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우커 "한국은 다시 오기 싫은 나라"

천선휴 기자 2015. 2. 11. 15: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부 여행사, 돈 줘가며 중국인 모객 후 이익 남기려 쇼핑 위주로 여행일정 짜"싸구려 호텔서 재우고 값싼 음식 먹이며 계약 맺은 면세점만 데리고 돌아다녀"

10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명동. 추운 날씨에도 외국인 관광객이 북적인다. 호객 행위를 하는 점원들이 큰 소리로 손님을 부른다.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중국어. 일본인 손님이 줄고 요우커(중국인 관광객)가 늘어난 데 따른 현상이다. 한 화장품가게에 들어가 보니 중국어를 구사하는 점원이 안내를 돕는다. 그는 "요즘은 엔저 때문에 일본인 관광객이 현저하게 줄었다"면서 "명동 일대 상점의 점원은 대부분 중국어를 쓸 줄 안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요우커 전성시대'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1,268만2,000여명. 이 중 중국인은 44.7%(566만3,000여명)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들은 대부분 관광 목적으로 한국을 찾았다. 오는 18~24일 중국 춘절 연휴 기간에도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요우커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관광공사는 춘절 기간에 요우커 12만6,000명이 방한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렇게 한국을 찾는 요우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요우커 대부분이 한국에 왔다가 크게 실망하고 돌아간다고 입을 모은다. 여행업계는 일부 여행사가 돈에 눈이 멀어 한국 여행상품을 쇼핑 일정 위주로 짜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요우커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11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패키지 상품(여행사가 모든 여행 일정을 관리하는 여행 상품)으로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하나같이 '한국은 다시 오기 싫은 나라'라고 얘기한다"면서 "상당수 여행사가 이익을 위해 쇼핑 위주로 여행 일정을 짜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요우커 566만3,000여명 중 197만8,000여명이 단체 관광을 한 것으로 추산된다.

"여행사가 면세점 백화점 등과 계약을 맺어요. 중국관광객들이 쇼핑을 통해 돈을 쓰고 갈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거죠. 그래야 여행사에 떨어지는 돈이 많습니다. 그걸 이용하는 거예요. (중국인) 관광객으로선 관광명소들을 구경하고 추억을 쌓아야 '한국은 볼거리가 많은 나라' '다시 오고 싶은 나라'라고 생각하는데 면세점만 돌아다니니 '다시 오기 싫은 나라'로 인식하는 거죠."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다소 놀라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여행사가 돈을 주고 한국에 요우커를 데리고 오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인 관광객을 모을 때 헐값에 패키지 상품을 내놓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일부 여행사는 1인당 300~500위안을 주고 중국인들을 한국에 데리고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돈을 주고 사온 관광객에게 그 이상의 돈을 뽑아내려면 쇼핑 위주로 여행 일정을 짜는 수밖에 없어요. 계약을 맺은 곳(쇼핑 업체)에 데리고 다녀야 하니 쇼핑하기 편한 서울 중심지에는 그들을 재울 수가 없죠. 서울 중심지 호텔에 그들을 재우면 자기들끼리 나와서 돌아다닐 거 아닙니까? 발을 묶어놔야죠. 가이드가 소개하는 곳으로만 갈 수 있게 말이죠. 그러니 인천 평택 화성 의정부 등 서울 외곽의 3만~5만원짜리 관광호텔에 요우커들을 넣는 겁니다. 여행업체로선 이들 호텔이 개인행동을 막을 수 있는 데다 숙박비까지 저렴한 안성맞춤 호텔입니다."

명동 중심지의 한 호텔 지배인이 내놓은 얘기도 비슷했다. 그는 "패키지 상품의 비용엔 항공료, 숙박비, 육상 교통비, 밥값 등이 다 들어간다"면서 "돈을 주고 관광객을 사오는 판이니 최대한 줄여야 하지 않겠나. 명동권 숙소의 숙박료는 10만원이 넘기 때문에 외곽 지역 펜션에 (요우커들을)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남기려고 혈안이 되다 보니 살도 없는 5,000원짜리 삼계탕 등을 먹인다"면서 "아주 문제가 많다"고 했다.

이 지배인은 "한국을 재방문하는 중국인이 많지 않기 때문에 중국 인구가 아무리 많아도 언젠가는 중국인의 발길이 뜸해질 것"이라면서 "싸구려 호텔에서 허접한 밥을 먹는데 한국에 좋은 인상을 갖는 요우커가 얼마나 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명동 중심지에 숙소를 잡고 머무는 요우커는 대부분 글로벌 여행사를 통해 자유여행을 하는 관광객"이라며 "자유여행을 하는 중국인들을 제외하곤 다 불만을 토로하고 간다고 보면 된다"라고 주장했다.

천선휴 기자

[ⓒ 한국미디어네트워크(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