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 촉구' 3보1배 유족 광화문 입성.."잊지말아달라"

강진아 입력 2015. 6. 13. 19:27 수정 2015. 6. 13.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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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세월호가 잊혀져가는 것이 너무나 한스러웠다. 아이들이 하지 못한 마지막 그 한마디가 무엇이었을지 한번만 생각해달라."13일 오후 2시50분 시청광장부터 광화문광장까지 871m. 세월호 모형배와 '반면교사'라는 돛을 단 나룻배가 시청 앞 도로를 가로질렀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로 마지막 3보1배를 향해 한발한발을 내딛는 50여명의 얼굴이 금세 벌겋게 달아올랐다.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닦아내면서도 두손은 가지런히 모은 채 흐트러지지 않았다. 200여명의 시민들이 뒤를 이었다.

세월호 선체 인양과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진도 팽목항부터 3보1배에 나선 단원고 2학년 고(故)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56)씨와 딸 아름(26)씨가 13일 오후 3시35분께 광화문광장에 도착했다.

지난 2월23일 진도 팽목항에서 시작해 500㎞가 넘는 길을 지나온 지 112일만이다. 광화문광장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세월호 가족들은 "수고했다"며 박수로 이들을 맞았다.

광화문광장에서는 희생자들을 위한 100배를 올렸다. 이호진씨는 "우리의 아들 딸들이 말 한마디 못하고 가는 동안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것을 백배사죄하는 뜻"이라며 "이 세상에서 있었던 일 다 잊고 편히 쉬기를 바란다"고 울먹였다.

이씨는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지 햇수로 2년째에 접어들었지만 무엇 하나 밝혀진 것이 없다"며 "세월호는 아직 시작도 안됐다. 세월호가 인양되고 아이들을 구하지 못하게 한 최종명령권자의 처벌에서부터 세월호 문제가 비로소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2월23일 진도에서 출발해 처음 8일간은 아무도 찾아주지 않았다"며 "미련스러울 정도로 아름이와 단둘이 시작했다. 하지만 점점 많은 분들이 저희를 찾아줬고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승현이를 가슴 속에 품고 한절한절 올리면서 앞만 보고 왔다"며 "무릎, 허리가 아플 때면 한발짝 더 내딛고 싶었지만 하늘에 있는 승현이에게 당당한 아빠가 되고 싶었기에 정직하게 걸어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4월16일, 삶의 전부를 잃은 세월호 유가족에게는 그날의 아픔과 고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제가 행동한 이유도 304명의 유족들을 제대로 바라봐줬으면 하는 마음에서다"라며 "이제는 한목소리로 요구해야 한다. 아이들이 희생하면서 우리에게 남긴 것은 진실 규명에 대한 '반면교사'"라고 말했다.

이씨는 15일 딸 아름씨와 제주도를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멀리 떠나 있지만 제 곁에 있는 승현이에게 할 수 있는 것을 해주고 싶다"며 "승현이가 가지 못했던 수학여행 코스를 그대로 답사하면 좀더 기뻐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3보1배에 참여했던 이들도 진실규명에 대한 한목소리를 냈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3보1배의 정신은 불의에 굴복하지 않는, 저항할 수 있는 용기"라며 "이호진씨와 이아름씨는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세월호 인양을 두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인양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앞으로 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며 "3보1배의 정신으로 깨어있는 시민들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합류해 안전관리팀장으로 함께한 이근호씨는 "아름이가 제게 왜 이걸 같이하냐고 물은 적이 있다"며 "사람이라면 숨쉬고 먹는 것처럼 당연하게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웃과 연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곳에 있는 모든 분들이 사람"이라고 말했다.

진도에 가장 먼저 찾아와 광화문까지 함께한 김일수씨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따뜻하게 품어주고 세월호가 조속히 온전하게 인양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며 "정권은 짧고 인권은 영원하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이 돼선 안된다. 국민들이 깨어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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