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보다 사람이 먼저다"..두 줄 서기 폐지되나?

입력 2015. 7. 11. 17:07 수정 2015. 7. 1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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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오, 기획제작팀 기자

[앵커]

현실과 동떨어진 캠페인 때문에 10년 가까이 승객들이 혼란을 겪는 상황인데요.

두 줄 서기 캠페인을 집중 취재한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두 줄 서기 캠페인, 지하철을 타본 시민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텐데요.

이런 줄 서기 문화는 언제부터 시작된 건가요?

[기자]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쯤이었습니다.

전 세계 시민들의 이목이 한국에 쏠렸을 때인데, 한 시민단체가 한 줄 서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빨리 가려는 사람들을 위해 에스컬레이터 왼쪽을 비워놓자, 그게 에티켓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5년 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에서 한 줄 서기를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한 줄 서기 때문에 에스컬레이터 기기에 무리가 가고 안전사고도 더 자주 난다는 거였는데요.

지하철 운영사들도 이때부터 두 줄 서기 캠페인을 시작해 9년째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한 줄 서기를 하면 에스컬레이터 고장이 자주 난다고 하던데 맞는 얘기인가요?

[기자]

한 줄 서기를 하면 장기적으로 기기에 더 무리가 가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에스컬레이터는 한 계단에 300kg 이상의 하중을 버틸 수 있게 설계됩니다.

실제로는 더 무거운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지기 때문에 한 줄 서기는 기기 고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랬다면 한 줄 서기를 하는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에스컬레이터 고장이 속출했겠죠.

기기가 고장 나면 에스컬레이터를 더 정밀하게, 더 자주 검사하면 될 문제인데요.

기계에 사람을 맞추는 게 아니라 사람에 기계를 맞추는 게 보다 상식적인 생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앵커]

한 줄 서기를 하면 안전사고가 더 자주 난다는 건 믿어도 되는 얘기인가요?

[기자]

한 줄 서기로 걸으면 균형감각이 떨어지시는 노약자분들이 계단에 발이 걸려 넘어진다는 건데요.

이 역시 잘못된 선입관입니다.

나이가 드신 어르신들은 계단 오른쪽에서 손잡이를 꼭 잡고 안전하게 서서 가시면 되고, 바쁜 젊은 사람들은 계단 왼쪽에서 걸어가면 되는 겁니다.

한 줄 서기를 양 줄 걷기로 착각해서 퍼진 이야기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서는 에스컬레이터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나요?

[기자]

전 세계에 지하철이 설치된 나라는 모두 60여 개국입니다.

대부분 줄 서기 캠페인 자체가 없어서, 사실상 모두 한 줄서기를 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만 두 줄 서기를 캠페인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질서 의식이 강한 일본마저도 우리나라처럼 두 줄 서기가 정착되지 않고 있어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앵커]

두 줄 서기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YTN이 직접 여론조사를 의뢰했다고요?

[기자]

YTN이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국민 5백 명의 생각을 들어봤는데요.

가상 스튜디오에서 안보라 앵커가 전해드리겠습니다.

[앵커]

현실이 이런데, 정부 입장은 뭔가요?

[기자]

국민안전처 박인용 장관은 'YTN 국민신문고' 프로그램에 출연해 두 줄 서기 캠페인으로 인한 승객들의 혼란이 이 정도인 줄 몰랐다고 밝혔습니다.

또, 출퇴근 시간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조만간 TF팀을 만들어 지하철 운영사와 안전 관련 학회, 시민단체 등 간담회를 열고 전문가와 시민들의 생각을 종합해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안전처가 앞으로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지켜봐야겠군요. 지하철 운영사와 국토부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취재진은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국토교통부에 방송 1주일 전, 사장님이나 장관님 답변을 요청드렸는데 모두 거부하셨습니다.

특히 서울메트로는 방송 당일 취재에 꼭 응하겠다고 해놓고선 막판에 말을 뒤집었고, 오히려 취재진이 미리 출연 요청을 안 했다고 변명해서 씁쓸함을 남겼습니다.

국토부 역시 에스컬레이터 이용자 지침이 국민안전처 고시에 나와 있다며 국토부 책임은 없다고 밝혀왔는데요.

그런데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곳은 지하철입니다.

지하철에 대한 책임은 지하철 운영사뿐 아니라 대중교통 정책 전반을 수립하고 관리하는 국토부도 져야 하는 건데, 에스컬레이터 지침이 다른 부서에 있다고 해서 자기 일이 아니라는 답변은 납득이 쉽게 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국토부는 지하철 1, 4호선을 운영하는 코레일의 상위 기관인데 말이죠.

조금 애매한 일은 남의 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남의 일인 것처럼 보여도 내 일처럼 여기고 서로 협력해서 국민들의 불편을 적극 해소하려는 공공기관의 자세가 바로 국민들에게 박수를 받는 행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획제작팀 한동오 기자였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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