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실종 신고하면 "집에서 기다려라" 말만

김승환 2015. 7. 2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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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실종 하루 평균 173명..아들 연락 끊겨 지구대 찾아가니..경찰 "너무 걱정 말라" 돌려보내..한달 지나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유족 "위치추적 등 수색 했어야"

“경찰에 신고해도 ‘일단 집에 가서 기다려 보라’는 말밖에 듣지 못했어요.”

지난 1월23일 경기 안산에 사는 이상배(58)씨가 자정이 넘은 시간에 다급히 인근 지구대를 찾았다. 평소와 달리 아들 영훈(25)씨가 연락도 없이 집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아 시각장해 6급 판정을 받은 아들이었기에 이씨의 걱정은 더욱 컸다. 담당 경찰관은 “다 큰 어른인데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가출 신고를 하고 집에서 기다릴 것을 권했다.

그러나 아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수사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성인 실종의 경우 범죄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했다. 이씨는 생업인 부동산중개업을 접고 직접 전단지를 돌리며 아들을 찾아나섰다. 그렇게 한 달 넘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서울 여의도 한강 부근에서 발견된 아들은 이미 싸늘한 시신으로 변해 있었다. 사인은 익사였다. 이씨는 “신고 당시 경찰이 위치추적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수색에 나섰다면 아들이 살았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가슴을 쳤다.

22일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성인 실종 신고 건수는 3만1308건으로 집계됐다. 성인 173명이 매일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성인 실종 신고건수는 2012년 5만건, 2013년 5만7751건, 지난해 5만9202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성인 실종자는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아동법)로 보호받는 아동·청소년과 달리 관련 법이나 제도가 전무해 방치되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만 18세 이상 성인은 일단 가출인으로 간주하고 그에 준하는 조치를 한다”며 “범죄와 관련되거나 급박한 위험에 처했다는 판단이 드는 경우에 한해 수사가 진행된다”고 말했다. 성인의 경우 실종신고가 접수되더라도 개인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누설 등 문제로 아동과 같은 수준의 적극적인 수사는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행 실종아동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성인 실종자 가족에게도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실종자 가족의 DNA를 수집해 보호시설 입소자나 신원미상 변사자와 대조하면,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없이 실종자 수사를 한층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종아동찾기협회 서기원 대표는 “이미 시스템은 갖춰져 있는 만큼 성인 실종자의 가족이 원하는 경우에 안정적으로 DNA를 채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는 쉽게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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