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괴물이 된 동업자..증권맨 A씨의 비극

2015. 9. 1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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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인분교수 사건 연상”

[헤럴드경제=양대근ㆍ서지혜 기자] 서울 여의도 증권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돈 냄새’를 잘 맡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실패자에게는 그만큼 냉혹한 곳이기도 하다.

지난 5월 31일 오후 2시. 인적이 드문 여의도 샛강변에 작은 벤처투자회사 공동대표 A(37)씨가 홀로 앉아 있었다. 자살을 하기 위해서였다. A는 미리 써둔 유서를 옆에 두고 준비해 온 농약을 마셨다. 

그리고 3시간여 뒤, 사경을 헤매던 A를 행인이 발견하고 급히 119에 신고했다. 천만다행으로 A는 목숨을 건졌다.

모든 비극의 출발점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는 여의도 모 투자회사에 취업해 같은 학번인 B(36)씨를 직장동료로 처음 만났다.

성격은 정반대였지만 둘은 금방 죽이 잘 맞았다. A는 유들유들하면서 친화력이 좋은 반면, B는 추진력 있고 카리스마도 남달랐다.

투자 얘기를 할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자주 연락하던 두 사람은 몇 번의 이직 끝에 회사를 같이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그렇게 2012년 12월 그들만의 사무실을 갖게 됐다. A가 2000만원, B가 3000만원을 자본금으로 출자했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여느 벤처투자자들처럼 여의도 모 오피스텔에 터를 잡고 여직원도 한 명 뒀다.

공동 대표이사였지만 A가 대외활동을 주로 하고, B가 전략과 기획을 맡았다.

시장 분위기를 잘 탔고 처음부터 잘 나갔다. 5000만원 짜리 회사가 1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B가 "차이를 더 벌려야 한다"며 요구하는 사항이 점점 많아지면서 다른 사람으로 변해갔다.

A의 이어지는 실수를 계속 못마땅해하더니 창업 4개월째부터 “너는 구제불능이다”라는 B의 폭언이 시작됐다. 그렇게 한달여가 흐르자 어느날 갑자기 뺨을 때렸다.

A는 황당했다. 처음에는 “왜 그러느냐”고 화를 냈지만 B는 “첫 직장에서 너를 감싸주고, 너의 가능성에 대해서 서포트했는데 너는 나를 배신했다”는 등 외려 더 강하게 나왔다.

완력으로 B를 이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B는 “성공하기 위해서는 밤낮없이 일해야 한다”며 점점 자신만의 스타일로 회사를 운영해 나갔다.

A를 때릴 때도 “옛날 창업주들은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직원들 귀싸대기도 때리고 카리스마가 장난이 아니었다”는 이유를 붙였다. 그럴때마다 규율과 원칙을 강요했다.

A의 큰 저항이 없자 B의 폭행은 날로 심해졌다.

일주일에 한두번 이상은 꼭 맞았고, 심할 때는 하루 종일 언어 폭언과 신체 폭력에 시달리기도 했다. 폭행 장소도 사무실, 화장실, 길거리를 가리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동업자 관계가 주종 관계로 바뀌었다.

B에게 존댓말을 쓰기 시작했고, 몇 시에 출근했고 몇 시에 퇴근했는지 지금 무얼 하는지 일거수일투족을 ‘카톡’으로 보고해야 했다.

A의 실수가 이어지자 “집에도 들어가지 말고 토요일, 일요일까지도 출근하라”고 했다. 아내와 딸이 있었지만 외박을 하기 일쑤였다.

더이상 참을 수 없어 A가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하자 B는 “네가 있었던 것만으로도 회사에 손해니 배상금을 내라”,  “죽기 싫으면 일하라”고 역으로 협박을 했다.

보고가 마음에 안 들면 고함을 지르고 머리박기를 시켰다. 그들 사무실이 있는 층이 시끄럽다고 소문이 났다.

서울 연남동의 한 중식당에서는 식사 도중에 B가 숟가락으로 A를 찍어 그의 머리 부분이 찢어지는 일이 있었다. B는 태연하게 “술먹고 넘어졌다고 해라”, “비비크림 바르고 다녀라”고 말했다. 

A는 날이 갈수록 저항할 힘을 잃어갔다. 여직원이 있었지만 공포 분위기에 신고는 엄두도 내지 못했고, 대신 폭행이 일어날 때마다 A는 B 몰래 휴대폰의 녹음 버튼을 눌렀다.

나중에는 가족까지 걸고 넘어졌다. A의 아내가 B에게 고분고분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생활이 2년 가까이 이어지자 결국 자살을 결심했다. ‘나만 죽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A가 자살을 시도한 날, 아무것도 몰랐던 A의 가족들은 그의 핸드폰에 남아있던 녹음 기록을 발견하고 그제야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됐다.

A의 가족은 상습 폭행과 협박 혐의로 B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소했다. B는 현재 경찰에 불구속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병원에 입원 중인 A는 일년 이상의 신체적, 정신적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A의 가족은 B와의 모든 합의를 거부하고 추가 고소를 검토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B는 폭행 혐의를 일부 시인했으나 몇몇 구체적 사항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B와의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입원중인 A는 기자에게 “맞을 때는 B가 신이라도 된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A는 “2년 동안 안경을 6~7번 정도 바꿨다”며“금융맨이 무슨 안경바꿀 일이 있겠나요”라고 했다.

그는 “정신이 들수록 제가 너무 비정상적인 삶을 살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제는 B가 죗값을 치렀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B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B측에서는 “회사와 관련된 일이 아니면 답변할 의무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법조계 관계자는 “제한된 공간에서 한 사람을 저항할 수 없게 만들고 자살까지 기도하게 했다는 점에서 ‘제 2인분교수’ 사건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경찰은 오는 23일까지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치고 B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bigroot@heraldcorp.com

※ 이 기사는 A의 진술과 경찰ㆍ변호인의 조언, 그리고 실제 녹취록과 두 사람의 메신저 내용에 근거해 작성된 것입니다. B의 주장을 담으려고 했으나 B측은 취재를 거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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