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스마트폰 중독 사회, '디지털 디톡스' 운동 주목

차주혁 박주린 2015. 5. 1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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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인생은 모니터 속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휴대폰과 컴퓨터를 꺼라."

다른 사람도 아닌 세계적인 IT 회사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의 말입니다.

이처럼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을 끊자는 이른바 디지털 디톡스운동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몸속의 독을 빼는 디톡스요법처럼 디지털 독도 빼보자는 겁니다.

디지털 중독에서 벗어나야 되는 이유와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차주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하루 수업을 마친 중학교 교실.

등교하며 맡겨놓은 스마트폰을 받자 아이들의 손과 눈이 바빠집니다.

[한희원/중학교 1학년]

"게임에서 공격을 받았을 것 같고, 카톡에서 다른 애들한테 문자가 왔을 것 같아서 궁금해요."

스마트폰 의존도를 묻는 조사를 해보니 한 반 학생 31명 중에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이 심한 금단증상을 보이는 고위험군이 1명, 집착 정도가 강한 잠재적 위험군이 9명이었습니다.

즉 3명 중 1명은 스마트폰 중독 증상을 가진 것입니다.

정부가 추산하고 있는 우리나라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 비율과 비슷했는데, 성인보다 2.5배 높은 수치입니다.

[이계성/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학습 장애나 중독과 같은 심각한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증가합니다."

디지털 기기를 장시간 쓰는 것은 뇌 활동에 영향을 줍니다.

성인 한 명에게는 책을, 다른 한 명에게는 스마트폰을 주고 두 시간 동안 읽거나 쓰게 한 뒤 뇌파를 비교해봤습니다.

독서를 한 쪽은 뇌파 변화가 거의 없었지만 스마트폰 사용자는 급격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알파파 즉 뇌의 안정도를 높이는 뇌파는 줄고, 초조하고 심리적 불안을 일으키는 하이베타파가 증가했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자는 실험시간 내내 긴장상태가 유지되면서 교감신경이 자극돼 스트레스 지수도 급격히 올라갔습니다.

[김경철/차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

"굉장히 뇌에 트라우마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되고요. 2시간 내내 뇌가 소모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예입니다."

특히 18세 이전은 뇌전두엽이 완성되기 전이어서 디지털 기기의 지나친 사용은 뇌성장의 불균형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면서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 같은 각종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기란 쉽지 않은데요.

디지털과의 접촉을 억지로라도 차단해보려는 현장은 박주린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컴퓨터와 스마트폰 없이 생활한 지 열흘째.

인터넷과 게임 중독 때문에 치유 캠프에 들어온 학생들은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캠프 참가자/중학교 2학년]

"(하루에 게임을) 15시간 넘게 했었어요. '게임하고 싶다' 생각이 나면 팔도 부들부들 떨리고..."

디지털 기기 없이는 잠시도 못 살 것 같다던 아이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텃밭 가꾸기 등 관심조차 없던 일들을 직접 해 보면서 '다른' 재미를 발견해가기 시작합니다.

[캠프 참가자/중학교 2학년]

"인터넷 말고도 여기선 놀 게 많거든요. 스포츠활동이나 이야기하거나 아니면 보드게임, 땀 흘리고 놀면 편한 마음이 들어요."

스마트 기기에서 거리를 두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아예 전자 제품을 사용할 수 없는 휴양시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 리조트에선 휴대전화가 먹통이 되고, 방 안엔 TV나 에어컨, 냉장고조차 없습니다.

대신 생태 체험이나 명상을 통해 자연을 즐기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문홍구/투숙객]

"단절같은 느낌이 들다가도 오히려 모든 것에서 해방감을 갖는, 자유함을 느끼는 시간입니다."

'디지털 디톡스' 운동이 먼저 시작된 미국 등에선 디지털 기기를 반납하면 숙박비를 깎아주는 호텔이 생겨나는가 하면, 일체의 전자제품 없이 자연에서 함께 먹고 즐기는 캠프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의학계에선 정기적으로 디지털 기기와 단절해 살아보는 것이 뇌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습니다.

[신동원/강북삼성병원 교수 ]

"'멍 때리는' 동안에도 굉장히 활발한 뇌파가 측정됩니다. '멍'하고 있는 시간은 들어온 정보를 잘 소화해서 나의 것으로 만드는 시간입니다."

전문가들은 잠자리엔 스마트폰을 가져가지 말고 가끔은 SNS 알림을 꺼두는 등의 '거리 두기'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박주린입니다.

(차주혁 박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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