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대란에.."청년에게 꿈 버리라 권하는 사회"

2015. 3. 2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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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률 11.1%…1997 IMF 이후 가장 높아

꿈, 적성 운운하면 "철없고 배부른 소리" 핀잔

꿈ㆍ적성 잃어가는 미래 암울한 사회

[헤럴드경제=이지웅ㆍ양영경 기자]서울의 한 사립대를 졸업한 박모(28ㆍ여) 씨는 2013∼2014년 IT 회사와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 부서에서 각각 1년씩 근무했다.

그리고 백수 생활을 거쳐 올 초부터 강남의 한 영어유치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꿈이었던 박 씨는 "연봉은 줄었어도 아이들이 예쁜 짓을 할 때면 치유받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이런 박 씨도 회사를 그만둘 당시 험한 충고를 많이 들었다. 철이 없다는 핀잔이었다. 박 씨는 꿈을 좇는 모습이 폄훼되는 현실 앞에서 주변에 '이직상담'도 섣불리 꺼내지 못했다.

'실신시대'(실업자ㆍ신용불용자 앞머리 글자 딴 신조어)를 살고 있는 청년들이 적성과 꿈을 잃어가고 있다. '청년실업률 11%, 청년실업 100만명 시대'에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며 직장을 관두거나 취업을 미루는 선택은 철없고 배부른 일탈행위로 평가절하받고 있다.

실제로 취업포털 사람인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구직자 8891명 중 '다닐 마음이 없는 회사에 지원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59.5%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적성과 꿈을 운운하는 소수의 구직자는 돌연변이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채모(30) 씨는 6개월간 다닌 외국계 의류기업을 퇴사한 뒤 지난해부터 임용고시를 준비 중이다.

그는 대학 때부터 품어 온 체육 교사의 꿈을 위해 힘든 결단을 내렸지만, 응원보다 서늘한 반응이 많았다고 했다.

"사고쳤다"며 다그친 이도 있었다. 채 씨는 "꿈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헐값이 됐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적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묻지마 취업에 나서야 하는 상황을 이해하지만, 그게 이젠 결코 거스를 수 없는 현실로 인정되는 분위기가 무척 씁쓸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청년들의 자존감을 깎아먹는 원인이기도 하다.

졸업 후 1년 넘게 백수 상태로 방송사 시험을 준비 중인 박모(28) 씨는 "바늘구멍 같은 시험관문 이외에 '현실적으로 생각하라'는 주변의 조언과도 외롭게 싸우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꿈과 적성을 뺀 '닥치고 취업'에 성공한 뒤에도 사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취업포털 커리어가 입사 1년 차 미만 직장인 62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8명(78.9%)이 '여전히 이직 또는 재취업을 위한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는 '입사하고 보니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44%)', '원하는 기업이 아닌데도 실업기간을 줄이려고 취업했기 때문에(23.6%)' 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작년 6월 기준 405개 기업의 대졸 신입사원들의 1년 내 퇴사율은 4명 중 1명 꼴인 25.2%에 달했다.

이는 4년 전인 2010년(15.7%)보다 9.5%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업무 만족도 역시 2010년 이후 지속 하락하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적성에 맞아야 본인에게도, 회사에게도 이득인데 취업 자체가 우선시 되다 보니 모두에게 악순환인 상황"이라며 "노동시장의 수급불균형 문제 등이 해결돼야 꿈을 가진 청년들이 존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에게 꿈을 버리라고 권유하는 사회는 미래가 암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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