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학점 인턴' 부당 착취.. 감독 손 놓은 고용부

이지수 2015. 2. 1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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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노무 직장체험 금지 불구대학 자체 프로그램 관여 않고 노동자 아니라는 이유로 뒷짐"학생 입장 보호해줄 대안 필요"

서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A씨는 지난해 방학 때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하는 직장체험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A씨는 평소 관심 있던 '행정분야'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A씨가 건강 관련 사업장에서 하루 4시간씩 총 140시간 동안 한 일은 대부분 단순 노동이었다.

A씨는 16일 "위내시경을 하는 환자가 움직이지 않도록 잡아주거나 설문지를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며 "연말에 바쁘니까 대학생 인력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일부 기업체가 운영 중인 '학점인정 인턴제'가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고용부가 주관하는 대학생 직장체험 프로그램도 규정을 무시한 채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 노무 종사'를 금지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교육 대신 '단순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 기업체 현장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서류로 그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정부의 무대책 속에 수많은 학생이 인턴이라는 미명하에 '저임금 단순노동'에 내몰리고 있다.

'학점인정 인턴제'는 학교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프로그램과 A씨가 지원한 고용부 주관 '기업체험 프로그램' 두 가지로 나뉜다.

학점인정 인턴제는 물론 고용노동부의 프로그램도 현장에서 단순 업무를 반복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업체험 프로그램이 나은 점이라면 정부가 월 40만원의 지원금을 학생에게 준다는 정도로, 제대로 된 인턴 교육은 기대하기 어렵다.

고용부 프로그램에 지원해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B씨는 "고용부 관할 인턴들이 단순업무를 하면 안 되는 줄 (취재 후) 알았다"며 "학교 프로그램에서 온 인턴이든 고용부 인턴이든 다 같이 섞여 단순업무를 하는 건 똑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고용부는 홈플러스가 '학점인정 인턴제'로 매장에 파견된 학생들의 노동력을 부당하게 착취하고 있다는 보도에도 이들이 근로자가 아니라며 관리·감독에 손을 놓고 있다. 고용부는 다만 현재 홈플러스에서 고용부 프로그램을 통해 일하고 있는 학생들에 한해서만 실태 조사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대학에서 자체 실시해 업무현장으로 가는 인턴들은 현재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며 "고용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에 한해서는 분기별로 고용지청 관계자가 현장에 가 꼼꼼한 감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 관계자는 고용부와 다른 얘기를 들려줬다. 고용부와 업무계약을 맺고 방학마다 학생들을 받고 있는 한 기업체 관계자는 "고용부에서 현장에 감독하러 나온 적은 없다"며 "평가서를 서면으로 제출하는 게 있긴 하다"고 답했다. 분기별로 면밀하게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는 고용부 주장과 달리 서면으로, 그것도 학생이 아닌 기업체의 평가서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이기원 청년유니온 대학생팀장은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해도 (관련 기관들이) '배우는 게 아주 없진 않을 것'이라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학생들 입장을 보호해주려는 노력과 실질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수 기자 v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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