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등교 1년..경기도 학교현장 어떻게 달라졌나

2015. 8. 26.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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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활기 찾고 자율성 높아져..맞벌이가정 배려, 수험생 우려 과제로"
2014년 8월 말 9시 등교를 시작한 의정부여중(연합뉴스 자료사진)

"건강과 활기 찾고 자율성 높아져…맞벌이가정 배려, 수험생 우려 과제로"

(수원=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오전 8시 40분이 지났지만 교문을 들어서는 학생들의 표정에는 다급함이 없었다. 친구와 간간이 대화를 주고받고 교문 앞에 나와 있는 선생님과도 여유로운 눈빛을 주고받았다.

해가 뜬지 2시간이 지난 시각에 등교하는 고등학생들치고는 걸음걸이에서 여유마저 느껴졌다.

등굣길을 지켜보던 김대원 화성 향남고 교장은 "9시 등교 이후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라면 아이들 표정과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향남고는 지난해 8월 말 학생, 학부모, 교사 대표 17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토론회를 열고 의견조사를 거쳐 등교시간을 종전 8시 20분에서 9시로 약 한 시간 늦췄다.

처음엔 버스 시간 때문에 8시20분까지는 학교에 도착할 수밖에 없는 장거리 통학 학생들과 3학년 수험생들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정착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9시 이전에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도서관(독서)과 다목적강당(스포츠)을 개방했으나 이마저 이용하는 학생이 초기의 절반으로 줄었다. 일찍 등교하는 3학년 정진반(특별반) 학생도 27명에 불과하다.

그 대신 종종 새로운 아침풍경을 볼 수 있게 됐다. 8시 20분 등교시간이 임박해 학교 앞 6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아찔한 광경이 사라졌다. 대신 봄·가을엔 음악동아리 학생들이 연주와 노래로 '음악이 있는 등굣길'을 연출한다. '친구사랑 주간'에는 학생들끼리 교문 안팎에서 사탕을 주고 받는다.

학업성취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지역적 한계를 딛고 올 대학입시에서 졸업생 97%가 대학에 진학했다.

김 교장은 "2∼3년 전에는 (1교시부터) 엎드려 자는 아이들이 한 반에 10명 안팎이었는데 요즘은 1∼2명 정도"라며 "졸음 극복용으로 한 반에 2∼4개씩 비치한 입식책상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남 서현고는 9시 등교를 '일반고 살리기'에 활용한 사례로 꼽힌다.

이 학교는 아침·저녁 시간을 활용해 2∼6명이 자기주도학습 활동을 하는 스터디그룹이 155개에서 197개로 42개가 늘어났다. 가장 많이 활동하는 시간은 오전 8∼9시이다. 이 때문에 활동 공간이 부족해 교장실과 행정실까지 내줬다. 신도시 고교생들의 성적향상 욕구를 9시 등교 정책에 접목한 셈이다.

이 학교 허왕봉 교장은 "관리와 통제의 학교문화가 완전자율로 바뀌면서 수업분위기도 달라졌다"며 "9시 등교 이후 쉬고 싶은 학생은 쉬게 하고 공부하고 싶은 학생은 공부하면서 자율권과 휴식권, 학습권이 동시에 보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정 교육감 취임 이후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 9월 1일부터 '9시 등교'를 전면 시행한 지 1년이 됐다.

'건강한 성장과 활기찬 학습'을 모토로 출발했으나 전격 시행한 탓에 초기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초중등교육법상 학교장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교원단체의 반발과 자녀 돌봄을 걱정하는 맞벌이 가정의 반대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런 반대를 딛고 이제 경기도 내 초중고 2천283곳 가운데 9시 등교 참여 학교는 2천229곳(97.6%)이나 된다. 미시행 학교는 중학교 3곳, 고교 51곳 등 54곳(2.4%)에 불과하다.

경기도에서 시작한 9시 등교는 강원, 서울, 인천 등으로 확대되면서 사실상 대세로 자리 잡았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지난해 11월∼올해 1월 수행한 '9시 등교 효과 분석' 정책연구를 보면 신체 및 정신건강적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평균 수면시간은 7분(초등학생)∼31분(고교생), 아침식사 비율은 8%P 안팎 늘었다.

실제로 수원 영덕초 6학년 담임 강은진 교사는 "부스스한 얼굴로 등교하는 모습이 없어졌다"며 "사춘기가 시작돼 잠이 많아진 아이들이 확실히 잠을 더 자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중·고생의 수면시간은 설문조사 기준 7시 54분과 6시간 47분으로 미국 국립수면재단의 권고기준(8.5∼9.5시간)에는 미치지 못한다.

고교생 자녀 둘을 둔 학부모 김모(50·수원시)씨는 "여전히 수면은 부족하고 등교 시간을 맞추느라 허덕이는 광경이 매일 아침 반복된다"며 "9시 등교로 크게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변화는 수업 분위기와 행복감이다. '수업분위기가 활기차졌다',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학교 가는 것이 즐거워졌다'는 반응이 늘었다.

설문조사에서 학생 71.6%, 학부모 65.1%, 교사 71%가 9시 등교에 찬성했고 시행 초기에는 반대했다가 현재는 찬성으로 돌아선 비율이 학생 22.6%, 학부모 21.9%, 교사 35.9%로 조사됐다.

9시 등교를 도입하지 않은 학교들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대체로 학생과 학부모의 반대 의견 우세, 점심시간 지연, 대중교통 이용 불편, 통학길 혼잡 등이 그것이다.

고양 백석고와 대화고는 8시 10분 등교를 고수하고 있다. 백석고 이철훈 교장은 "민주적인 의견 수렴(학교구성원 반대 68%)과 교육적 측면(오전과 오후 수업시간 불균형), 지역 여건(인근 초·중학교 등교시간 중복 혼잡) 등을 고려했다"며 "교육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고등학교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시간(8시 10분 입실, 40분 시험 시작)과 불일치로 인한 수험생들의 생체 리듬 불균형을 걱정했다.

9시 등교를 시행하는 한 고교 교사는 "점심시간이 오후 1시여서 3교시에 매점에서 빵을 사먹고 점심밥을 남기는 학생들이 있다"며 "수업분위기가 좋은 오전 수업시간이 짧아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오후 수업시간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시흥지역 한 고교 교감은 "9시 등교로 바뀌어도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들은 아직도 잔다"며 "학교현장에서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교육청의 통제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냉소적인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일부 교사들은 "아침에 학급담임과 소통하는 시간과 수업준비 시간이 짧아졌다"고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겉으로 보기엔 수면권과 조식권이 보장됐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현실적인 측면을 보면 후유증이 그대로 남아 있다"며 "학생들만의 문제를 떠나 학부모의 생활시간표, 교통문제, 지역상황 등을 고려해 학교나 학부모에게 진정한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치원생과 초·중학생 세 자녀를 둔 수원시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 민경록 회장은 "시행 초기의 불안감은 다소 해소되고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면서도 "초기의 획일적 시행방식이 정책에 대해 의구심을 남겨 여전히 부정적 여론도 남아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비정상의 정상화'의 기조 아래 9시 등교를 수업혁신과 연계하는 동시에 수능시험 및 모의고사 시간 조정을 포함한 대입제도 개선 건의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파행 운영 및 미시행 학교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컨설팅과 함께 지역 간담회, 학부모 연수로 인식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고 학생참여수업 활성화, '더 좋은 일반고' 정책과 연계해 교육본질에 입각한 학교현장의 변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kt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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