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표창원 "공개수배범 살인용의자 자살, 죄책감 탓?"

2015. 3. 2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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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알고 지내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던 60대 용의자가 공개수배 된 지 10개월 만에 음독자살 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경북 경주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이 사건, 오늘(20일) '표창원의 사건과 사람들'에서 살펴보겠습니다. 표창원 소장님, 어서오세요.

▶ 표창원 소장/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일단, 어떻게 된 사건인지 설명을 좀 해 주시죠?

▶ 표창원 소장/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1년 전이죠. 지난 해 4월 1일 대구에서 53세 된 여성 장 모 씨가 실종됩니다. 가족들은 백방으로 수소문해 봤지만 찾을 수 없었구요. 실종된 지 12일이 지난 4월 13일에 경찰에 실종신고를 합니다. 관할 대구 성서경찰서가 즉각 수사에 나섰고요. 주변인물들에 대해서 탐문수사를 하던 과정에서 용의자 최 씨라는 분을 만났는데, 이 사람이 사실 장 씨를 알면서도 모른다고, 만난 적도 없다고 잡아뗐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당시엔 피해자 장 씨가 살해된 사실은 모르고 있을 때죠?

▶ 표창원 소장/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단지 실종된 상태였고요. 가족이 찾고 있는 상황이었고요. 그리고 용의자 최 씨 만이 아니라 경찰은 수많은 주변 인물들을 만나서 장 씨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상황이었구요. 최씨에게 아주 크게 혐의점을 둘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죠.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어떻게 의심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건가요?

▶ 표창원 소장/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형사와 만나고 난 직후에 최 씨가 달아나버립니다. 그래서 이상하다는 것을 포착을 했고요. 그리고 경찰이 탐문수사를 하던 와중에 택시기사님 한 분이 최씨로 추정되는 남성과 장 씨로 추정되는 여성을 약 60km 정도 떨어진 경주 안강읍까지 태워줬다는 진술을 합니다. 그리고 나서 경찰이 수사를 해보니까 최 씨가 공중전화로 피해자 장 씨를 불러 내 택시에 태운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공중전화로 불러내서 대구에서 경주까지 갔다?

▶ 표창원 소장/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그리고 그 당시 피해자는 그날 은행에서 인출해서, 현금 1천만원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구요.

▷ 한수진/사회자:

큰돈을 갖고 있는 날이었군요. 이 정도면 최 씨를 범죄 용의자로 보고 공개수배를 해도 되지 않나요

▶ 표창원 소장/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심증은 형성됐지만, 문제는 실종된 장 씨가 과연 범죄 피해를 당했는지 아닌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었거든요. 강제 납치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택시에 동승한 것이었구요. 두 사람이 성인 남녀고요. 그러다보니 경찰은 수사를 할 수 없어서 '내사'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혹시 몰라, 두 사람이 택시에서 내린 경주 안강읍 일대에 대한 수색을 시작했구요.

▷ 한수진/사회자:

그 수색과정에서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된 것이군요?

▶ 표창원 소장/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그렇습니다. 실종된 지 한 달 만이죠. 지난 해 5월 1일 경주시 안강읍 일대 야산에서 암매장 되어있는 상태 시신이 발견됐는데, 시신 두개골이 함몰된 상태였습니다. 국과수에서는 타살로 사인 판정했고요. DNA 검사결과 실종된 장 씨라는 것이 확인됐구요. 아울러, 피해자 장 씨의 신체에서 용의자 최 씨의 DNA도 검출되었구요. 이 사실이 확인된 5월 3일, 경찰은 최 씨를 강도살인 및 시신유기 혐의자로 포착하고 공개수배하게 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계속 못 잡다가, 열 달이 지난 10일, 자살을 하게 된 거고요?

▶ 표창원 소장/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최 씨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 경북 일대의 숙박업소를 전전한 것으로 추정이 되는데요. 그러다가 공개수배된 지 10개월 째인 지난 10일 자정 무렵, 경북 포항역 앞에 있는 공중전화, 이번에도 공중전화입니다. 자신이 살던 대구 집으로 전화를 걸어서, 72세 동거녀가 있습니다. 동거녀에게 '나는 이제 죽겠다' 전화를 합니다. 그러자 동거녀는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은 바로 그 일대를 중심으로 집중수색을 합니다.

일단 시작점은 공중전화를 한 포항역이죠. 포항역에서 간 곳을 중심으로 살펴봤더니, 경주 안강읍 일대 한 모텔에서 농약을 먹고 쓰러져 있는 최 씨를 발견하죠. 바로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고요. 모텔에서는 최 씨가 쓴 유서도 발견됩니다. 피해자와 유족, 자신의 모친과 동거녀, 그리고 자기 때문에 고생한 대구 성서경찰서 형사들에게 미안하다, 잘못했는 내용이 담겨있었구요.

▷ 한수진/사회자:

범행을 인정했네요?

▶ 표창원 소장/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소장님, 죄책감을 못 이겨 자살을 했다고 봐야 할까요?

▶ 표창원 소장/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글쎄요, 일단 죄책감을 표현하긴 했지만, 자살의 동기는 좀 다르다고 보여집니다. 죄책감이라는 것은 오히려 다른 동기들 때문에 자살을 결심한 이후, 자신에 대한 비난의 정도를 좀 약화시키고 싶은 심리에서 죄책감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럼, 자살의 동기가 뭐라고 보세요?

▶ 표창원 소장/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용의자 최 씨뿐 아니라 이렇게 공개수배된 뒤 도주 혹은 숨어지내다가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꽤 발생하는데요.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불안심리, 피로감, 절망감, 이런 세 가지가 가장 큰 자살 동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불안, 피로, 그리고 절망이요?

▶ 표창원 소장/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그렇습니다. 불안이라는 정서는 사람을 무척 힘들게 합니다. 차라리 무기징역이든 15년 형이든 처벌을 받으면 그 이후에는 적응도 하고 견뎌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잡힐 것 같다, 큰 일 날 것 같다는 이런 미확인 상황에 대한 불안심리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또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심리적 피로감이 계속 쌓이면서 이제 다 끝내고 싶다, 너무 지친다, 힘들다, 다 놔버리고 싶다, 이런 심리가 되죠.

▷ 한수진/사회자:

10달이나 지속된 거니까요?

▶ 표창원 소장/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게다가 이 상황은 최 씨의 경우 피해자에게서 뺏은 천만원과 귀금속을 처분해 마련한 도피자금이 거의 바닥날 상황이었죠. 이제 더 이상 모텔에 투숙하고 밥을 사먹고 할 돈도 다 떨어지면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된다, 이제 끝이라는 절망감이 찾아오죠.

▷ 한수진/사회자:

그런 여러 심리가 합쳐져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표창원 소장/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런 결심을 하는 순간,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되지?' 사후에 대한 불안감이 오죠. 종교가 없더라도 이러다가 내가 지옥가는 거 아닌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비난을 퍼부을 것도 걱정이 되고요. 마치 고해성사를 보는 심경으로 뉘우치고 싶다는 죄책감이 드러나게 되고요. 다른 사람에게 보이게끔 유서를 쓰게 되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듣고 보니까, 정말 죄책감을 느꼈다면, 자살이 아니라 자수를 해야하는 것 아닌가. 유가족과 세상에 사죄를 하고 죗값을 받는 길을 택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이런 경우가 과거에도 있었나요?

▶ 표창원 소장/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일 년에 한 두 건 정도는 공개수배된 사람이 자살을 합니다. 지난해 2월에도 지명수배된 청주 여고생 실종사건 용의자가 자살했구요. 2013년 10월에는 300억원 대 청주 지게차 사기사건 용의자가 3개월간의 도피하다가 자살을 시도합니다. 그러다 실패하고 경찰에 찾아오기도 했고요. 그 한 달 전인 9월에는 안동 모텔주인 살인 용의자가 공개수배 2개월 만에 농약을 마시고 자살했구요, 이런 일이 계속 발생을 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역시 죄짓고는 못산다는 말이 맞는 것 같죠?

▶ 표창원 소장/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공개수배를 하면 바로 잡혀야 하는 것 아닌가요? 어떻게 10개월 동안이나 잡히지 않았을까요?

▶ 표창원 소장/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특히 용의자 최씨는 멀리 가지도 않았고요. 사건 현장인 경주와 포항 등 가까운 경북지역에 계속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공개수배에 들어갔다는 의미는 뭐냐 하면, 경찰이 용의자나 피의자의 연고지들을 다 찾아봤지만 없었다, 이렇게 봐야 되거든요. 그래서 경찰이 못 찾으니까 일반 시민들께 도움을 청하는 거죠.

그런데 우리 사회가 워낙 유동인구도 많고 바쁘고 하다 보니 이웃에 누가 사는 지도 모릅니다. 그러다보니 식당 바로 옆에 공개수배자가 앉아 있어도, 그 순간 수배 전단지가 옆에 있거나 텔레비전에서 얼굴이나 모습이 나오지 않는 한 알아볼 수 없죠. 그래서, 사실 공개수배의 효과는 진정 무엇을 타겟으로 하느냐면, 일반 시민이 알아보고 신고하는 것 보다는 수배자의 지인들, 동창이든 이웃이든, 과거 범행을 같이한 공범이든, 그들에게 신고를 독려하는 의미가 있구요.

또 하나는 공개수배범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해서 자수를 유도하는 거죠. 그런데 자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자살을 하는 경우도 발생을 하고요. 그리고 과거에 보면 임검이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냥 뒤지는 거죠?

▶ 표창원 소장/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예. 경찰이 숙박업소에 불시에 찾아가서 방마다 뒤지면서 의심스러운 사람이 있으면 신분증 검사도 하고 했지만 지금 그렇게 했다가는 인권 침해로 처벌받구요.

▷ 한수진/사회자:

과거에는 텔레비전에서 공개수배범들을 보여주고 신고를 독려하는 프로그램도 있었죠?

▶ 표창원 소장/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그런데 폐지되었죠. KBS 공개수배 25시 라는 프로그램이었죠. 텔레비젼 공개수배, 엄청난 효과가 있죠. 수많은 분들이 보고 계시고. 그런데 그만큼 잘못 수배가 되다보면, 엄청난 패혜를 안기게 됩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도 공개수배 사람들이 무죄 판결을 받았어요. 명예훼손 당했다고 소송을 하고. 그래서 그런 부분을 감당하지 못 하고 프로그램 폐지가 되었는데. 영국에서는 BBC 에서 1984년부터 30년 째 Crimewatch 라는 공개수배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어플이나 이런 방식으로라도 활용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 표창원 소장/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경찰청이 스마트폰 어플로 한 20명을 추려서 하겠다는 그런 발표를 했죠.

▷ 한수진/사회자: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표창원 소장과 함께 했습니다.

▶대구 50대 여성 강도살인 공개수배자 음독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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