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직장'의 두 얼굴..좌절하는 '꿈의 직장인들'

입력 2015. 2. 5. 17:31 수정 2015. 2. 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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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A(31)씨는 또래의 직장인 사이에서 초봉 상위 1%에 해당하는 회사원이다. 그는 소위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대기업에 취직한 4년 차 직장인이다. 1차 산업에 종사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그는 치열하게 공부해 국내소재 명문 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지금의 직장을 갖게 됐다. 사람들은 그를 '개천에서 난 용'이라 부르며 부러운 시선을 보낸다. 그러나 정작 그는 그 표현이 불편하다.

A씨는 "옛날엔 차곡차곡 모으면 집도 사고 애도 낳고 오순도순 집안 일으킬 수 있었는데, 나 같은 가정형편에 초봉 3000~4000만 원대 받아서는 택도 없다"고 입을 열었다.

죽을 각오로 취업전쟁에 뛰어들었다. 닥치는 대로 공모전에 참가하고 스펙을 쌓았다. 지원해본 회사만 30여 곳. 다른 친구들이 어학연수며 인턴이며 경력을 쌓을 때 그는 여유롭지 못한 사정 때문에 동분서주하며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냈다. 덕분에 '꿈의 직장'이라는 지금의 직장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그런 그가 받는 연봉은 세전 5000만 원. 사회초년생 연봉 상위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럼에도 A씨는 근심이 많다. "부모님 생활비에 집 마련하면서 지출이 컸다. 상경해서 지내는 집도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을 내야 한다. 그렇게 고정 지출을 따져보면 월 200만 원 이상이 된다"며 "거기다 세금으로만 1000만 원 이상 떼이니 모을 수 있는 돈이 얼마 없다. 다들 '꿈의 직장'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정작 이렇게 모아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은 꿈도 꾸지 못한다." 결혼에 대해서 그는 "3년 뒤 하고 싶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며 "결혼자금도 쉽지 않아 장가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주변에 부모님한테 지원받는 사람들은 일찍 결혼하고 신혼집을 강남 고급 아파트에 척척 잡는데 그런 모습을 볼때마다 박탈감이 크다"며 회사생활에 회의감을 드러냈다.

A씨는 평소 "열심히 놀다 일찍 죽을 예정"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모이지 않는 돈에 그가 택한 것은 '지금을 즐기는 것'이다. "얼마 전 대출을 받아 3000만 원짜리 차를 구입했다"는 그는 "위안용이다. 내가 아무리 돈 모으고 열심히 일해도 더 나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그러니 조금이나마 보상받기 위해 나를 위해 차를 샀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어 "아무리 벌어도 집은 죽어도 못사니까 다들 그렇게 수입차에 열광하고 해외여행을 즐기는 것 같다"며 "미래의 생활이 불투명하니 조금이나마 모은 돈으로 여유를 즐기자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사정은 B씨(27)도 마찬가지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에 취직한 B씨는 '신의 직장'이라는 표현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공기업은 세전 연봉이 3500~4000만 원 선이다. 연금 떼고 세금 떼면 세후 3000만 원 아래까지 내려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B씨는 "내 월급의 70%를 적금으로 붓고 있다.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고 지내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내 집 마련은 꿈같은 얘기"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부모님께 생활비를 드리고 싶어도 드리지 못한다. 그럴 만한 여유가 안된다"며 "결혼자금이 2억 정도 필요하다던데 빨리 취업했음에도 무리일 듯 하다. 30대 초반까지 1억 조금 넘게 모으는 것이 현재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람들이 이곳을 '신의 직장'이라고 부르는데 부풀려진 게 많다. 미래는 모르겠지만 현재 사기업 친구들 연봉의 60%를 받고 있다. 거기다 최근 정부가 공기업 혜택을 대폭 줄인다고 발표하면서 학자금대출이며 복리후생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청년 실업률이 10%를 육박하는 오늘날 A씨와 B씨는 취업준비생들의 우상과도 같은 존재다. 그러나 어렵게 취업의 문턱을 넘어 A씨와 B씨의 눈앞에 있는 것은 높은 세율과 대출금이다. 그들은 최근 잇따라 논란이 되고 있는 복지와 경제성장 문제에 대해 "복지 문제보다도 젊은 사람들이 돈 잘 벌면 알아서 애 낳고 알아서 잘 키우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아무리 노력해도 부를 가질 수 없게 만드는 사회구조가 문제다. 아무리 치열하게 공부하고 노력해도 건물주가 우리보다 돈을 더 많이 벌고 일하지 않는 상속자 상속녀가 더 많은 돈을 끌어들인다"며 의견을 같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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