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사이다' 피의자 수상한 행적..영장에서 낱낱이 드러나

2015. 7. 2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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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80대 할머니 6명이 숨지거나 중태에 빠진 상주 '농약 사이다' 피의자 박 모(82)씨가 사건 전후에 보인 행적이 경찰 조사에서 낱낱이 드러났습니다.

또 경찰은 지금껏 알려진 내용 외에 박 씨 범행을 뒷받침할 유력한 증거도 다수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런 내용은 지난 18일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 내용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경찰은 사건 발생한 뒤 1주일 동안 다각도로 수사에 나서 박 씨가 보인 수상한 행동, 범행 동기를 추론할 만한 내용 등을 광범위하게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경북 상주경찰서에 따르면 피의자 박 씨는 사건 발생(14일) 바로 전날인 지난 13일 마을회관에서 피해할머니들과 어울려 소액을 건 화투를 하다 이중 1명과 다퉜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 뒤 다음 날 오후 2시를 앞뒤로 박 씨와 피해할머니 6명은 마을회관에 모두 다시 모였습니다.

이날 피의자 박 씨는 오후 1시 9분 집밖을 나와 평소 다니던 길이 아닌 마을회관 우회도로 방향으로 이동했습니다.

이 길을 따라 마을회관에 도착하려면 전날 자신과 다퉜던 피해 할머니 집을 지나게 됩니다.

경찰은 박 씨가 범행을 실행에 옮기기 전 자신과 다퉜던 할머니 집안 상황을 살펴봤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오후 2시 43분 박 씨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이 마을회관 안에 있는 냉장고에서 사이다를 꺼내 마셨고 연이어 그 자리에서 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가운데 신 모(65) 할머니만 자리에서 일어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문밖으로 나왔습니다.

박 할머니도 신 씨를 뒤쫓아 문밖으로 나왔고 마침 마을회관으로 들어오던 또 다른 박 모(63·여)씨가 이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습니다.

신고자 박 씨는 남편인 마을 이장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려 집으로 다시 갔습니다.

이후 경찰이 당시 출동한 구급차 블랙박스 등을 분석한 결과 피의자 박 할머니는 수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문밖으로 나온 신 씨는 마을회관 옆 가건물과 피의자 박 씨가 평소 타고 다닌 전동스쿠터를 세워둔 사이 공간에 쓰러졌습니다.

처음 온 사람들 눈에는 잘 띄지 않는 장소입니다.

하지만 바깥에 홀로 남은 박 씨는 119구급차가 마을회관 진입로로 들어서는 순간 구급차를 힐끗힐끗 바라보며 마을회관 안으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또 3분쯤 지나 구급차가 쓰러진 신 씨를 태우고 마을회관 입구를 빠져나갈 때에는 피의자 박 씨가 회관 앞 계단에 걸터앉아 구급차 반대편쪽 산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찍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구급차가 왔으면 신 씨가 쓰러진 곳과 추가 피해자 여부 등을 구급대원들에게 적극 알려야 하는데 피의자 박 씨는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떠나기 전까지 단 한번도 눈을 마주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50여분쯤 뒤 이장이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이미 나머지 할머니 5명 중 4명은 거실에서, 1명은 주방에서 토사물과 거품 등을 내뿜은 상태로 각각 쓰러져 있었습니다.

이장 신고로 출동한 구급차가 이들을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경찰은 피의자 박 씨가 직접 살충제 원액을 다뤘다는 유력 증거도 무더기로 발견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박 씨가 입었던 상·하의, 전동스쿠터 손잡이 등에서 사이다에 든 살충제와 성분이 똑같은 살충제 성분이 나왔습니다.

이를 두고 피의자 가족은 "피해 할머니들이 내뱉은 거품과 토사물을 닦아주다 묻은 것이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숨진 할머니 위액, 토사물 등 타액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경찰은 지적했습니다.

또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곳도 바지 주머니 안쪽, 바지 밑단, 상의 단추 부분 등으로 피의자 박 씨나 가족들 주장처럼 토사물을 닦은 곳이라고 보기 힘든 부분들이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감식 결과를 볼 때 피의자 박 씨가 사이다에 탄 살충제 원액을 직접 다룬 것이 확실하다"며 "프로파일러들을 투입한 결과 피의자는 과거 생활에서 겪은 어떤 일들 때문에 분노 등 감정을 한꺼번에 폭발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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