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예고없이 접속 차단했다가 하루 만에..

입력 2015. 3. 25. 21:50 수정 2015. 3. 2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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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방심위, 웹툰사이트 예고없이 차단 논란

"일부 작품 음란물 판단"…26일 재논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성인만화에 '칼'을 빼들었다가 어정쩡하게 집어넣었다. 국내 대표적인 유료웹툰사이트를 예고도 없이 접속 차단했다가 반발이 일자 하루 만에 방침을 보류한 것이다. 하지만 26일 방심위의 재논의 결과에 따라 논란은 더 확산될 수 있다.

"귀하가 접속하려고 하는 정보(사이트)에서 불법·유해 내용이 제공되고 있어 해당 정보(사이트)에 대한 접속이 차단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24일 오후부터 레진코믹스 사이트에 접속하면 이런 문구가 떴다. 방심위는 이날 "레진코믹스에서 음란물이 유통된다는 민원이 접수돼 24일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에서 심의를 했고, 그 결과 순차적으로 접속 차단 조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방심위 관계자는 "청소년 접근 제한 조처가 없었던 점도 확인됐고, 무엇보다 성기 노출, 가학적·피학적 성행위 묘사 등 일부 콘텐츠가 음란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에서 제작해 한국어로 번역된 만화들이 문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원수가 700만명에 이르는 레진코믹스는 '레진'이란 블로그 이름으로 활동했던 한희성 대표가 2013년 6월 개설한 유료사이트다. 첫해부터 흑자를 달성해 2014년엔 연매출 100억원을 넘겼다. 이 사이트에선 <몸에 좋은 남자> <어린 그녀> 같은 성인물이 인기를 누린다. 한국과 외국 성인만화를 유료로 서비스하는 이 수익모델이 각광을 받으며 사이트를 운영하는 레진엔터테인먼트는 2014 대한민국인터넷대상 국무총리상까지 수상했는데, 이번엔 그 성인만화가 문제가 된 것이다.

25일 온라인에선 "창조경제를 꿈꾼다더니 콘텐츠 규제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라는 등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레진코믹스 쪽은 "방심위로부터 어떤 문제도 지적받은 일이 없다. 현행 청소년보호법률에 규정한 대로 성인물은 아이핀이나 이동통신사 인증을 실시해왔다"며 이의신청을 했다. 방심위가 2012년부터 청소년 유해물이라 여겨지는 웹툰에 대해 한국만화가협회에 자문을 구하고 공동 심의로 규제 여부를 결정해왔던 것에 비춰보면 이번 일방적 접속 차단은 상당히 이례적인 조처다.

'과잉조처'라는 반발이 예상외로 커지자 방심위는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조처를 보류해, 현재는 사이트 접속이 가능하다. 방심위는 "명백한 음란물일 경우엔 사전 의견 청취 등을 면제하는 규정이 있다. 이번 건도 여기에 해당된다"며 "다만 사이트 전체 차단이 맞는지, 일부 메뉴 차단이 맞는지 등을 논의하지 않고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26일 소위원회에서 다시 차단 범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 오랜 기간 성인만화에 대한 규제는 '표현의 자유'와 '청소년 보호' 사이에서 진통을 겪어왔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들어선, 기술적으로 콘텐츠를 완전히 차단할 방법이 없다는 것과 웹툰의 실질적인 수익모델이 성인만화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디지털 만화를 제작사와 유통사가 자율 규제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해 웹툰계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한국만화가협회와 함께 자율규제안을 연구해온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디지털 콘텐츠를 정부가 막는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은 발상이다. 작가나 유통사들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은주 최원형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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