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가진 여자' 조현민과 이효리가 바라보는 '밑'

김현섭 2014. 12. 2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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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와 가수 이효리. 얼핏 닮은 게 없어 보이지만 두 사람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 3세 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조 전무는 2005년 LG애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2007년 3월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과장으로 입사했습니다. 2010년 상무보로 승진했고, 현재는 대한항공 마케팅 부문을 총괄하는 전무입니다.

과거 모델 제안을 받았을 정도로 키(175㎝)도 큽니다. 외모도 수려합니다. 올해 그의 나이 만 31세(1983년생)입니다.

조 전무처럼 부잣집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지금' 가진 걸로 치면 이효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10대 때(1998년) 그룹 '핑클'로 데뷔하자마자 구름 떼 같은 남성 팬들을 몰고 다니며 승승장구 했습니다. 걸그룹이었으니 미모는 굳이 말할 것도 없고, 핑클 해체 뒤에도 예능 프로그램 MC 등 방송인으로 맹활약 했습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스타'가 됐고 부(富)도 이뤘습니다. 같은 또래들은 월급 쪼개 적금 붓고 대출이자·카드값 내기 바쁜데 벌써 제주도에 내려가 동화에나 나올 것 같은 집을 짓고 운치 있는 삶을 즐기고 있습니다. 올해 만 35세(1979년생)입니다.

이렇듯 조 전무와 이효리는 30대라는 젊은 나이에 소위 '가진 여자'라는 점이 닮았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두 여자가 소위 '밑'을 바라보는 눈은 판이하게 다릅니다.

22일 알려진 조 전무의 '반성문'이 화제였습니다. 언니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리턴' 사건과 관련된 글에서 "모든 임직원의 잘못"이라고 해 비난 여론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것보다 더 놀라웠던 내용이 있습니다. 반성문 첫 문장 "제 밑에 있는 직원들에게 항상 제일 미안한 마음은…"에 나온 '밑에 있는' 입니다. 요즘 세상에 대외적으로는 볼 수 없는 표현입니다. 현대적 개념을 가진 기업 고위층은 속으로야 어떻게 여기든 밖으로는 '저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 '가족 같은 직원들'처럼 수평적 시선으로 표현합니다.

'밑에 있는'이라는 표현이 깔본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게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조 전무는 글을 스스로 '반성문'이라고 했습니다. 직책으로는 윗사람이지만 상황적으로는 아랫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둘 중 하나임이 분명합니다. 조 전무에게 밑은 한 없이 만만한 존재이거나 밑의 입장을 전혀 모른 채 '위'에서 살고 있거나.

이효리는 지난 18일 트위터에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응원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해고노동자. 일반적 관념으로 인생의 밑으로 떨어졌다고 하는(이후 바뀔 순 있지만) 사람들입니다.

이효리는 유명인이지만 사실 조 전무에 비해 사회적 책임은 덜합니다. 현재는 사실상 가수도, 방송활동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처럼 밑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쏟습니다. 쌍용차 신차 브랜드 '티볼리'가 많이 팔려 해고노동자들이 복직됐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연예인이 특정 브랜드 실명을 대놓고 이야기 하는 건 보이는 것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노점 단속을 당한 모습이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약한 사람을 멸시하면 화가 솟구친다"고 합니다. 이효리는 동물보호에 대한 관심으로도 유명한데 그 이유도 '동물이 가장 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역시 둘 중 하나임이 분명합니다. 이효리에게 밑은 도와줘야 하는 존재이거나 밑이나 위 같은 건 아예 없거나.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진 사람인 이효리와 조현민. 무슨 세미나 같은 곳에서 '좋은 사례'와 '나쁜 사례'를 한 화면에 펼쳐 놓은 프레젠테이션 같습니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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