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동시 전량폐기, 진중권 "어린이들, 천진난만하지 않다"

김명석 기자 2015. 5. 12.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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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동시, 진중권

[TV리포트=김명석 기자] 잔혹동시를 쓴 초등학생 A양의 부모가 결국 시집의 전량폐기에 동의한 가운데 진중권 교수의 잔혹동시 논란 언급이 화제다.

최근 잔혹동시로 아려진 한 초등학생의 동시가 논란이 됐다. "엄마를 씹어 먹어, 삶아 먹고 구워 먹어, 눈깔을 파먹어" 등의 내용과 심장을 뜯어 먹고 있는 여아의 삽화가 삽입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잔혹동시가 삽입된 동시집 '솔로강아지' 출판사인 가문비어린이 발행인은 해당 공식 블로그를 통해 "'솔로강아지'의 일부 내용이 표현 자유의 허용 수위를 넘어섰고 어린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항의와 질타를 많은 분들로부터 받았다"며 "독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깊이 사죄하는 마음으로 머리를 숙인다"고 사과글을 게재했다.

이에 잔혹동시를 쓴 A양의 부모는 "동시집에 수록된 58편의 시 중 1편만 가지고 폐기를 결정한 것은 과하다"며 지난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수 및 폐지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하지만 결국 A양의 아버지가 폐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취하하겠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A양 아버지는 "일부 기독교, 천주교 신자들이 우리 딸이 쓴 동시집을 '사탄의 영이 지배하는 책'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며 "우리 역시 신자로서 심사숙고한 결과 더 이상 논란이 확대 재생산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전량폐기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진중권 교수가 '잔혹동시'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화제다. 진중권 교수는 지난 6일 자신의 트위터에 "'솔로강아지' 방금 읽어 봤는데, 딱 그 시 한 편 끄집어내어 과도하게 난리를 치는 듯"이라며 "읽어보니 꼬마의 시 세계가 매우 독특하다. 우리가 아는 그런 뻔한 동시가 아니다"고 평했다.

이어 진중권 교수는 "'어린이는 천사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는 믿는 어른들의 심성에는 그 시가 심하게 거슬릴 것"이라며 "그런 분들을 위해 시집에서 그 시만 뺀다면 수록된 나머지 시들은 내용이나 형식의 측면에서 매우 독특해 널리 권할만 하다"고 밝혔다.

또 진중권 교수는 "이런 문제는 그냥 문학적 비평의 주제로 삼았으면 좋겠다. 서슬퍼렇게 도덕의 인민재판을 여는 대신에"라며 "어린이들은 천진난만하지 않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더럽고 치사하고 때로는 잔인하기까지 하다. 그 더러움/치사함/잔인함의 절반은 타고난 동물성에서 비롯되고, 나머지 절반은 후천적으로 애미/애비한테 배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명석 기자 kms0228@tvreport.co.kr / 사진=잔혹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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