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들여 새마을운동 게임? '종북몹' 잡아 '곡괭이' 살까

2015. 3. 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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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소셜쟁점] 한국콘텐츠진흥원 사업공모 비판 봇물… "돈 따먹고 없어질 사업 아니냐"

[미디어오늘 정상근 기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달 27일 '기능성게임 활성화'를 명목으로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밝혔습니다. 부가가치가 높은 게임 산업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 자체를 나쁘게 볼 수는 없지만, 최근 이 사업계획이 여론에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바로 '새마을운동' 때문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선정한 기능성게임 중 '교육' 부문 주제가 '새마을운동'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 게임 개발에 최대 1억6천만원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진흥원은 "저개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새마을 운동 정신‧이념 교육 등 경제 활성화 기능성게임"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출용'이란 것이지요.

그런데 왜 하필 '새마을운동'일까요? 박근혜 정부 들어 새마을운동이 다시 회자됩니다.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상징적 정책이니, 박 대통령 당선 이후 새마을운동이 회자되는 것 아니냐 볼 수 있지만, 지금은 정부가 나서 새마을운동에 예산을 투입하고있습니다. 새마을운동이 사실상 다시 시작된 셈이지요.

▲ 한국콘텐츠진흥원 사업계획안.

박 대통령은 대선 전에도 새마을운동 구호인 "'잘 살아보세'의 신화를 이루겠다"고 말했고, 당선 후에도 예산을 투입해 '새마을운동 살리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안전행정부가 올해 새마을운동 사업예산을 10배 늘린 56억여원을 책정하는 등 규모도 큽니다. 이번 콘텐츠진흥원의 '새마을운동 게임'도 그 흐름 속에서 등장한 것이겠지요.

그런데 예산을 들여 '게임'까지 만들겠다니,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게임을 만드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과연 누가 이용할까"라며 "게임이 사상이나 이념을 주입하려고 하면 바로 재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새마을운동 정신이나 이념이 과연 인기를 끌 수 있겠느냐"는 점도 지적했지요.

아무리 기능성 게임이지만 스토리 구상이 안 됩니다. 새마을운동으로 무슨 게임을 만들까요? 한 네티즌은 "RPG 온라인 게임으로, 종북:몹들을 잡아 경험치와 골드를 얻은 후 삽, 곡괭이를 상점에서 구입한 뒤 마을에 집을 짓고, 자주국방 실현하기 위해 팩토리를 건설, 최종 목표는 마지막 보스 정은이(김정은)를 잡는 걸로"라고 예상했네요.

또 다른 네티즌은 "초반에는 매우 건전하게 심시티 비스무레하게 가는거죠. 그러나 중반 어느 시점부터, 부의 재분배가 안 되면 성장세가 점점 둔화되고, 사회가 혼란해지고"와 같은 시나리오를 구상했습니다.

그 밖의 네티즌들도 비난 일색입니다. "희한한 짓만 한다", "실망도 연거푸하니까 무뎌지네", "게임이 4대악이라더니 국고 털어서 새마을운동 게임을 개발하시겠다?", "컴퓨터도 제대로 없는 나라에 아버지 박정희의 독재를 기념하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왜 세금으로 이런 사업을 벌이느냐, 이런 비판도 나옵니다. "눈먼 돈이 이렇게, 세금 모자르다는 징징징은 그만하길", "진짜 자기 돈 아니라고 너무 하는 거 아니냐? 너무 황당하고 짜증스럽게 예산을 낭비한다", "돈 따먹고 결국 없어질 사업인 걸 누구나 아는 새마을운동 기능성 게임, 이렇게 눈먼 돈 주워먹으려고 군청으로 시청으로 도청으로 정부에 줄서기 한 사람이 어디 한 둘일까?"와 같은 비판이지요.

블로거 아이엠피터는 현재 진행 중인 새마을운동 사업계획을 보니, 기존의 해외봉사와 내용상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늘 해오던 방식인데, '새마을운동'이란 이름을 거는데 예산을 쓰고 있다는 것이지요. 어쩌면 부친의 독재를 희석시키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닌가, 국민들은 의구심을 품고 있습니다.

새마을운동이 시작 된지도 벌써 반세기가 지나갑니다. 새마을운동은 낙후된 농촌지역 개발에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도 받지만, 결국 유신독재를 뒷받침하는 조직운동으로 변화됐다는 비판도 공존합니다. 긍정적인 평가도 농어촌 살리기 예산이 대대적으로 투입된 결과이지요.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새마을운동은 다릅니다. 낙후된 서민의 삶 개선을 위한 예산은 사라지고 오로지 '새마을운동'이란 이름을 국민들에게 주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만 받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새마을운동의 무엇이 그리운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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