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판사 면접'.. 사상검증 논란 촉발

박소희 2015. 5. 27.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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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014년 지원자 신원조사.. 서울변회·참여연대 대통령령 개정 요구

[오마이뉴스 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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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공동취재단
국가정보원이 경력판사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세월호 참사 관련 의견 등을 묻는 면접을 진행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법조계와 시민단체는 국정원이 사상 검증을 시도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SBS는 2013년 경력판사에 지원한 A변호사가 국정원 직원을 만나 30분 가량 면담을 진행했다고 26일 보도했다(☞기사 바로가기). 당시 국정원 직원은 그에게 지금껏 맡아온 사건과 전문 분야 등을 물었다. 국정원은 다른 지원자들을 대상으로도 비슷한 면담을 진행했고, 지난해에는 몇몇 지원자에게 세월호 참사 등 현안을 두고 견해를 물었다. 또 노조 관련 사건 SNS 활동을 추궁하는 질문도 있었다. 또, 한 지원자는 SBS와 한 통화에서 국정원 쪽에서 자신들이 최종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증언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는 27일 "민주국가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사법권의 독립이 아무렇지도 않게 침해됐다"며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고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국정원의 비밀 면담은 반헌법적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위해 헌법이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는데도 국정원이 경력판사 지원자의 성향을 파악하려 한 것은 사법부 독립 침해라는 지적이었다.

국정원은 자신들이 '보안업무규정'에 근거한 신원조사를 실시했다고 해명했지만, 이 대목 역시 논란거리다.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은 33조 1항에서 국정원이 공무원 임용 예정자나 비밀취급인가 예정자 등을 대상으로 신원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법령 바로가기). 또 보안업무규칙 54조 1항은 신원조사 예정자에 판사 신규 임용 예정자를 포함했다. 그런데 국정원은 임용 예정자가 아닌 지원자를 대상으로 신원조사를 실시했다. 법이 정한 범위를 넘어선 셈이다.

'지원자'까지 검증 나선 국정원... "사법부 독립 침해"

법원도 이 문제를 두고는 '공무원 임용 예정자만 신원조사 대상'이라고 이미 선을 그었다. 지난해 2월 대전지방법원 행정1부(재판장 김미리 부장판사)는 공군 군무원 채용시험에 응시했다가 시위전력을 이유로 탈락한 이아무개씨가 공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보안업무규정 등이 정한) 공무원 임용예정자에 응시자를 포함하는 것은 아무런 법적 근거 없는 처분"이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이씨의 손을 들어줬고, 공군의 상고 포기로 이 판결은 확정된 상태다.

서울변호사회는 재발방지를 위해 보안업무규정 등을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또 재발방지를 위해 법원 인사규칙 등 관련 규정들의 개정 또는 폐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변호사회는 대법원이 이번 일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낱낱이 밝히고 판사임용절차를 더 투명하게 진행해야 할 것도 요구했다.

참여연대 역시 같은 날 논평을 내 보안업무규정의 개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국가에 대한 충성심, 성실성, 신뢰성을 조사'하겠다는 신원조사의 목적 자체가 개인의 양심이나 사상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충성심, 신뢰성, 성실성'의 범위가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점 역시 헌법이 정한 기본권을 제한할 때 지켜야 할 '명확성 원칙'을 위배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국정원의 신원조사가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2005년 국가인권위는 참여연대 진정을 바탕으로 신원조사제도를 살펴본 결과 이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제한이 심각하다며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28일 참여연대는 이 점을 언급하며 "꼭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신원조사를 하도록 법적 근거를 분명히 하고 외부의 감시와 견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국정원이 아닌 다른 기관이 (신원조사를) 하도록 하라"고 덧붙였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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