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겨레] '해킹팀' 통해 안드로이드 최신 운영체제 해킹 시도

ZTE 등 중국 스마트폰 비롯해 최신 스마트폰 대상

해킹 프로그램 개발 로드맵도 요구

국가정보원이 최근까지 이탈리아 해킹팀에 삼성 갤럭시 S6엣지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최신 운영체제인 '롤리팝'이 설치된 스마트폰의 통화 내용을 감청해 녹음하는 기능을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해킹팀은 이달 초까지 이 기능 작동에 성공하지 못했다.

15일 <한겨레>가 유출된 이탈리아 해킹팀 내부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을 분석한 결과, 해킹팀 직원 엔리코 파렌티니는 지난달 15일 해킹팀 직원들에게 돌리는 내부 메일 회람을 통해 "한국의 클라이언트(국정원)가 '갤럭시S6엣지'를 비롯해 롤리팝이 설치된 스마트폰의 통화 내용을 저장할 수 있는 앱들도 있는데, 해킹팀의 통화 모듈로는 (통화 내용 녹음이) 안 된다는 민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클라이언트(국정원)가 세 차례에 걸쳐 똑같은 질문을 했다"며 "이전 버전(안드로이드 4점대 버전)과는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감청 모듈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국정원 쪽에) 정중히 답변했다"고 덧붙였다. 파렌티니는 이어 "(국정원이) 왜 감청 모듈이 작동하지 않는지 원인과 자세한 기술 사양을 말해달라고 재촉했다"면서 해킹팀 내부의 통화 모듈 개발자를 향해 도움을 요청했다.

삼성 갤럭시S6엣지는 지난 4월10일 출시됐고,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의 최신 버전인 '롤리팝'은 지난해 10월16일 출시됐다. '롤리팝'으로 작동하는 스마트폰은 갤럭시S6엣지 외에 갤럭시S6와 LG G4 등이 있다. 국정원이 최근 버전의 스마트폰까지 해킹을 시도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해킹팀의 다른 직원인 파비오 부사토는 파렌티니의 회람에 "우리 솔루션(해킹 프로그램)은 안드로이드5(롤리팝)에서 작동하지 않지만 (해킹을 시도한) 흔적이 드러나지 않는 반면, 클라이언트(국정원)가 이야기하는 (다른 해킹) 프로그램들은 흔적이 드러난다"고 답변을 남겼다.

그러자 국정원은 7월1일 다시 해킹팀에 연락해 '롤리팝'을 해킹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향후 개발 일정을 문의했다. 아울러 ADVAN과 ZTE 등 중국 스마트폰을 비롯한 다른 최신 스마트폰들에 대한 해킹 프로그램 개발 로드맵도 함께 요구했다. 해킹팀은 이에 지금까지 국정원의 요청 작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다른 해커를 섭외해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출된 관련 자료 가운데 마지막 자료인 7월2일 이메일까지 살펴본 결과, 해킹팀은 삼성 갤럭시S6엣지 등 '롤리팝'을 뚫을 프로그램을 마련하지는 못했다.

조승현 기자 shcho@hani.co.kr

<한겨레>가 선도적으로 취재·보도해온 '국가정보원 해킹·감청 의혹'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독자와 시민 여러분께 '크라우드소싱'(crowd sourcing)을 통한 협업을 제안합니다.

국정원이 해킹 스파이웨어(RCS)를 구입한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에서 유출된 데이터는 400기가바이트(GB)에 이릅니다. <한겨레>가 독자적으로 검색·분석하기엔 너무 방대합니다. 국정원은 이 프로그램을 국내 사찰용으로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여러 정황상 불법 사찰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해킹팀 내부 자료를 내려받아 음성파일 등을 열어보거나 'korea', 'devilangel' 등 국정원 관련 키워드로 검색한 뒤 의심 가는 내용이 발견되면 이메일( rcs@hani.co.kr)로 알려주십시오. <한겨레>가 추가 취재해 진실을 알리겠습니다.

정보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관심 있는 분들이나 컴퓨터·보안 전문가 등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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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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