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시대 희망 찾기]'두루' '수원시민화폐'.. 지역화폐를 아시나요

대전 | 이재덕 기자 입력 2015. 1. 8. 21:56 수정 2015. 1. 9.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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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 팔면 구할 수 있는 화폐.. 상품·서비스 구입 때 사용
지역에서만 사용 가능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

대전 대덕구에 사는 ㄱ씨는 지난달 말 마을 의료협동조합에 승합차를 빌려주고 현금 6만원과 4만'두루'를 받았다. ㄱ씨는 중고 가전제품을 구입하거나 이웃이 사용하지 않는 아이들 장난감을 구입할 때 현금이 아닌 두루를 사용한다. 같은 마을의 ㄴ씨도 고장난 이웃집 컴퓨터를 수리해주고 7만두루를 받았다.

경북 상주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ㄷ씨는 자신이 재배한 농산물을 판매하고 가격의 일부를 두루로 받았다. 최근 대전 대덕구 민들레 의료협동조합 치과를 찾은 ㄷ씨는 치과 임플란트 시술을 받으면서 두루를 사용했다.

대전에서 지역화폐로 사용되는 '두루'.한밭레츠 제공

두루는 대전의 지역화폐 시민단체인 '한밭레츠'에서 사용하는 화폐이다. 2000년 대전지역 70여가구를 시작으로 현재 상주와 충남 금산 지역 농민 등 657가구가 회원 간의 거래에서 두루를 사용한다. 마을의 의료협동조합, 약국, 카센터, 사진관, 커피전문점, 음식점, 수학학원 등 20여개 가맹점에서도 두루 사용이 가능하다. 상품 구입 때 가격의 20~30%를 두루로 내고, 중고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때는 전액 두루를 사용한다. 2013년 기준으로 1만7308건, 총 3억8000만원어치의 거래가 이뤄졌고 이 중 55%가 원화가 아닌, 두루로 거래됐다.

지역화폐는 대기업, 수도권 등을 중심으로 한 중앙집중적 고성장에서 벗어나 마을기업과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중고 장난감, 컴퓨터 수리용역, 약값, 임플란트 비용 등을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두루로 결제하면서 서울이나 수도권 등으로 빠져나갈 돈들이 지역에 남게 됐다.

두루 거래가 많아질수록 구성원 간의 사회적 관계가 공고해졌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활동도 늘었다. 요가 품앗이, 수학공부 품앗이, 공동 육아 등 품앗이 활동으로 구성원 간 신뢰가 쌓이면서 지역화폐 거래는 더욱 활성화됐다.

국내에 도입된 지역화폐는 50여개에 이른다. 대부분 민간 주도로 시작됐지만 최근에는 지자체가 주도하는 지역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경기 수원에서는 100여명의 주민들이 '수원시민화폐'를 3개월간 시범운영했고, 강원도는 올해부터 지역화폐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박용남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은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저성장, 탈성장 시대를 언급하면서 대안 중의 하나로 지역화폐를 권고한다"며 "지역화폐 생태계를 다양하게 구축하면 저성장으로 인한 충격을 덜 받게 된다"고 말했다.

<대전 |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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