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어린이병원..못다 한 이야기 ①

남주현 기자 입력 2015. 5. 7. 16:12 수정 2015. 5. 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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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개 남은 '카테터'

['외면받는 어린이 치료' 8뉴스]

▶ 외면받는 소아 환자들…중환자실 없어 '발 동동'

▶ 정부가 어린이 병원 지어줘도…운영난에 '허덕'

▶ 소아외과 전문의 태부족…전국에 고작 30명

▶ 아픈 어린이 생명 살리는 '군만두 기부' 따뜻

▶ 친구들 눈 피해 인슐린 주사…"배려가 치료제"

올해 개원 30주년을 맞은 서울대 어린이병원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어린이 전문 병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서울대 어린이병원에만 있는 핵심적인 시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어린이 전용 수술실이고, 다른 하나는 소아 전용 인공신실입니다. 이 인공신실은 선천성 질환이나 각종 합병증 등으로 신장 기능이 떨어진 어린이 환자들이 혈액투석을 받는 곳입니다.

그 곳에서 수산증이라는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23개월 된 유안이를 만났습니다. 어른들도 힘들어한다는 혈액투석을 1주일에 세 번이나 받고 있는 유안이의 왼쪽 가슴에는 '카테터'라는 기구가 매달려 있습니다. 혈액투석은 쉽게 말하자면, 몸 속에 있는 혈액을 빼서 노폐물을 제거하고 전해질 균형을 맞춰 다시 몸 속으로 넣어주는 것이죠. '혈액투석용 카테터'는 투석을 할 때 혈액이 나오고 들어갈 수 있는 일종의 통로 역할을 하는 기구입니다. 혈액을 빠른 속도로 몸 밖으로 빼내고 다시 넣어주기 위해서는 튼튼한 '카테터'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 '카테터'를 한 번 심어놓으면 보통 2~3년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어른에 비해 혈관이 가늘고 좁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크기의 '카테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몸무게 10kg 이하의 아이들을 위한 '혈액투석용 카테터'가 따로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 가장 작은 카테터가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단 하나 남아있습니다. 어린이용 의료 기기, 의료 기구는 수요가 많지 않아서 단종되기도 하고, 수가가 너무 낮기 때문에 수입업체에서 수입을 포기해 공급이 안 되고 있는 겁니다.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희경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장 작은 혈액투석용 '카테터'가 필요한 환자는 1년에 3명 정도 발생하기 때문에 수요가 많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의료 기구입니다.

만약 하나 남은 '카테터'마저 사용한 뒤 또 장기간에 걸쳐 혈액투석을 해야 하는 환자가 발생한다면, 1개월 마다 바꿔줘야 하는 임시 '카테터'를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혈액투석용 카테터'를 몸에 심을 때, 어린이 환자들의 경우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기 때문에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 임시 '카테터'를 사용해야 하는 어린이는 매달 마취를 하고 '카테터'를 바꿔줘야 하는 고단하고 힘든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울대 어린이병원 인공신실은 몸무게 10킬로그램 이하의 아기들을 위한 혈액투석기를 갖춘 유일한 곳입니다. 최대 여섯 명의 아이들이 동시에 투석을 받을 수 있죠. 전국 곳곳에서 응급환자들이 오다 보니 의료진의 사명감도 남달라서, 응급환자가 오면 24시간 언제든 투석을 할 준비가 돼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꼭 확보하고 있어야 할 장비를 갖추지 못했으니, 그 불안하고 답답한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겁니다. 아픈 아이들도, 의료진도 적어도 기구 걱정은 안하고 치료 받고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겠습니다.남주현 기자 burnet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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