대에 대해 규범을 더 엄격하게 적용할 수 있다”며 “반대로 결혼 생활을 오래하고 다양한 경험을 해 온 기성세대일수록 부부 관계 면에서도 보다 융통성 있게 사고하는 듯하다”고 해석했다.

86% 바람피운 쪽 이혼 청구 반대

바람피운 배우자도 이혼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파탄주의’(현실적으로 혼인 관계가 깨졌다면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법 개념) 채택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5.5%가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하는 것은 권리 남용으로 도입하면 안 된다’(50.0%)거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기상조’(35.5%)라는 등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우리 현행법은 유책주의(혼인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는 이혼 청구를 하지 못한다는 법 개념)를 채택하고 있는데 최근 대법원에서 파탄주의 도입에 대한 공개변론을 여는 등 제도 변화 논의가 활발하다.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성관계를 했을 때에 대한 인식(성매매 제외)을 묻는 질문에도 성별, 연령에 따른 인식 차가 확연했다. 남성 응답자 중에는 16.4%가 ‘경우에 따라서는 용납할 수 있다’고 응답한 반면 여성 응답자 가운데 같은 답을 한 비율은 10.5%로 낮았다. 만 19~29세와 30대 기혼 응답자 가운데 ‘경우에 따라 용납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8.2%, 7.7%였지만 40대와 50대는 각각 13.6%, 18.3%가 같은 응답을 해 중년층이 배우자 외도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배우자의 간통 사실을 알아챘을 때 실제 이혼을 결심하는 비율도 설문 결과로 가늠할 수 있다.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호감을 갖고 몇 차례 만나다가 성관계를 가졌다면 어떻게 대응할지 묻는 질문에 ‘소송하지 않고 헤어진다’(42.6%), ‘소송한 뒤 헤어진다’(28.6%) 등 10명 중 7명꼴로 이혼 의사를 밝혔다. 반면 ‘망신 혹은 위협만 가하고 마음을 돌려 같이 살 것’(16.1%)이라거나 ‘모르는 척 넘어갈 것’(9.5%)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배우자의 외도를 인지했을 때 남녀 간 대응 태도가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소송한 뒤 헤어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31.7%)이 남성(25.0%)보다 높아 ‘법적 응징’을 하려는 경향성이 더 짙었다.

88% 아내 바람 절대 용서 못해

동병상련일까. 간통 경험자들은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성관계하는 데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스스로 배우자를 기만한 경험에서 나오는 죄책감 역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성관계를 가졌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간통 경험자 가운데 28.7%는 ‘경우에 따라서는 용납할 수 있다’고 답해 전체 응답자 평균(13.3%)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반대로 ‘어떤 경우든 용납할 수 없다’고 답한 비율은 71.3%였다. 간통죄 폐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32.4%가 ‘간통죄는 있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33.3%는 ‘간통죄는 폐지된 것이 옳다’고 답해 전체 응답자 평균보다 간통죄 폐지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간통 유경험자는 간통죄 폐지에 대한 악영향에 비교적 낙관적인 모습을 보였다. 간통죄의 폐지로 간통이 빈번해질 것인지 묻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39.5%였고 ‘그렇다’는 응답은 60.6%였다. 전체 설문 응답자 중 71.5%가 ‘간통죄 폐지로 간통이 빈번해질 것’이라고 우려한 것보다는 낮은 수치다.

이번 설문에서는 부부간 성적 신의를 바라보는 남성들의 이중적 태도도 묻어났다. 관계가 원만한 부부가 있는데 남편이 업무 관계로 알게 된 여성과 성관계를 갖는다면 아내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상황 가정형 질문’에 남성 응답자 중 76.9%는 ‘어떤 경우든 용납할 수 없다’고 답했고 23.1%는 ‘경우에 따라 용납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반면 아내가 업무 관계로 알게 된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다면 남편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남성 응답자의 88.1%가 ‘어떤 경우든 용납할 수 없다’고 답했고 11.9%만 ‘경우에 따라서는 용납할 수 있다’고 답했다. ‘남자의 불륜은 상황에 용납할 수 있지만 여성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자기 중심적인 남성의 심리가 작용한 셈이다. 반면 여성 응답자들은 남편이 다른 여성과 성관계를 가졌을 때와 아내가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가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묻는 질문에 ‘어떤 경우든 용납할 수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91.4%, 91.8%로 일관되게 답했다.

특별기획팀tamsa@seoul.co.kr

특별기획팀 유영규 팀장, 유대근·윤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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