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를 말하다]⑦ 90%가 재테크 안하거나 예적금만 납입

박의래 기자 2015. 7. 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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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절반 이상이 한달 투자금액 30만원 미만

"적은 돈부터 직접 투자하면서 관심 가져야"

서울에서 여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한 중견기업의 계약직 직원으로 입사한 오혜령(26·가명)씨는 매월 실수령액으로 130만원 정도를 받는다. 월급을 받으면 자동이체로 매월 30만원 정도가 학자금 대출 상환을 위해 빠져 나간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1000만원 정도 학자금 대출이 있었는데 그동안은 이자만 갚다가 지난해부터 원금도 갚기 시작했다.

학자금 상환을 하고 남은 돈 100만원 중 식비나 교통비, 통신비, 생활비 등으로 70만원 정도를 쓰고 남는 돈은 급여 통장에 쌓아 두고 있다. 집은 경기도, 회사는 서울이라 회사 근처에 원룸을 얻어 독립을 할까 생각도 했지만 빡빡한 월급에 주거비가 부담돼 포기했다. 오씨는 매달 남는 돈을 적금이나 펀드 등에 가입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적금은 금리도 얼마 안 되고 펀드는 손해를 볼 수 있다고 해서 망설여 진다"며 "휴가도 가야 하고 언제 돈이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에 재테크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반도체 기기 관련 중소기업에 취업한 박우현(28세)씨는 매월 200만원 정도를 받는다. 수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해서 주거비는 안 들지만 밥은 주로 밖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식비가 매달 30만원 정도 든다. 통신비나 생활비 등을 합한 비용은 월 90만원 정도. 박씨는 최근 자동차를 한 대 구입했다. 매월 할부비와 유류비, 보험금 등 자동차 유지비로 나가는 돈은 약 80만원이다.

박 씨는 "결혼 준비 등을 생각하면 돈을 모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은 시간이 있기 때문에 나를 위해 쓰려고 한다"며 "취직을 하면 꼭 차를 갖고 싶었는데 취업 1년 만에 차를 뽑아 지금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20대 10명 중 2명은 재테크 안 해…재테크 해도 예적금 위주

조선비즈가 리서치 전문기업인 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의 20대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재테크를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20.9%였다. 재테크를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여성(16.2%)보다는 남성(25.1%)이 많았다. 용돈과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한다고 응답한 20대의 경우 재테크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9.6%에 불과했지만 부모님에게 의존하는 20대의 경우에는 33.7%가 재테크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재테크를 하는 20대들도 은행 예금이나 적금 등 가장 안전하고 수동적인 형태의 재테크 방법이 대부분이었다. 재테크를 하는 사람들 중 86.3%가 은행 예금이나 적금을 한다고 답했고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한다는 대답은 10.2%에 불과했다. 관심 사안으로 재테크를 꼽은 사람들 중에서도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한다는 사람은 29.7%였고 예금이나 적금이 65.6%였다.

20대가 재테크에 무관심한 것은 그만큼 경제적으로 여유가 적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금융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도 한 이유다. 금융감독원의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를 보면, 20대의 금융이해력은 60.3점으로 65세 이상의 고령자(58.1점)보다 이해력이 높았을 뿐 30대나 40대, 50대 보다 낮았다.

재테크를 하는 20대들의 한 달 평균 투자 금액은 10만원 미만이 31%로 가장 많았고, 10만~30만원 미만이 25.5%로 뒤를 이었다. 30만~50만원 미만은 16.6%였고 100만원 이상은 9%였다.

◆전문가 "학자금 대출 갚고, 적은 돈으로 직접 투자해야"

전문가들은 20대들도 직장을 갖고 수입이 생기면 반드시 일정 금액은 떼어내 자산을 늘리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학자금 대출 등 빚이 있으면 빚부터 갚고 각종 절세 상품에도 관심으로 가지라고 조언했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대치PB팀장은 "연금보험이나 각종 비과세 상품처럼 세금을 내지 않고도 돈을 모을 수 있는 상품에 가입하는 것은 재테크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세액공제를 해 주는 연금보험에 가입하면 납입금액에서 1년에 최대 400만원까지는 15%(연 소득 5000만원 이상은 12%) 세액공제를 해준다. 연금보험으로 400만원을 납입하면 매년 세금을 60만원 깎아 주는 것이다. 내년에 출시 될 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이 계좌 안에서 펀드나 예적금을 들면 수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다.

또 투자를 할 때 보수적으로 예적금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적은 돈이라도 따로 떼어내 직접 주식에 투자하거나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직접 상품에 가입하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재철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PB 센터장은 "막연히 저금만 하기 보다는 직접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도 받고 신문도 보며, 투자도 하면서 적은 돈이라도 직접 실행을 해봐야 관심도 생기고 공부도 된다"며 "지금은 작은 돈으로 투자를 하지만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면 30~40대가 됐을 때 더 큰 돈을 제대로 굴릴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신 팀장도 "요즘은 스마트폰으로도 주식거래를 할 수 있고, 커피 마실 돈, 친구들이랑 술 한 잔 할 돈으로도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수 있다"며 "이렇게 투자를 하면서 어떻게 돈을 모으고 굴리고, 쓸지 로드맵을 그린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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