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잘못 없어도 "책임"..이상한 '과실 산정'

유호윤 2015. 7. 1.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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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다른 차가 갑자기 차선을 넘어 와 옆 차선 차를 들이받습니다.

이럴 경우 피해 차량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우리나라 보험 회사들은 피해 운전자에게 조금이라도 사고 책임을 물리고 있습니다.

부당함을 따져봐도 보험회사는 판례가 그렇다고 우기는데 무슨 배경이 있는지 유호윤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유 기자! 주변에서만 봐도 교통사고가 났을때 가해 차량이 100%의 책임을 지는 경우는 보기가 힘든데 왜 그런건가요?

<리포트>

차량 간 교통사고에서 피해 차량과 가해 차량이 명백할 땐, 당연히 사고를 낸 가해 차량이 책임을 지는게 상식이죠.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상식이 통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영상을 보시면 앞서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지그재그로 차선을 넘나들다 결국 뒤에 따르던 차량과 부딪힙니다.

또, 우회전을 할 수 없는 차로에 있던 차량 한 대가 급하게 우회전하며 앞을 가로 막아 사고가 납니다.

모두 뒤에서 오던 피해 차량들이 사고를 예측하거나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피해 차량에는 각각 10%와 25%의 과실이 부과됐습니다.

보험사 측은 이러한 과실 비율이 판례를 따른 것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해 차량 쪽 보험사의 보험금 부담을 분담해 주려는 '관행'이라는 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보험업계 관계자(음성 변조) : "돌려막기 식으로…이번에는 6대4 했으니까 다음 번에는 반대로 4대6으로 하자, 암암리에 그렇게 하는 부분이 있어요. 보험사 직원들끼리도 잘 알거든요."

사고 책임을 단 10%라도 떠안은 차량은 나중에 보험료가 할증되거나 할인을 못 받는 피해까지 입게 됩니다.

<질문>

과실 비율이 억울하게 정해진 피해 운전자들이 도움을 얻을 방법은 없나요?

<답변>

네, 차량 사고의 과실 비율 책정에 동의할 수 없는 경우 손해보험협회의 '구상금 분쟁심의위'에서 조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원회 자체가 보험사들끼리 자율로 구성한 기구다 보니, 과실 비율이 바뀌는 경우는 드뭅니다.

또, 피해 차량 보험사가 가해 차량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지만, 보험사들은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기 위해 소송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소송까지 가면, 피해 차량엔 과실이 없는 것으로 결과가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사고를 일으킨 쪽에 100% 책임을 묻는 미국 등의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인터뷰> 허억(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 "중과실자에게 모든 책임을 물린다면 그 운전자는 주의 운전하고, 사실상 사고를 줄이는 기능도 있죠."

피해 차량 운전자를 두 번 세 번 괴롭히는 보험사들의 과실 산정 관행에 대한 재검토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유호윤기자 (liv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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