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메이커 '끼어들기 얌체족'

2015. 3. 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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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신년기획 線지키는 先진사회 / ④ 부끄러운 줄서기 문화 ◆ ■ 10일 매경미디어그룹 - 경찰청 - KT 교통안전 MOU

출근 시간인 9일 오전 8시께 올림픽대로에 들어서기 위해 여의도에서 여의2교로 향하자 4차선 도로의 끝에 있는 우회전 램프 진입로 앞으로 100m가량 줄지어 늘어선 차들이 보였다. 줄 맨 뒤쪽부터 시작해 천천히 앞으로 가던 중 왼쪽 직진차로에서 한 '얌체' 운전자가 갑작스레 오른쪽 깜빡이를 켜고 1~2초 만에 앞 차와 생긴 좁은 틈에 머리를 들이민다.

줄선 차량들은 얌체 운전자들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앞 차에 바짝 붙어 위태로운 주행을 계속했다. 그러나 이러한 신경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또 다른 차량이 이번에는 깜빡이도 켜지 않은 채 끼어들었다. 창문을 열고 욕설을 내뱉는 운전자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거북이걸음을 하며 이곳을 지나는 5분여 동안 이런 식으로 불쑥 끼어든 차량만 서너 대였다.

우리나라의 차량 끼어들기 문제는 배려안전선을 무시하는 대표적 사례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나만 빨리 가면 된다' '사고만 안 나면 된다'는 생각으로 별다른 죄책감 없이 끼어들기를 시도한다. 끼어들기에 손쉽게 성공하면 '내가 운전을 잘한다'며 자랑하고, 반대로 줄을 지켜 운행하는 운전자들을 '답답하게 운전한다'며 되레 비판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 교통 질서 의식의 부끄러운 단면이다.

지난 6일 오후 8시께 마장IC를 지나 진입한 서울 내부순환도로는 서울 노원구, 의정부·구리 방면으로 향하는 차량들 때문에 주차장으로 변했다. 월곡 램프 진입 차선에 끼어들기 위해 눈치를 보는 차와 실제로 끼어든 차들 때문에 교통 체증은 더욱 심해졌다. 실제로 기자가 취재를 위해 탑승한 택시 역시 200여 m를 진행한 뒤 램프 진입 차선에 끼어들었다. 택시기사 김 모씨는 "요즘 경찰 단속이 심해 더 많이 가면 잡힌다. 더 가서는 끼어들기 어렵다"고 태연하게 답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내 끼어들기 차량 단속실적은 28만2843건에 달했다. 2011년 3만7772건, 2012년 2만629건, 2013년 4만2477건에 비해 급격히 늘어난 수치다.

윤소식 서울경찰청 교통안전과장은 "지난해 서울청에서 캠코더 영상단속을 강화하는 등 끼어들기 중점 관리에 나서면서 그간 단속망을 피해나가던 끼어들기 차량이 대거 적발됐다"며 "스마트폰이나 블랙박스를 이용한 시민들의 공익신고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취재팀 = 황인혁 차장(팀장) / 이재철 기자 / 백상경 기자 / 원요환 기자 / 최희석 기자 / 김시균 기자 / 박윤예 기자 / 박창영 기자 / 안갑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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