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정부지원금 횡령 혐의 강일구 호서대 총장 구속..대학 "신입생 놓칠라" 전전긍긍

권순재 기자 입력 2014. 12. 11. 14:02 수정 2014. 12. 1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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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주 정시모집을 앞두고 있는 충남 호서대학교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 지원금 수십억원을 횡령 혐의로 강일구 호서대 총장(70)이 구속되면서 대학 이미지가 실추돼 학생모집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 동문과 학생 등은 결과에 따라 총장사퇴 등을 요구할 분위기다.

대전지검 천안지청(이정만 지청장)은 강 총장과 대학 관계자 등 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강 총장 등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정부에서 지원한 대학 산학협력자금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일구 호서대학교 총장

호서대는 2009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2단계 산학협력중심대학 육성사업' 지원 대학으로 선정돼 매년 20억원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산학협력중심대학 육성사업은 대학과 기업이 공동으로 지역 산업의 수요에 맞는 인력양성과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횡령한 돈의 사용처 등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횡령 규모가 수십억원에 이르는 점 등에 비춰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며 "횡령한 돈의 규모와 사용처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비자금 조성 과정에 또다른 대학 관계자와 기업들이 연루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호서대학교 전경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학교 동문과 학생 등은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호서대를 졸업한 동문 ㄱ씨(36)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지켜봐야 할 문제지만 총장이 구속된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며 "강 총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학생 ㄴ씨(23)도 "이번 비리는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 할 수 있다"며 "설립자 2세인 강 총장이 10년 넘게 총장으로 있으면서 '1인 지배체제'를 구축한데 따른 결과"라고 밝혔다. 호서대 설립자 강석규 명예총장의 아들인 강 총장은 지난 2004년 3월 제5대 총장으로 선임된 뒤 현재까지 연임하고 있다.

대학 측은 검찰 수사의 향배를 지켜보며 좌불안석인 모습이다.

호서대 관계자는 "아직은 입장을 밝힐 단계가 못 된다"면서도 "검찰이 혐의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는 정모 교수가 수사개시 직후 국외로 도피함에 따라 수사에 난항을 겪으면서 관리자의 지위에 있는 총장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와 재판을 통해 자금 조성과정과 흐름이 파악되면 강 총장 등은 혐의를 벗게 될 거라고 보고 있다"며 "최선을 다해 수사에 협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다른 교수 1명은 중국으로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벤처정신과 기독교 정신을 대학의 근본이념으로 삼고 있는 호서대는 강석규 명예총장이 1978년 천안에 설립한 대학이다. 개교 당시 천원공업전문대학으로 출발해 1988년 종합대학으로 승격됐다. 현재 천안·아산·서울 캠퍼스 등 3개 캠퍼스에 5개 단과대학 58개 학과 및 학부, 9개 대학원이 있다. 벤처명문대로도 불리는 호서대는 1995년 대학 내 창업보육센터를 설립한 뒤 1999년 국책사업인 BK21에 선정되며 본격적으로 벤처중심대학로 활동하고 있다.

<권순재 기자 sj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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