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말감염'이라면서..정부 대응 지침은 '공기감염'과 일치

입력 2015. 6. 5. 09:09 수정 2015. 6. 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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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응은 ‘비말감염’ 아닌 ‘공기감염’ 시 대응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보건 당국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공기감염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고 감염경로는 비말(기침, 대화 등을 통해 흩날리는 침방울 등)에 의한 감염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보건 당국의 의료진 감염 예방책과 환자 관리 방식은, 비말감염보다는 공기감염에 의한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취하게 되어 있는 대응책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 당국이 실제로는 공기감염 가능성을 무겁게 염두에 두면서, 공식 발표는 공기감염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비밀주의’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신종 감염병을 치료하는 의료진의 교육용 자료(질병관리본부)에 인용된 해외 문헌 그래픽. 비말(비말감염)의 이동거리는 약 30㎝~1m50㎝ 이고, 비말핵(공기감염)의 이동거리는 약 1m50㎝~48m 이상이라는 내용(1피트=약 30㎝로 계산)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4일 메르스 의심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에게 “N95 이상의 호흡 마스크, 고글, 안면부 가리개, 1회용 가운을 착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부는 또 이날 기준 확진 환자 35명이 발생한 가운데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국가지정 음압병상(공기가 병실 밖으로 나갈 수 없도록 설계한 병상) 47개 중 33개가 이용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수준의 대응은 질병관리본부가 신종 감염병을 치료하는 의료진을 교육할 목적으로 제작ㆍ배포하는 자료에 비춰보면, 비말감염이 아닌 공기감염일 경우 발동하는 수준의 대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대응은 ‘비말감염’ 아닌 ‘공기감염’ 시 대응= 2014년 질병관리본부의 연구용역보고서 ‘의료기관의 신종 감염병 위기대응 교육 컨텐츠 개발 및 시범교육 운영’은 일종의 의료진 교육 자료다. 일선에서 신종 감염병 치료를 하는 의료진의 감염을 막기 위해 만든 것이다. 서울대학교병원이 연구를 주관했고, 전국 종합병원 소속 교수 등 다수의 현직 의료진이 참여했다.

연구 개요에는 ‘현재 교육자료 제작은 완료 단계이며, 향후 전문가 검수 후 내용 보완, 보완된 교육자료를 바탕으로 교육 실시 예정’이라는 내용의 설명이 들어 있어, 실제 의료진 교육용으로 배포되는 자료임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이 보고서가 제시하고 있는 의료진을 위한 ‘비말감염 예방책’은 현재 보건 당국이 행하는 권고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표준예방책(손씻기, 장갑, 마스크, 고글, 안면부 가리개, 가운 등)과 함께, N95 마스크보다 입자를 걸러내는 효과가 덜 한 서지컬(수술용)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권고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이 서지컬 마스크도 환자와의 거리가 1m 이내인 경우에 착용하라고 권하고 있다. 또 환자는 1인실이나 코호트 격리(한 공간에 메르스 환자만 모아서 치료)를 하되, 만약 환자를 다인실에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면 환자 침대를 1m 이상 떨어뜨려 배치하고 중간에 커튼을 치면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연구용역 보고서에 나오는 비말(비말감염)과 비말핵(공기감염)의 차이 그림 설명

현재 보건 당국 대처는 이 비말감염 시 예방책보다는, 공기감염 시 예방책에 더욱 가깝다.

‘공기감염 예방책’을 보면 예방책은 의료진에게 서지컬 마스크, 여과 마스크 대신 ‘N95 마스크 혹은 그 이상의 고효율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강조한다. 이는 질병관리본부 권고와 일치하는 것이다. 또 예방책은 N95 마스크가 공기감염 시 예바책의 핵심 중 하나인만큼 그 기능과 착용법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N은 Not resistant to oil의 약칭으로 공기 중에 부유하고 있는 비유성미립자이고, 95는 직경 0.3㎛(마이크로미터ㆍ1㎛는 100만분의 1m) 이상의 미립자를 95%이상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등 내용이다.

‘공기감염 예방책’은 또 공기전파를 막기 위해 공기주의 격리실(AIIRㆍAirborne infection isolation room)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비말감염 예방책에는 등장하지 않은 것이다. AIIR이란 영어로 표현됐을 뿐, 현재 국내 메르스 환자들이 치료받고 있는 음압 병상과 똑같은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최소한 현재 보건 당국의 의료진 권고와 환자 관리 방식은 이미 비말감염이 아닌 ‘공기감염 모드’인 셈이다.

▶정부, ‘공기감염’을 ‘비말감염’으로 포괄 해석하나= 보고서에 따르면 비말감염과 공기감염의 구분은 다소 애매하고, 의료진조차 헷갈리기 쉽다. 이에 따라 정부가 공기감염 양상을 비말감염으로 포괄 해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말감염의 매개인 비말(dropletㆍ직경 5㎛ 이상) 입자는 공중을 부유하지 않는다. 통상 1m가량 거리까지 비산(날아올라 흩어짐)하다 바닥에 떨어진다. 보고서는 비말감염 설명에서 ‘약 1m 거리’를 수차례 강조하고 있다. ‘비말감염은 환자와 1m 이내의 거리에서 접촉할 때 감염된다’, ‘개별 병실관리가 불가능하면 다른 환자와 침대간격을 1~2m 확보하면 된다’ 등이 그 예다.

이에 반해 공기감염은 병원체의 매개가 비말보다 크기가 작은 비말핵(droplet nucleiㆍ약 5㎛이하)이다. 비말핵이 장기간 공기 중을 부유해 공기의 흐름에 의해 넓게 확산되는 것이 공기감염이다. 수막염, 폐렴, 중이염 등이 대표적인 공기감염 질병이다. 비말감염과 공기감염의 구분과 관련해, 보고서는 ‘비말(비말감염)의 이동거리가 약 30㎝~1m50㎝ 이고, 비말핵(공기감염)의 이동거리가 1m50㎝~48m 이상’이라는 내용의 해외 문헌의 그래픽을 인용하고 있다.

특히 ‘비말 입자는 공중을 부유하지 않는다’, ‘공기 중에 부유하는 비말핵에 의해 전파되는 공기감염과 (비말감염은) 구별해야 한다’고 둘의 구분을 강조하고 있다.

비말감염과 공기감염 구분의 핵심은 공기 중 부유 여부(이동 거리 약 1∼2m 기준)라고 적시하고 있는 것이다.

신종 감염병을 치료하는 의료진의 교육용 자료(질병관리본부)의 ‘공기감염 예방책’ 챕터 표지

▶‘공기감염’ 가능성…왜 끊임없이 제기되나= 공기감염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가장 큰 이유는 1차 감염자 A(68세)씨에 의해 2차 감염자가 29명이나 발생한 ⓑ 병원의 이례적인 감염 양상을 비말감염만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지적 때문이다. 2차 감염자 29명 중 9명만이 1∼2m 이내로 밀접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같은 병실 환자, 의료진이었다. 나머지 20명은 같은 병실이 아닌 같은 병동 환자였고, 심지어 이 20명 중에는 다른 층의 환자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다 보건 당국 스스로 ‘공기감염 모드’로 의료진과 환자를 관리하고 있다는 점 등이 드러나 ‘메르스는 공기로 감염되지 않는다’는 정부의 확언에 의구심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앞서 “3차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호언장담은 며칠 만에 산산히 깨지고 말았다.

아울러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 1일 공기감염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권고를 내놓은 상태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종합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음압 병상, 의료진에 대한 N95 이상의 마스크 권고 등 자체가 비말감염이 아닌 공기감염에 대한 대책”이라며 “섣불리 공기감염 가능성을 언급하면 지나친 불안이 조성될 것을 우려해 일단은 비말감염이라고 발표한 것 같다”고 말했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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