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딸기찹쌀떡 갑을논란' 그 이후 이야기.. 원수가 된 동업자들 '화해' 바라며

김민석 기자 입력 2015. 3. 11. 00:33 수정 2015. 3. 1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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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은 '딸기찹쌀떡 사건'… '채선당 사건' 빼닮아

[쿠키뉴스=김민석 기자] 채선당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2012년 2월 채선당 충남 천안점에서 임신부인 손님이 종업원으로부터 배를 수차례 걷어 차였다고 주장해 논란이 크게 불거진 사건입니다. 당시 임신부는 "벨을 누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배를 걷어 차여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네티즌들은 분노했습니다. 임신부의 주장을 그대로 믿고 종업원을 비난했습니다. 또 채선당 본사에 항의전화 세례를 퍼부었습니다. 채선당 측이 "오히려 폭행당한 것은 종업원이며 손님이 먼저 욕설을 퍼부어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밀쳤을 뿐이다"고 반박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차후 밝혀진 사실은 놀라웠습니다. 식당에 설치된 CCTV 영상엔 임신부의 주장과 다른 상황이 찍혀있었던 겁니다. 경찰은 "서로 다툼이 있었지만, 종업원이 임신부의 배를 발로 찼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오히려 임신부가 종업원의 배를 한 차례 때린 것으로 확인됐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임신부는 마지못해 종업원에게 사과했습니다. 또 입건된 상태였던 종업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임신부는 이후로도 "경찰조사가 곡해됐다"라거나 "압력행세를 당했다" "배를 맞은 건 맞다"라고 주장하는 인터뷰를 하고 다녔습니다.

이 일로 채선당 측은 심대한 이미지 타격을 받았고, 해당 가맹점은 폐업해야 했습니다. 많은 네티즌들은 태도를 바꿔 임신부를 비난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네티즌들은 진상이 밝혀진 후에도 "임신부를 밀친 게 잘못 아니냐"며 "종업원이 원인제공을 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종업원은 임신부와 몸싸움을 벌인 것은 사실이기에 더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1년 정도 후 논란이 된 '딸기찹쌀떡 사건'은 '채선당 사건'의 흐름을 상기하면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사건은 동업자 간 갈등이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라 형사처분 판결까지 났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네티즌 울린 '딸기찹쌀떡의 눈물'

사건의 시작은 2013년 4월 SBS '생활의 달인' 프로그램에서 딸기찹쌀떡 분야의 '청년 달인'으로 소개된 김모(32)씨가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부터입니다. 김씨는 '노력과 열정으로 배운 기술을 빼앗겼다' '청년달인의 꿈을 짓밟은 갑의 횡포'라고 크게 적힌 피켓을 들었습니다. 피켓엔 "수차례 일본을 오가며 노력과 열정으로 배운 기술을 돈과 권력으로 빼앗으려 하는 갑의 횡포를 혼자서 막을 도리가 없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김씨는 횡포를 부리는 '갑'으로 동업자였던 안홍성(46)씨를 지목했습니다.

당시 김씨는 SNS와 인터넷에도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 시기는 '남양유업 욕설 파문' 여파로 '갑을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때입니다. '갑의 횡포' '을의 눈물'이란 표현만 갖다 붙이면 인터넷을 들썩였습니다. 그래서 '갑의 횡포'를 제목으로 내건 김씨의 1인 시위는 주목받았고, 안씨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한 시사프로그램은 '딸기찹쌀떡의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김씨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해 방송했습니다. 이는 가해자와 피해자 '확정'에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당시 방송에서 김씨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일본을 수차례 왕래하면서 딸기찹쌀떡 장인으로부터 기술을 배워왔다는 것이고, 둘째 대기업과 조폭의 희생자였다는 것, 마지막으로 투자금 4500만원을 받지 못하고 쫓겨났다는 것이었습니다.

방송만 본다면 안씨는 김씨의 기술을 빼앗은 뒤 거리로 내쫓은 매우 질이 나쁜 사람이었습니다. 그에 걸맞게 안씨의 인터뷰는 범죄자인양 모자이크처리에 변조된 목소리로 나갔습니다.

하지만 양측을 모두 취재해보니 사실은 달랐습니다. 시작은 흔하디흔한 동업자 간 갈등이었습니다. 안씨와 김씨 모두 (정도는 다를 지라도) 각각의 잘못을 했고, 결국엔 서로의 신뢰가 무너져 동업이 파국으로 치달았습니다. 여기엔 안씨의 친구 이모씨, 또 다른 관계자 황모씨, 안씨의 지인이었다가 김씨에게로 돌아선 투자자 박모씨 등 제삼자들이 마구 얽혀있었습니다.

박씨의 경우 그가 김씨에게 협박성 발언을 한 것이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드러나 공분을 불렀다가 다른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김씨를 옹호했습니다. 그야말로 서로를 녹취하고 폭로하는 진흙탕 싸움. 김씨가 허위사실이 포함된 자극적인 문구로 1인 시위를 하지 않았다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눌 만한 사항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방송을 본 네티즌들은 안씨에게 '악플 세례'를 퍼부었습니다. 쿠키뉴스는 '청년달인의 실체'라는 제목으로 안씨의 입장을 전한 바 있습니다. 이후 "누구 말이 맞는지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보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동업자 간 갈등이 사기극으로 치달은 까닭은?

안씨는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며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김씨를 고소했습니다, 김씨도 협박·횡령 등의 혐의로 안씨를 맞고소했습니다. 기다렸습니다. 수개월 후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난해 4월 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검사 도상범)는 "안씨는 김씨의 기술과 아이템을 가로채지 않았고, 김씨를 내쫓지 않았으며, 대기업과 조폭이 관여하지 않았다"며 "허위사실을 퍼트려 안씨의 명예를 훼손한 김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 약식기소에 처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씨는 즉각 벌금을 냈습니다.

반면 안씨는 '증거불충분에 의한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됐습니다. 검찰과 법원은 안씨의 손을 들어준 셈입니다. 그러나 안씨를 비난했던 네티즌들은 '논란의 결과'를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김씨는 '갑의 횡포에 당한 청년달인'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방송 출연으로 쌓은 인지도로 사업을 크게 벌여 나갔습니다. 김씨의 가게 앞에는 지금도 방송에 수차례 소개됐다고 강조한 간판이 서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 과일 찹쌀떡 원조집'이라는 문구도 함께 적혀 있습니다.

김씨는 현재 과일찹쌀떡 전문 'M브랜드'를 창업해 전국에 10여개의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모 백화점에 입점한 것이 주요했습니다. 또 다른 백화점과 제휴해 중국진출도 앞두고 있습니다. 김씨가 사업범위를 넓히는데 있어 과거 허위사실을 주장해 만들어진 유명세도 어느 정도는 작용하고 있지 않을까요. 도덕적 비난을 예상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깊게 파인 감정의 골, 서로 좋게 풀 순 없을까?

그러나 김씨의 말을 들어보면 그를 무작정 '사기꾼'으로만 여기기에도 무리가 있습니다. 어렵사리 만난 김씨는 "오래 전에 전달했으면 좋았을 뻔 했다"며 녹취파일과 문자·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건넸습니다. 그 속엔 그가 당시 1인 시위를 나설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가 제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안씨와 그의 지인들로부터 동업하던 가게에서 손을 뗄 것을 거의 강요받다시피 했습니다.

김씨는 "논란이 불거진 직후에도 안씨가 '노이즈마케팅' 등을 언급하며 수차례 동업을 제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씨가 보여준 2013년 9월 18일 안씨의 문자엔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또 같은 달 26일 녹취된 파일에서 안씨는 김씨에게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자"라고도 말했습니다.

김씨가 투자한 금액 4500만원에 대해선 서로 말이 달랐습니다. 안씨는 "방송이전인 2013년 6월 17일과 18일 양일간 김씨를 만나 투자금 4500만원 중 고정투자비를 제한 3900만원을 돌려주려했지만, 이 제안에 김씨가 거부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안씨는 최근 만남에서 "2013년 10월 21일 3900만원을 김씨에게 돌려줬다"며 이름이 '안홍성'으로 찍힌 '무통장입금증'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김씨는 "다른 투자자인 정모씨의 이름으로 투자금 5400만원(4500만원) 중 일부인 3900만원이 입금됐다"며 증거로 '문자메시지'를 보여줬습니다. 여기엔 2013년 11월 29일 자로 "사전 통보와 상의도 없이 왜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3900만원을 입금했느냐. 그대로 보관 중이며 반환했으면 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며 자료를 제시했습니다. 누구 말이 진실인걸까요.

김씨 반박문 내자 안씨 고소 예고… 2차 폭풍 몰아칠까

안씨는 현재 변호사를 만나고 있습니다. 최근 김씨가 낸 반박문에 허위사실이 또다시 포함됐다는 게 그의 입장입니다. 안씨는 "김씨가 똑같은 거짓말을 반복하면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반박문에 대해서 허위사실 유포 혐의 및 부정행위 방지법 관련 고소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안씨는 "잘못이 드러났음에도 김씨는 사과를 한 적이 없다"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였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언젠가는 속에 있는 말을 다 하고 싶었다"며 그 동안의 심정을 모두 털어놨습니다.

김씨는 "제가 100% 잘했다는 것이 아니다. 제가 쓴 글로 인해 안씨가 피해를 입은 건 맞다. 방법이 틀린 것이다. 그래서 벌도 받았고, 질책도 들었다"며 잘못을 일부 인정했습니다.

김씨는 이어 "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다"며 "그땐 정말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가게에서 손을 떼라는 등) 압박받은 부분에 대해 법에 호소한다는 것은 멀게만 느껴졌었다.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는 또 "시위를 했을 당시 그 말들이 모두 거짓말인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씨는 "안씨는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하지만 저는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법원에서 눈물을 흘리며 안씨에게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안씨와 또다시 싸우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안씨가 사과를 원하고 있는데 다시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김씨는 한참을 뜸을 들이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씨가 (제 글로 인해) 피해 입은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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