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악순환, 무기력 벗어나기 어려웠다"

2015. 7. 18.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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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YTN이 단독 보도하면서 알려진 '인분 교수' 사건은 '충격' 그 자체였죠.

피해자는 무자비한 폭력이 이어지면서 자포자기했고 무기력 속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웠다고 밝혔습니다.

구속된 교수에 대해 학교에서는 파면을 검토 중이고, 사회 곳곳에서는 질타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형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야구방망이로 맞은 허벅지는 괴사하고, 수시로 뺨을 맞으면서 귓속 혈관이 터져나갔습니다.

입에는 재갈이, 손발은 끈으로 묶인 채 얼굴로 날아드는 호신용 스프레이를 고스란히 맞아야 했던 A 씨.

[A 씨, 사건 피해자]

"그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살이 아예 찢어지는 기분이거든요. 봉지로 막아두니깐 숨은 못 쉬지. 얼굴 살은 찢어질 거 같지. 눈물 콧물 다 나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참으려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고문 영화에나 나올 법한 가혹 행위를 가한 건 A 씨의 스승이자 직장 대표였던 장 모 교수였습니다.

디자인 분야 교수를 꿈꿨던 A 씨는 장 교수의 폭행과 인분을 먹게 하는 엽기 행각을 참아낼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A 씨, 사건 피해자]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그래서 5천만 원에 대한 공증 세워버리고. 기분 나쁘다고 천5백만 원 그렇게 걸어버리니까 여기서 못 벗어난다고 생각했어요. 만날 그거에 대해 돈 갚아 돈 갚아 그래서 월급도 다 빼가고."

일종의 '노예 문서'가 돼 버린 지급 각서는 A 씨를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죽음까지 생각하게 한 끔찍한 폭행은 계속됐고, 결국 A 씨는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게 됐습니다.

[A 씨, 사건 피해자]

"하도 맞고 그러다 보니까 완전히 정신 상태는 다 나약해져 있고, 아무런 반항조차 할 수 없는 그런 그로기상태가 돼 버렸었어요. 아무리 정신이 건강한 사람도 허구한 날 맞아봐요. 안 그렇게 되겠어요."

전문가들도 폭행이 반복적으로 이뤄질 때 피해자가 분노를 넘어 체념 단계에 들어가 현재 상황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김홍찬, 한국상담심리연구원장]

"매 맞는 아내가 겪는 심리적 고통과 유사합니다. 피해자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폭력에 시달리다 보면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이 보이지 않게 되기 때문에 심리적 무기력 현상이 생기게 됩니다. 아예 체념현상이 생기는 것이지요."

주위 사람들의 끈질긴 설득 끝에 A 씨는 자신이 당한 잔혹한 행각을 폭로했고, 결국 장 교수는 구속됐습니다.

장 교수가 몸담았던 대학 측은 '파면'을 검토하는 동시에 학교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고발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모든 걸 잃게 된 뒤에야 자신의 잘못에 대해 참회와 용서를 빈다는 뜻을 전한 장 교수.

하지만 교수라는 지위, 그리고 저항하기 힘든 폭력에서 나오는 '힘'에 짓밟힌 A 씨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YTN 이형원[lhw90@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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