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내서 집 사지 말고 돈 아껴 저축해야 산다

박송이 기자 입력 2015. 2. 28. 14:58 수정 2015. 2. 2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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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은 '빚 내서 집 사라'고 말하지만, 전문가들은 불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지금, 자산 가치가 올라갈 일은 없다고 말한다. 또 개인에게는 절약과 저축이 불황을 건너는 현명한 선택이다. 중산층·서민이 장기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과는 거꾸로 가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다시 위험천만한 지뢰밭 앞. '빚 내서 집 사라'는 정부의 메시지에 김순영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10년 전을 떠올렸다. 당시 그는 카드빚으로 삶이 파괴된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박사논문을 준비하면서다. 이 논문은 <대출 권하는 사회>라는 책으로도 출간됐다. 카드빚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신용불량자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도, 명동에 있는 신용회복위원회 상담소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대부분이 평범했고 사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외환위기 이후 일자리를 잃고 복지혜택도 받지 못한 사람들은 병원비나 생활비로 쓰기 위해 카드 현금서비스를 이용했다. 박사논문에서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을 분석한 김 연구원은 당시 '카드대란'은 저소득층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정책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김순영 연구원은 '빚 내서 집 사라'는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 또한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또다시 불황 극복을 개인의 위험으로 떠넘겼다. "저축이나 자산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집을 사겠다고 대출 받았다가 갑자기 병에 걸리거나 직장이라도 잃게 되면 어떻게 될까. 10년 전 카드대란을 유발한 정부의 경제정책은 한마디로 지뢰밭이었다. 지뢰밭을 걸어가다 누구든 재수 없어서 지뢰를 잘못 건드리면 신용불량자가 되고 삶이 파괴됐다. 지난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작년 하반기에만 가계대출이 60조원이나 늘었다. 또다시 중산층·서민들이 지뢰밭 앞에 선 셈이다."

불황 극복을 개인의 위험으로 떠넘겨

정치권은 늘 '민생'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경제정책에서 '민생'은 늘 뒷전이다. 왜 그럴까. 정부의 정책은 '경제대책'이 아니라 '선거대책'이기 때문이다. <불황 10년>의 지은이 우석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의 말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집 가진 사람을 자신들의 지지자로 생각하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든 집값을 올려놔야 선거 때 표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검증 안 된 신념이다. 선거에 유리하다면 시한폭탄이라는 가계부채의 증가도 고려 대상이 아닌 셈이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문제는 경제'라고 말들을 앞세우지만, 정치와 경제가 부딪치면 경제는 언제나 양보 대상이 됐다. 우 부원장은 "새정치연합은 지난번 최경환 부총리의 '부동산 3법' 국회 통과와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맞바꿨다. 정치효과는 단기적이지만, 경제효과는 장기적인데 새정치연합도 여기에 대한 고려가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선거대책'과 '정치효과'에만 골몰한 가운데 불황에 맞닥뜨리고 있는 것은 서민들이다. 망원시장에서 30년 동안 장사를 해온 이복수씨(66)는 최근 들어 장사가 옛날 같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28년 동안 채소를 팔다가 2년 전부터 반찬으로 업종을 바꿨다. 핵가족이 늘어나서 그런지 예전만큼 채소가 팔리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반찬가게로 바꾸고 나서 좀 나아지는가 싶었지만, 매출은 최근 들어 점점 줄었다. 많이 팔릴 때는 하루 매출이 30만~40만원이었는데, 요즘에는 10만원에서 많아 봤자 20만원 정도다. 원래 계절을 좀 타는 장사라 겨울에 손님이 좀 뜸할 때도 있지만, 한 번 올 때마다 1만원어치는 사가던 단골 손님들도 요즘은 5000~6000원 정도의 소량만 사가는 경우가 많다. 임대료 130만원에 재료비를 제하고 나면 이씨 부부가 겨우 먹고 살 정도의 금액만 남는다. 이씨는 "자식들을 다 키워놔서 이제 교육비는 들지 않지만, 애들 키우느라 모아놓은 돈이 없다. 노후자금으로 모아둔 여윳돈이 없는 마당에 장사가 잘 안 되니까 불안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불안한 마음에 '경제대책'으로 포장한 정부의 '선거대책'대로 움직인다면 중산층·서민은 고스란히 불황의 비용을 짊어지기 쉽다. 김지욱씨(가명·45)는 5년 전 대출 2억원을 받아 집을 샀다. 그는 1.5t 트럭으로 물류유통을 하는 개인사업자다. 경기를 많이 타는 일이다. 호황일 때는 잘 벌면 월 1000만원을 벌기도 했다. 하지만 불황일 때는 200만원도 못 번다. 여기에 공공보험료와 세금, 유류비 등을 제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별로 없다. 김씨는 2년 전부터 집에 생활비를 갖다주는 것은 고사하고 트럭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설상가상으로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퇴직한 사람들이 물류유통으로 유입됐다.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집을 사면서 빌린 빚을 갚는 것이었다. 한 달 150만원씩 갚아나가야 하는데 제때 갚지 못하는 달이 늘었다. 해당 은행은 집을 경매에 넘기겠다고 했다. 집을 포기해야 할까. 집을 포기하게 되면 아내와 아이들은 본가와 처가로 뿔뿔이 흩어져서 살아야 한다. 그것만은 막아보겠다며 김씨는 다시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 상황은 더 나빠졌다. 이제 빚 독촉과 압류 협박은 은행만이 아니었다. 우울증까지 앓게 된 아내는 이혼을 요구했다.

'경제대책'으로 포장한 '선거대책'

소득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김미선 에듀머니 본부장은 저소득층의 고육지책이라고 말한다. "노동이 불안정해지다 보니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일단 사고, 나중에 집으로 담보대출을 받아 아이 교육비로 쓰고, 은퇴 직전에 대출을 털어내고, 아이들이 독립하고 나면 노후를 역모기지로 받아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들을 한다. 서민들이 생애주기에 따라 살면서 들게 되는 갖가지 비용들을 근로소득에서 해결할 수 없으니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 해결하겠다는 심리가 깔려 있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최근 상담사례를 소개했다. 민간기업의 정규직으로 3000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는 30대 가장의 사례였다. 그는 얼마 전 2억3000만원의 재개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그의 연봉으로는 거치기간 이후 원금을 갚아나갈 뾰족한 수가 없었다. 김 본부장은 그에게 '집을 포기하라'고 조언했다. "페널티를 물더라도 포기할 건 포기해야 한다.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사게 되면 빼도 박도 못하고 삶이 뒤틀리기 시작한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정부의 시그널과는 정반대다. 정부는 '빚 내서 집 사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집을 포기하라'고 말린다. 전문가들은 불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지금, 자산가치가 올라갈 일은 없다고 말한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정부가 모든 총알을 다 써봐야 하락국면이다"라고 말했다. 우석훈 부원장은 "저점이니 집을 사도 된다는 이야기는 일본에서도 주기적으로 있었다. 그러나 집 가격 때문이 아니라 나중에 팔기가 어려우니 집을 사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산층·서민이 장기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과는 거꾸로 가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주거비용에 대해서도 빚을 내 매달 '대출이자'를 내기보다는 '월세'를 내는 방향을 선택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집값이 오른다고 기대하면 이자는 '투자'로 생각되고 월세는 '소비'로 생각된다. 그러나 집값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월세는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은 지출이다. 반면 이자는 폭탄이 된다. 제윤경 대표는 "집값이 오를 때는 기대수익으로 되돌아올 것이 있어 보이겠지만,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는 자산 자체가 증발해버린다"고 말했다. "월세에는 사람들이 매달 내는 데서 오는 심리적 불편이 전제돼 있지만, 임차인 투쟁을 벌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월세가 2년마다 오르는 데 대한 주거불안이 있는데 임차인들은 같이 연대해서 인상폭을 사회적으로 합리적인 수준으로 제안하는 등의 움직임이 가능하다. 이제 더 이상 개인이 재테크해서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의료불안, 교육불안, 주거불안은 개인이 노력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2000년대 이후 자본주의가 중산층을 현혹시킨 판타지다."

우석훈 부원장은 "전세에 너무 익숙해서 그렇지만 월세는 기본적으로 주택을 보유하면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회피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당장 월세가 아깝다고 덜컥 집을 사는 것보다는 최소한 이번 정부 말기와 다음 정부의 정책을 기다리면서 월세로 버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출이자 내기보다 월세가 합리적

소비를 줄이는 것도 불황을 건너가기 위한 최선의 방책이다. 정부 경제정책 기조의 핵심은 소비 촉진이지만, 개인이 이를 그대로 따를 경우 불황을 버티기 어렵다. 우석훈 부원장은 "지금 기업들 사내유보금이 많다고 하는데 기업이 불황기에 불안하니까 쌓아두는 것이다. 개인도 그렇게 해야 한다. 지금 소비를 줄이지 않는 건 개인들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비는 공격이라면 절약과 저축은 방어다. 개인에게는 '방어'가 불황을 건너는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는 '안티 소비' 운동이 일어났다. '돈이 없으니까 못 쓰고 아껴야 한다'가 아니라 '내가 그렇게 쓰면서 뭐가 그렇게 좋았을까'를 묻는 것이었다.

소비를 줄이면 정부가 강조하는 성장은 어떻게 되는 걸까? 우석훈 부원장은 "성장률이 기계적으로 높아져도 개인의 삶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개인이 고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제윤경 대표도 정부가 불황을 극복하자며 끊임없이 강조하는 성장 강박에 대해서도 개인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성장을 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개인이 생각하는 성장은 노동시간이 줄고, 여가가 늘고,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 구성요소들에 불안을 느끼지 않는 상태에 다다르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수십년간 성장하면서 우리가 좋은 삶에 다가간 적이 있었는가. 성장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 쫓기고 더 불안해졌다. 누구를 위한 성장이었을까. 우리 보통사람들의 삶이 좋은 삶이 되었는지, 소수 부유층의 부가 지나칠 정도로 늘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불황은 사람들이 리스크를 감지하면서 잠시 멈춰 생각하고 지연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광고와 마케팅에 끌려다니는 소비만 하지 않아도 절약이 가능하다. 지난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원순 캠프는 서울시민 가계부살림 프로젝트를 통해 생활비 절감 공약을 내세웠다. 이 공약에 따르면 대형마트보다 전통시장 가격이 17%가량 저렴해 골목상권, 전통시장의 활성화로 식비가 10% 절약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돼 있다. 제윤경 대표는 "마트만 끊어도 굉장히 많이 줄일 수 있다. 물론 대기업은 싫어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불황 때 잘못하면 대형마트 몇 개는 망할 것이다. 너무 과잉공급돼 있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야 한다. 할인해서 사기보다 제값 주고 낱개를 소량으로 사는 것이 훨씬 비용이 절약된다"고 말했다.

대기업 마케팅에 끌려다니지 말아야

신용카드를 쓰지 않고 현금으로 소비를 하자는 주장 역시 같은 맥락이다. 현금으로 소비를 하다 보면 아까운 마음에 신용카드를 쓸 때보다 훨씬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가 생활비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협동조합 기본법이 경제에 미칠 영향>(최동일)이라는 KDI 보고서에 따르면 협동조합 결성이 활성화될 경우 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한 효과는 3.14%포인트로 계산됐다. 그밖에 국·공유지를 활용한 협동조합 주택 건설, 에너지 저감 리모델링, 빈집·빈방 셰어하우스, 공동주택 주민관리 등 사회적 경제 도입을 통해서 생활비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들이 제시됐다.

물론 사회적 경제 및 대안경제의 흐름은 장기적 모색이다. 당장의 불황에서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절약'과 '저축'이 절실하다. 초저금리 시대에 빚 내서 어디에 투자할까, 라는 생각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우석훈 부원장은 불황의 시대에 "조금이라도 신용불량자가 덜 되고, 세계 제1위 자살률 수준을 조금이라도 낮춘 상태"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바꾸어 말하면 불황에는 신용불량자가 되고, 삶이 파괴될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산층·서민들은 불황의 시대에 정부가 제시하는 위험한 경기부양책과는 반대로 '방어'의 자세로 전환하고 있을까. 우석훈 부원장은 TV 프로그램 <삼시세끼>의 인기에서 그런 기미가 보인다고 말했다.

"<삼시세끼>가 2년 전에만 했어도 이렇게 인기를 끌었을까. 올리브TV가 유명 주방장들을 동원해 음식 마케팅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프로그램들을 많이 했는데, 사실 1년 전부터 시청률이 높지 않았다. 사람들이 돈이 없으니까 그런 걸 보면 기분이 나쁜 것이다. 그런데 차승원씨가 흔한 재료로 밥을 하는 걸 보면 마음이 편하다. 돈이 없어 식당 가기 어려우니까 아빠가 해주는 음식이 문화적으로 붐을 타는 것이다. 불황이 불안하고 두렵다고 어렵게 모은 돈으로 증권투자하지 말고, <삼시세끼>처럼 집에서 밥 해먹고 돈 아껴서 저축하는 게 최고다."

우석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노동자라면 안 쓰는 게 최고다"

한국 또한 장기불황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목소리가 높다. 불황일수록 개인들은 경제적 위기에 몰릴 수 있는 위험이 높다. 우석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은 개인들이 불황을 무사히 건너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방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불황을 극복하는 성장은 '소비'로 촉진되는 것 아닌가.

"폐쇄경제 구조 같으면 생각해볼 수 있다. 한국은 이미 수출 위주다. 개인의 소비는 별로 효과가 없다. 게다가 노동자들이 소비를 해도 그 혜택으로 고용안정, 임금인상이 돌아와야 하는데 안 돌아온다. 조세정의의 기본도 안 갖춰져 있어 일하는 사람들만 세금을 많이 내고, 돌아오는 복지혜택도 없다. 노동자라면 안 쓰는 게 최고다. 돈만 쓰면 바보다."

책에서는 개인들이 재무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거대한 조정기다. IMF사태 때 잠깐 조정기가 있었지만, 너무 짧아 조정된 것이 없이 그냥 지나갔다.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재무구조에 대한 개념이 상대적으로 덜 갖춰져 있다. 마이너스 통장이면서도 명품가방을 사는 식이다. 호황일 때는 좀 허황되게 쓸 수도 있다. 호황 때 힘들어지면 주변에서 부조를 받을 수 있지만 불황 때는 돈 나올 구조가 없다. 허름한 옷을 입은 창피함은 잠깐이지만 누군가에게 돈을 빌리러 가서 느끼게 되는 굴욕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긴다. 일본은 불황기를 거치면서 개인들의 소비패턴이 조정된 측면이 있다."

불황에 주식 등의 재테크보다는 금리가 낮더라도 저축을 강조한다.

"일본이 장기불황인데 공무원들이나 아베노믹스를 보면 말도 안 되고 황당한 게 많다. 그래도 국민들이 검소해 불황을 버틴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1998년까지 저축률 1~2위를 다퉜다. 이후 일본은 저축률을 유지했지만, 우리는 떨어졌다. 심지어 일본은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금리였을 때에도 저축률을 유지했다. 어렵게 번 돈을 괜히 날리기보다는 원금이라도 잘 버티는 것, 그게 고마운 일이라고 하는 게 불황을 20년쯤 지나고 있는 일본인들의 원칙이다."

사실 저축할 돈이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기본적으로 고정지출이 많다. 보험만 해도 몇 가지가 들어간다.

"보험을 여러 개 드느니 그걸 모아 가지고 있는 편이 낫다. 자기 돈보다 좋은 보험상품은 없다. 평균적으로 낸 돈보다 많이 돈을 주는 보험은 없다. 나는 해외여행 갈 때 여행자 보험에 들고, 주택화재보험에만 들었다. 이런 보험은 재테크용이 아니다. 한국은 일종의 보험 중독이다. 돈도 없는데 연금보험 몇 개씩 가지고 있다. 손에 잡히는 대로 가입하다 보면 월소득에서 큰 돈이 보험금으로 그냥 빠져나가게 된다. 이런 식이라면 불황기에 필요한 방어가 불가능해진다. 잘 생각해보고 꼭 필요한 보험이 아니라면 정리해 목돈을 먼저 확보하고 월별 지출도 최저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 좋다."

불황이 조정의 기회가 되기도 하나.

"불황이라는 과정은 어떻게 보면, 너무 많아져서 과잉이 된 기계와 설비들을 줄이고 잘못된 과거의 투자를 바로잡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없애야 하는 것인데, 평소 같으면 마음이 약해져서 없애기 어려우니 시장이 스스로 불황이라는 과정을 만들어 조정하는 일종의 자기조절 메커니즘 같은 것이다. 불황 때 조정이 되는 사회여야 호황으로 넘어갈 수 있다. 조정이 안 되면 망하는 것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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