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 "나의 바람은.."
<앵커 멘트>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를 딛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 나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큰 산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입니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은 오늘도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말없이 호소하고 있습니다.
허솔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4년 전, 천 번째 수요집회가 열리던 겨울날, 나는 이곳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앉았습니다.
70여 년 전 너무나 아팠던 순간 가냘픈 소녀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녹취> 이옥순(할머니) : "42년도 7월 29일, 내가 잊어도 안 버려요. 부모형제가 그립고 고향이 그립지만 위안부 간판을 달고 어떻게 부모형제 얼굴을 보겠는가.."
뜯겨진 머리카락에는 내 고향, 그리운 부모님과 강제로 헤어져야 했던 고통이 담겨 있고, 한평생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했던 슬픔은 벌거벗은 맨발로 형상화됐습니다.
시린 세월을 감출 수 없어 나의 그림자는 허리 굽은 노인의 모습입니다.
나와 같은 처지의 할머니들은 이제 불과 쉰 명, 평균 나이는 여든 아홉 살입니다.
<녹취> 김복동(할머니/위안부 피해자) : "소녀상이 지금 백발이 된 할매지마는 그 할매들이 이 나이에 끌려갔구나 (보여주겠죠) 마무리가 되면 훨훨 날고싶지.."
한국과 일본이 국교를 정상화한 지 50년이 됐다고 합니다.
그동안 이른바 '말뚝 테러' 에 가슴 아프기도 했지만, 뜻있는 일본인들이 군산에 새로 자리 잡을 내 친구를 위해 성금을 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었습니다.
꼭 쥔 내 두 손엔 아직도 사과 받지 못한 데 대한 한과 원망이 담겨 있지만, 나는 기대합니다.
나의 손과 발을 감싸주는 마음들이 모여 일본 정부가 진정으로 사죄하고 지난한 세월의 마침표를 찍기를..
KBS 뉴스 허솔지입니다.
허솔지기자 (solji26@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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