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에 동원된 의사, 병걸려 사경 헤메도 배상 못받는다

2015. 6. 7.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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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환자를 진료한 보건소에서 근무하던 공중보건의가 신종플루에 전염돼 사경을 헤매다 영구장애를 입었다 해도 국가로 부터 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판결대로라면 최근 유행하고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를 치료한 병원의 의사들 역시 별도의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어서 의료계의 불안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7부(재판장 이창형 부장판사)는 전 공중보건의 최모씨(33)가 '보건소에서 신종플루 환자를 진료하다 감염돼 사경을 헤맸고 영구적인 장애까지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지난 2009년 경기도 모 무의촌 보건소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던 최씨는 그해 9월 전국을 강타한 신종플루 의심 환자의 진료를 도운 뒤 자신이 고열에 시달리는 등 신종플루 의심증상을 보였다.

최씨는 동료 공중보건의인 A가 처방해 주는 타미플루를 복용했지만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혼자 거주하던 보건소 2층 숙소에서 병마와 싸우다 정신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보건소 측은 최씨가 연이틀을 결근했는데도 적극적으로 행방을 찾지 않았고, 최씨는 보건소 건물 2층 숙소에서 혼수상태에 빠진채 홀로 방치됐다. 60여시간이 흐른 뒤 최씨는 연락이 끊긴 것을 걱정하던 약혼녀에게 발견됐지만 이미 상당한 뇌손상과 치아손상 등 영구장애를 입었고 의사로서 생활하기도 힘들어졌다.

2010년 최씨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근무하던 곳에서 신종플루 환자가 대거 발생했고 39도가 넘는 고열로 사경을 헤맸으며 타미플루를 처방받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신종플루에 감염됐다는 증거가 없다'라고 판시했다.

아울러 동료 공중보건의가 타미플루를 처방하고도 경과를 따로 살피지 않았으며 출근을 하지 않았는데도 행방을 찾지 않는 등 60시간 넘게 방치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동료의사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봤다.

1,2심 재판부는 최씨 역시 의사로 자신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 같이 판결했다.

이에대해 최씨 측은 "전염병 예방이라는 공익을 위해 동원된 의료인이 전염병에 감염됐고 그 후유증으로 의사로서 생명이 끊겼는데, 국가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의료계에서는 "방역에 동원된 의료기관 소속의 공중보건의나 수련의 등이 전염병에 쉽게 노출될 수 밖에 없는데, 국가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니 충격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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