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술 취한 대한민국..연 4500여명 음주질환 사망
알코올 함량 높은 독주 소비량 압도적 세계 1위
전문가 "주류 최저가격제 등 직접적인 규제 필요"
[이데일리 고재우 기자] . 증권사에 다니는 박모(29)씨는 연말연시 끊이지 않는 술자리로 괴롭다. 선천적으로 위가 약한 편이지만,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부서 특성상 술자리를 피하기가 쉽지 않다. 소주를 맥주잔으로 마시는 폭음문화에 시달린 박씨는 얼마 전 역류성식도염이 악화돼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 건설사 3년 차인 백모(29)씨는 지난해 요맘 때 한 살 아래의 후배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던 날을 잊을 수 없다. 1차에서 폭음을 했던 백씨 후배는 2차에서 맥주를 마시다 쓰러져 다음날 급성 뇌출혈로 숨졌다. 백씨는 "나도 언젠가 그렇게 될까 봐 두렵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연말연시를 맞아 송년회 등으로 술자리가 늘어나면서 잦은 음주와 과음으로 음주 관련 질환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2차, 3차로 이어지는 회식문화와 그리고 동석자에게 술을 강권하는 음주문화가 만들어낸 병폐다. 주류가격 인상 및 판매 제한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독주에 취한 대한민국… 한해 4521명 음주로 사망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15세 이상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은 9.16ℓ(2012년 기준)이다. 지난 2011년 1인당 알코올 소비량 9.18ℓ보다 0.02ℓ 감소한 수치다. 1인당 알코올 소비량 자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9.0ℓ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간한 '글로벌 알코올 보고서 2011'에 의하면 도수가 높은 증류주 소비량은 압도적인 세계 1위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알코올 함량이 높은 독주 소비 비중이 높다는 얘기다.
음주 관련 질환 치료에 투입되는 건강보험 재정은 매년 증가세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내놓은 '건강보장 재원 확보를 위한 건강위험요인 부담금 부과방안'에 따르면 2007년 1조7615억원이던 음주질환 진료비는 2008년 2조1982억원을 기록, 2조원을 넘어선데 이어 2011년에는 2조4073억원으로 늘어났다.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음주관련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연평균 4521명이다. 지난해에만 4476명이 음주관련 질환으로 숨졌다. 성별로는 인구 10만명당 남자는 15.6명, 여자는 2.1명이 음주관련 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다.
건설회사 직원 백씨는 "위장약을 먹어가면서 일주일이면 4번 정도 술자리에 나간다"며 "회사에서는 음주를 자제하라고 절주 켐페인을 벌이지만 간부들이 무시하니 2,3차로 이어지는 회식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술값 인상하고 판매 제한해야"
전문가들은 음주문화 개선 캠페인과 같이 간접적인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주류 최저가격제(정부가 최저 가격을 정해 그 이하로 가격이 내려가지 못하게 통제하는 제도) △주류 판매 시간·장소 제한 등과 같은 직접적인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해국 의정부 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장 직접적이고 확실한 것은 가격 정책"이라며 "유럽처럼 최저가격제를 도입해 음주 소비를 줄이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알코올성 위장병이나 간염 등을 앓고 있는 초기 위험 음주자들을 선별해 대학·의료기관·사회 서비스기관에서 1~2회 정도 상담을 받게 하는 단기치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형애 대한보건협회 기획실장은 "외국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처럼 24시간 술을 팔지 못한다"며 "술을 판매하는 장소와 판매 시간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성수 삼육대학교 알코올문제연구소 소장은 "술에 취한 사람에게는 주점에서 더 이상 술을 팔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나라도 있다"며 "건전 음주문화 캠페인에 그치지 말고, 정부가 직접 나서 정책적으로 음주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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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우 (tjwoo3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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